퀴어부부의 자작캠핑카 타고 유라시아횡단 신혼여행기 32탄
이야기는 퀴타히아 어느 마을의 이발사이자 이장님인 가지케말 아저씨에 대한, 위한.. 아무튼 그로 인해 완성된 이야기다.
퀴타히아 Kütahya. 터키 서부에 위치한 인구 20여만의 도시. 단지 현지 하맘이 궁금해 들른 이 도시. 하맘이 여러개인데 그 중 영업중으로 보이는 해볼만한 곳을 골랐다. 근데 문이 닫혀있어 헤메다가 앞의 카페에 가서 하맘이 영업하는지 물어 봤다.
그는 마침 앞을 지나가던 이장님에게 물어 보라고 했다. 엉겁결에 우리를 만나 본인의 영업장인 이발소에 데리고 가서 자랑스런 명패를 소개해준 가지 케말 이장님. 그렇게 갑자기 가지케말 투어가 시작되었다.
첫번째는 도심 곳곳에 위치한 하맘을 구경했다. 수백년 된 유서깊은 하맘이 여러개였다.
이장님의 초 올드카를 타고 야경을 보러 이동했다. 퀴타히야성에 올라오니 멋있는 풍경이 펼쳐 졌다. 이곳에는 360° 회전 하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우리는 여기에 올라가서 디저트와 커피를 마셨다.
Kütahya Castle
Maruf, 43050 Kütahya Merkez/Kütahya, 튀르키예
초점나간 올드카와 야경
다시 차를 타고 넓은 공원으로 갔다. 우리가 원래 차박하려고 했던 곳이다. 운동과 피크닉, 캠핑에 샤워실도 갖춘 아마도 시에서 최근 세운 최신식 여가시설! 마치 견학온 학생들처럼 이장님의 빠른 걸음걸이를 쫓아갔다.
이렇게 한 밤 드라이브를 마치고 다시 차를 세워 놓은 곳으로 왔다. 오는 길 동안 문닫은 중심가의 밤길을 걸으며 <체험! 퀴타히아>는 계속 되었다. 그 중에는 문을 연지 500년 이상 된 오스만 투르크 시대의 화장실도 있었다. 지금도 사용되는 화장실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한참 밤 산책을 한 후 맥주를 사서 귀가 하는 이장님과 내일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다음날은 이장님이 하맘에 데려다 준다고 하였다. 게다가 마침 엔진오일도 갈수 있게 해준다고!
이튿날이 밝았다. 우리는 간밤 처음 찾아간 이 동네에서 잤다. 약속한 시간에 요 앞에 있는 하맘에 갔는데 목욕을 할 수 있는게 아니라 오래된 하맘을 들어가서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이장님 친구로 보이는 이 분도 짜이부터 내주시고 시작한다. 튀르키예 사람들의 국룰같은거! 15세기에 지어진 오스만투르크 시대 하맘에 대해 설명을 듣고 다시 이장님의 이발소로 갔다.
Tarihi Eğdemir Hamamı
Börekçiler, Ahi Erbasan Cd. No:4, 43050 Kütahya Merkez/Kütahya, 튀르키예
이장님과 시내 투어를 다시 했다. 오전에 찾은 시장은 매우 활기차다. 여기서 우리는 터키식 갈비탕도 먹고 육개장도 먹었다. 터키 사람들이 먹는 백반이 이런 건가 싶었다. 우리 입맛에 찰떡이다. 길을 가다가 고추 장아찌에 파는집을 보고 이장님 코치를 받아 고추 장아찌를 한 단지 샀다. 이건 그 이후 세 달 동안 김치 생각 안나게 하는 우리의 주식이 된다.
아침먹고 우리는 엔진오일을 교환 하러 갔다. 이장님의 올드카를 정비 하는 오래된 단골 집이다. 튀르키예는 포터가 수입 되는 국가여서 우리 차가 매우 익숙해 보였다. 어떤 곳을 가든 차나 커피를 내주는 튀르키예니까 정비소에서도 터키쉬 커피를 배달해서 내주더니 열심히 엔진오일을 교환해 주었다. 가격도 한국에 비해 조금 저렴하고 믿을만 했다. 이번 여행 중에 가장 편안하게 엔진오일을 갈았던 집이다.
낮에는 우릴 현지인 목욕탕에 갔다. 하맘은 하루는 여자 하루는 남자 하는 식으로 교대로 운영 된다. 어쨌든 입장했고 목욕탕을 지키던 할머니가 수금을 했다. 우리가 하맘하고 싶다고 이야기 하자 조금 이따 목욕탕으로 들어오신다고 했다. 우린 그동안 너무 안씻고 지낸지라 때가 많이 나올까봐 지레 걱정이 됐다.
터키쉬 하맘은 옷을 다 벗지 않는 이슬람 문화여서 속옷을 입고 목욕을 한다. 뜨거운 탕이 있어서 오랜만에 몸을 뜨시게 지졌다. 할머니가 들어오시고 우리를 한쪽에 앉히더니 차례로 엄청나게 때를 밀기 시작했다.
우리는 할머니의 요구에 따라 포즈를 계속 바꿨다. ”얼굴도 밀어주련?“ 하는 이야기에 엉겁결에 오케이 라고 했는데 엄청나게 거친 때수건으로 얼굴을 박박 밀어주셔서 피부가 다 벗겨 지는 줄 알았다. 어쨌든 시원하고 뽀득뽀득해졌다. 가격은 5천원 내외로 저렴했다.
목욕을 하고 다시 백반집에서 점심. 사진 속의 하얀 요거트는 튀르키예 오이냉국이다. 무조건 양파 토마토 오이 요거트 고추가 함께하는 백반 너무 맛있다.
우리는 이장님이 고마워서 헤어지기 전에 벨루가 보드카를 한병 선물 했다. 이장님은 이슬람국가의 사람답게 보드카를 품에 숨기며 우리와 안녕했다. 몹시 기뻐 하는 것은 분명 했다. 우리는 이장님의 다양한 선물들을 받고 애석한 마음으로 이별 했다.
여행은 신기하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상상도 못한 사람을 만나고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여행이 펼쳐진다. 우리만 있었다면 가보지 못 할 곳을 가 보고, 찾지 못 했을 보석 같은 사람을 만나 도움을 받는다.
가지 케말 이장님과의 강렬한 1박 2일을 마무리하고 이스탄불로 향했다. 그리고 저녁무렵 비오는 혼잡하고 아름다운 이 도시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