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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우 Apr 02. 2022

MBTI 유행에 관하여

과몰입 멈춰

커뮤니티도 서브컬쳐로 넣는다면 나도 이런 주제를 다뤄도 괜찮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여 이 주제를 선택하게 되었다.




MBTI란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의 이니셜을 딴 말이다. 이것은 칼 융의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성격 검사로서,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방식이다. MBTI에 관해 확실하게 할 것이 몇가지 있는데, 첫번째로, 인터넷에서 하는 검사의 이름은 MBTI가 아니라 16 Personalities라는 다른 검사이다. 공식 MBTI는 유료검사이며, 마이어브릭스 재단에서 저작권을 가지고 있기에 인터넷에 무료로 돌아다니지 않는다. 학교나 상담센터등에서 주는 T, F로 체크하는 8면 문제집이 공식 MBTI검사지에 해당한다. 두번째로 진짜 MBTI검사는 기질검사이다. 나는 검사할 때 마다 결과가 달라진다 라고 하지만, 기질은 바뀌지 않으므로 검사 전후의 상황, 혹은 특정 성향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등에서 결과가 오염된 것이다.


마지막으로16 Personalities건 MBTI건, 두가지 모두 신뢰도가 높은 검사라고 하기는 어렵다. 자기 응답검사 자체가 응답자가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내기 쉬운면이 있고 MMPI등에 비해 문항 수도 많지 않으며, 애당초 그 아래에 과학적 기반은 없는 편이다. 융의 이론은 정신분석학의 계파를 따르며,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그것이 인간을 이해하는 도구는 될 수 있어도 과학적 의학적 이라는 말을 붙이기에 다소 애매한 것도 사실이다.(프로이트가 의학이 아니라 인문사회학 전반에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자신에 대해서 진지하게 파고들고 싶다면 전문 상담기관에 가서 BIG 5요인검사나 웩슬러 지능검사 같은 것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16 Personalities 검사에 대해서 검사-재검사 신뢰도 자체는 높다고 보는 편이다. 그러니까 내가 이런 유형의 사람이다에 대한 구획에 관해서는 타당성이 높지만, 그 유형의 사람들이 이러하다 라고 해석을 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MBTI의 유행과 그 유행에 의한 문제는 해석과 관련되어 있으니 후자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MBTI의 유행을 일축하자면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에 있다. 특히 MBTI에 열중하는 나이는 사춘기시기부터 대체로 미혼인 젊은세대인데, 이들의 주요 관심사는 자신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과 닮아있고, 특히 유명인 누구와 비슷하고와 같은 것들이 이들의 주된 관심사이다. 이것은 비단 오늘날만의 문제는 아니다. 심심해닷컴이나 진단메이커와 같은 유저참여형 간단한 성격검사는 10년 전에도 있었고 보다 오래전의 유머집이나 틴매거진 뒷장에 있던 성향테스트들 역시 이와 궤를 함께 한다. 그러니까 이들이 유난스럽다기 보다는, 사춘기~청년 초기의 인간은 대체로 자신과 타인에 관하여 구분짓고, 스스로가 어떤 유형의 인간인지 설명하고 싶어 한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또한 MBTI는 상대를 보다 수월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어느 시대건 어떤 연령대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는 즐거움과 부담이 함께 따른다. MBTI를 아는 것은 상대에 대한 빠른 판단을 내리게 해준다. 옛날 만큼 면대면의 소통이 많지 않고, 인간대 인간으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 현대인에게 이것은 아주 빠르고 손쉬운 관계형성법에 해당한다. 특히 MBTI가 타인을 이해하고 관계의 시작에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MBTI의 유행은 관계를 보다 중요시하는 여성커뮤니티들에서 더욱 유행하고 있는 것 처럼 보여진다. 물론 이는, 이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니 분명 나와 맞을 것이다, 맞지 않을것이다 등에 대한 선입견에 가깝다.


선입견은 그 자체가 나쁘다기 보다는, 경제적인 것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그에 대한 스탠스를 취하기 위해, 살면서 경험한 혹은 간접경험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단시간 내에 내린 결론을 선입견이라고 한다. MBTI는 혈액형별 성격에 비해 좀 더 복잡하고 폭넓은 선입견을 제시한다. 거기에 MBTI라는 단어 자체가 심리학 용어였던 만큼 어느정도 과학적이거나 객관성을 가질 것이라는 믿음을 통해 자신이 내린 결론에 만족감 역시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MBTI의  유행에는 긍정적인 기능 역시 있다고 본다. 이전에는 사회성이 없다. 무계획하다, 게으르다와 같이 고쳐야 할 부정적인 것으로 터부되던 부분들이, 저 사람은 이러한 성향을 가졌다 로 이해를 보이는 듯한 경향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과몰입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안타까움을 넘어 통탄을 금치 못할 경우들이 종종 보인다. 이력서에 MBTI를 쓰라고 하거나, 초면에 MBTI를 물어보고 미리 관계 지속 가능성을 혼자 판단하는 등의 행위등은 유사과학을 무기로 자신의 선입견을 정당화 시키는 수단에 불과하다.


MBTI 자체에 관심을 갖는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상대와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인간은 구획이 아닌 스펙트럼상에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I형과 E형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0에서 100의 스펙트럼 상에서 49까지는 I, 50부터는 E 라고 문자상으로 나뉠 뿐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0에 가까운 I와 48의 I는 다르며, 후자의 경우 51의 E에 더 가까울 수 있다. 이것에 대한 이해 없이 흑백논리로 너는 나와 맞지 않을 것이다. 너와 나는 틀림 없이 잘 맞을 것이다. 와 같이 결론 내리는 행위는 지양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맨처음에 말했든 MBTI가 그렇게 까지 정확한 검사도, 절대적인 것도 아니니 맹신까지는 하지 않는 쪽이 좋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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