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가키와 바부미에 관하여
메스가키란 암컷이라는 뜻의 메스와, 꼬맹이를 뜻하는 가키가 합쳐진 일본어로 어린아이를 속되게 부르는 멸칭이다. 해당 용어가 모에요소로 사용될 때에는 자신보다 연상인 대상(특히 성인 남성)에게 약올리는 듯한 말을 하거나 가벼운 폭력을 행사하는 어린 여자아이를 말한다. 이와 같은 밉살스런 여자아이 캐릭터는 아주 옛날부터 존재해 왔지만 2021년경 부터 모에요소로 사용되고 있는 듯 하다.
바부미라는 단어는 한국에서 자주 쓰는 표현은 아닌데, 한국에서 사용되는 단어가 '로리마망' '모성로리'와 같은, 소아성애를 뜻하는 롤리타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포함하고 있기에 일본어에서 같은 단어를 의미하는 바부미를 제목에 사용하였다. 로리마망이라는 단어에서 직관적으로 나타나듯, 연하(중학생 이하)의 소녀가 어른스러운 수준을 넘어, 연상의 남성을 어머니처럼 보듬어 주는 경우를 말한다. 해당 단어를 유행시킨 게임 <프린세스 커넥트! : Re Dive>의 콧코로가 대표격이다. 본문에서는 한국에서 보다 자주 사용되는 로리마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겠다.
두단어 모두 2020년대에 들어 유행하기 시작했고, 어린 여자아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하나로 묶어서 이야기 해 볼까 한다. 굳이 순서를 따지자면 로리마망쪽이 먼저 유행했었으며, 어린아이를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 반발이 있는 모에요소에 해당하지만 늘 그렇듯 성적 대상화 역시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들이다.
어린아이가 모에요소로 사용 될 때에는 성별에 관계없이 '통제 가능한'이라는 요소가 거의 반드시 포함된다. 이러한 인물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소아성애적 성향을 가져서 해당 모에요소를 선호할 가능성도 높지만, 그 근본은 해당 인물을 완력적으로건, 언어적으로건, 사회 경제적으로건 다방면에서 자신이 통제 가능한 대상에 대한 판타지적 욕구를 기반으로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해당 인물들을 주인공 혹은 독자의 이입대상인 인물보다 아래에 있음을 강조시킴으로서 자존감을 채우는 역할 역시 수행하게 된다.
이것이 극한으로 나타나는 것이 메스가키이다. 메스가키는 도발적이고 공격적인 행위를 하지만, 어린아이이기에 성인에게 위협이 될 만큼의 행동을 하지는 못한다. 또한 메스가키와 관련해서는 가볍게는 혼을 내고, 성적인 의미를 내포한 창작물들의 경우 엉덩이를 때리거나, 배를 주먹으로 치는 등 아이를 통제하기 위해 아이의 도발 수준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강력한 어른의 힘으로 공격을 가하는 행동들이 수반되는데 이 역시 강력한 통제행위와 자신의 우월함을 강조시키는 부분에 해당한다.
메스가키와 같이 애정이 숨겨진 다소 공격적인 도발을 하는 대상이 고등학생 이상 성인일 경우 츤데레와 상당부분 겹치는데, 츤데레의 경우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에서 부터 시작해, <스즈미야 하루히>시리즈, 특히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2007)에 정점을 찍은 다소 철지난 모에요소에 해당한다. 해당 성격에 대한 인기가 식은 이유로는 90년대 말에서 2010년대 초까지 20여년에 걸쳐 지나치게 많이 소비되었기도 하지만, 앞서 소년만화에서 남자 라이벌이 사라진 것 처럼, 사고방식 및 캐릭터가 복잡하고 인간관계 구축에 노력이 필요한 인물에 대한 선호가 떨어진 요인이 크다.
그럼에도 츤데레는 거의 사장되고 있으나 메스가키가 근래에 와서 유행하는 이유는, 앞서 말한대로 통제 가능여부와 관련있다. 이미 성인이며, 남자 주인공의 체격이나 스펙에 따라서는 신체적으로도 동급 혹은 상위인 경우도 있는 츤데레에 해당하는 인물은 주인공이 해당 인물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 하더라도 메스가키와 같이 완벽하게 통제 할 수 없으며, 당연히 행동 교정도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렇기에 메스가키가 츤데레의 자리를 어느정도 대체하고 있지 않나 라고 생각한다.
로리마망의 경우 물리적 통제는 가해지지 않는다. 다만 그 근본은 근본은 어리기 때문에 순종적이고, 맹목적이기에 배신과 같은 발상을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메스가키가 통제가능한 대상이라면, 로리마망은 이미 통제되고 있는 대상에 가깝다. 이러한 안정성을 기반으로 요구하는 것이 모성애라는 점이 로리마망의 핵심이다. 모성애란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어머니가 자식에게 베푸는 무한하며 희생이 포함된 애정을 뜻한다.
로리마망은 어린아이와 모성애의 제공이라는 것 외에 성애적인 요소가 추가된다는 것 역시 이질적인 지점이다. 로리마망계열 캐릭터의 특징중 하나로, 무릎베게를 해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주거나 안아주는 등 가벼운 스킨쉽들이 포함되는 것이 그 예시이며,해당 발언을 한 인물이 어리다는 것으로 그런 말 하면 안된다와 같이 가볍게 넘기곤 하지만, 잠자리나 목욕을 같이 하고 싶다와 같이, 순수한 어린아이의 입을 빌린 성적인 요소가 등장하는 경우들 역시 여기에 해당한다. 여기서의 성애적 요소는 당연히 유부녀나 모자근친물의 것과는 다소 다르며, 굳이 따지자면, 자신의 마음 뿐 아니라 육체까지 상대에게 바칠 정도로 무한한 애정을 시험하는 방식 혹은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아이에게 어머니 혹은 적어도 연상의 대상에게 기대할 법 한 모성애를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약자 수탈에 가깝다. 헌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해당 행위를 해주는 여성인물이 수동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어른스러운 어린아이의 이미지이기에 해당 인물은 어떤 부분에서는 성인보다도 똑부러지는 경향들을 보이며, 상대가 요구 하기 전에 자신이 스스로 상대에게 모성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점들이 독자로 하여금 상대를 수탈하는 것이 아닌 능동적으로 이러한 행동을 선택했다는 위안을 삼게 만든다. 물론 이러한 요구는 상대가 완벽히 자신의 통제하에 있기에 벗어날 수 없음을 기반으로 하며, 보살핌을 받아야 할 대상이 오히려 보다 너그럽고, 정신적으로 연상처럼 보여지는 지점이 있다는 점에서 다분히 판타지적이다.
그런데 로리마망, 정확히는 바부미쪽의 특이한 점은 이 용어가 일본의 여성향에서도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선 관점에서는 성인이 아이의 순수함에 기대어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수탈의 관점에서 보았다면, 여성향에서는 자신이 애정하는 대상을 모성애 처럼 무한히 애정하며 어린아이 취급 하고 싶다는 뜻으로, 아이돌 판에서 어렵잖게 볼 수 있는 애정의 형태이지만 국내에서 이러한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물론 이쪽은 실제로는 성인인 인물이 상대를 어린아이처럼 대하고 싶다고 욕망한다는 차원에서 위계나 방향성이 반대에 가까우며, 어떻게 보면 너드남의 유행과도 연관지을 수 있다.
참고로 로리마망에서 성격 뿐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과도한 판타지가 추가되면 거유로리라는 기행종이 생기곤 하는데, 말그대로 초등학생 이하의 여자아이가 가슴이 큰 경우를 의미한다. 앞서 말한대로 자신이 통제 및 완전한 제압이 가능하며, 성인에 비해 사고능력이 떨어져 쉽게 다룰 수 있는데, 육체적 섹슈얼 요소를 가질뿐 아니라 어린나이이기에 필연적으로 처녀일 것으로 기대되는 것까지, 편의주의적 섹스 판타지의 최종 압축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처녀비치와 너드남에서 이야기했듯, 이러한 모에화의 근간은 쉬운 인간관계에 대한 갈망과 지속적이고 안정감 있는 애정에 대한 욕구에 있다. 이들이 어린아이를 선택한 것도 아이들이 갖는 순수함과 단순무식함, 그리고 통제 가능성을 주로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산사람도 아니고 상상속의 인물에게 이러한 욕구를 갖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늘 말해왔듯, 이것이 다수에게 긍정되고 유행으로서 자리 매김을 하고있다면, 왜 많은 수의 사람들이 그러한 욕망을 느끼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