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타나리와 컨트보이에 관하여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현실에서의 인터섹슈얼이 아니며, 창작물, 특히 만화를 위주의 철저하게 상상된 이야기들만 할 예정이다. 창작물 속에서도 현실의 인터섹슈얼들과 이들을 완전히 구분하기 위해, 이들이 아예 인간과 다른 종족이라고 설정하거나, 그러한 인류가 생각보다 많이 존재하는 평행차원의 다른 세계라는 설정을 하거나, 원치 않는 약물 혹은 실험을 통해 신체구조가 변화 했다는 판타지성 설정을 넣는 경우가 많다.
자연적으로 인터섹슈얼은 약 0.1%수준으로 나타나는데, 원인과 그에 따른 경과도 다양하지만, 호르몬 문제일 경우 외부 생식기를 영아기에 수술 및 호르몬 치료로 확실히 할 경우 생식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염색체적 문제나 2차 성징 이후 후천적 수술을 통해 남녀의 생식기 모두를 가진 경우 생식의 기능은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반해 창작물에서 양성의 생식기를 모두 가진 경우는 상당히 절륜한 성적 능력을 가진 경우들이 많은데, 후타나리의 경우 여성의 몸에 일반인 남성보다 훨씬 거대한 남근과 고환을 갖는다는 설정이거나, 컨트보이의 경우 근육마초인 경우가 상당히 많으며 임신 성공률이 높다와 같은 설정이 붙기도 한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고대 그리스를 비롯하여 남녀는 본디 한 몸이며 양성의 생식기를 모두 가진 인간이 가장 온전한 존재라고 생각했다는 이야기가 여러 신화에 나오는 만큼 인터섹슈얼에 대한 선망은 오래전부터 세계 곳곳에 존재해 왔던게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후타나리란 언어 그대로는 두개의 생식기를 가진 존재를 말하는데, 보통 성인향의 창작물에서는 여성의 몸에 음순과 남근이 모두 달린 경우를 말한다. 여기에서 한 번 더 구분하여 남성의 생식기만 가진 여성은 딕걸이라고 부르나, 남근과 고환에 의해 여성기가 가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분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옷을 입고 있을 때에는 평범한 여성의 몸으로 보이지만, 벗었을 때는 거대한 남근을 갖는다라는 갭 차이가 이들의 모에 요소중 하나이기 때문에, 가슴과 골반이 크면서 남근 역시 거대하다는 독특한 설정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옷차림이나 말투등도 여성스럽다.
위와 같은 이유로 후타나리가 등장하는 장르는 대체로 백합, 즉 GL이다. 외견 및 정신적으로 여성인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나, 그 성관계의 방식은 남녀 사이와 같은 삽입 성교라는 것이 후타나리물의 골자이다. 이는 성교의 완성이 삽입성교라고 믿는 경향과 관련이 있는데, 외음부의 애무 혹은 손이나 기구를 이용한 행위를 유사성행위로 보기 때문인 듯 하다. 이 때 행위의 완결성을 위해 남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다만 두 사람의 애정행위에 진짜 남성은 참여하지 않기를 바라며 그 해결점으로 여성 중 한쪽(혹은 양쪽)에 남근을 달아 주는 선택을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후타나리의 경우 대체로 성적으로 개방적일 뿐 아니라 그 능력 역시 몹시 절륜한 것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해당 인물이 남근을 가졌기에 여성인물들 중에서 성에 대한 인식이 남성과 비슷할 것으로 기대되는 편이기도 하고, 해당인물은 남성 독자의 이입 대상이 되는 캐릭터가 아닌, 순수하게 독립적이고 상상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여성을 리드하거나 커뮤니케이션하는 측면이 부족한 이입형 남성 캐릭터들에 비해 당돌한 편에 해당한다.
드물게 후타나리가 남성과 성관계를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 때는 여성기를 사용하기 보다는 남성의 항문에 삽입을 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일종의 펨돔의 개념으로 게이성향이 있다기 보다는 여성에게 성적으로 지배당하고 싶어하는 욕구에 해당한다. 반대로 후타나리가 남성과의 성관계에서 여성기를 사용할 경우, 남근을 가진 상대를 지배했다 혹은 정복했다라고 보는 쪽이 타당할 것이다.
컨트보이란 남성의 몸에 여성의 생식기를 가진 존재를 말한다. 후타나리가 용어와 용례 모두에서 인터섹슈얼과 완벽하게 구분된 것과 달리 컨트보이는 트렌스젠더 남성에게도 사용 하는 단어인 만큼 잘못 사용할 시 혼란을 야기하기에 서브컬쳐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이때 대체 용어로 야오이구멍이나 암컷구멍과 같은 용어가 사용되기도 했는데, 이 용어들은 BL에서 사용하는 질과 같은 상상의 기관 뿐 아니라 항문 성교를 하는 남성 캐릭터의 항문도 뜻하기 때문에 완벽한 대체어도 없는 형편이라 컨트보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할 예정이다. 그리고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 이야기는 모두 창작물에 관한 이야기다.
창작물에서 컨트보이의 외형은 결코 가슴이 작은 여성처럼 보일 가능성이 없는, 근육질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다만 후타나리가 다른 여성인물들에 비해 좀 더 성적으로 개방된 성향을 보이는 것 처럼, 컨트보이 역시 일반 남성에 비해 성적으로 조금 보수적인 모습을 띄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여성이 성에 대해 보수적일 것이라는 고정관념 뿐 아니라, 컨트보이 속성의 인물이 생리를 하거나 임신이 가능하다는 설정이 붙기 때문이다. 후타나리가 여성의 몸에 나타난 거대한 남근이 갭 포인트라면, 컨트보이는 마초적인 남성의 모습으로 하는 임신에 대한 걱정이 갭 포인트로 사용된다.
컨트보이는 BL에서 주로 등장하는데, 좀 더 파고들자면 여성향 보다는 남성향 BL, 그러니까 게이물에서 보다 자주 보여지는 편이다. 이는 아마 컨트보이의 그 존재 이유 자체가 임신에 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임산부의 부른 배 혹은 생리혈과 같은 요소들을 성적인 요소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해당 인물을 임신시킴으로서 갖는 정복감 혹은 자손을 남기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 해당 설정의 골자이다. 또한 임신과 출산을 통해 사람에 따라서는 결혼이나, 헤테로 커플에 비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파트너쉽이 쉽지 않은 게이 커플의 생태에서 안정적인 가정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고자 하는 듯 하다.
후타나리가 남성과 성관계를 하는 것 보다 더욱 드물게 컨트보이가 여성과 성관계를 맺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는 여성이 성인도구등을 활용하여 성적으로 제압하는 경우가 더 많은 듯 하다. 또한 후타나리에서는 거의보여지지 않지만, 컨트보이쪽에서는 암컷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여 해당 인물의 남성성이 결여되었음을 비하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에 관해서는 여성 비하적이라고 봐야할지, 헤테로 남성의 여성혐오와는 다른 결로 여기어 지는 게이의 여성혐오라고 봐야 할지, 남성이 거세된 남성을 보면서 느끼는 거세 공포의 반작용으로 봐야할지, 남성임에도 출산이 가능하다는 완전체적 인간에 대한 선망으로 봐야할지, 잘 모르겠다.
읽는 내내 그게 뭐냐, 그런거 보는 사람이 있냐라고 생각했겠지만, 후타나리의 경우 생각보다 인기있는 장르에 해당하며. 인기 있는 여성 캐릭터가 후타나리라는 설정을 붙인 2차창작물 역시 다수 존재한다. 컨트보이의 경우 그 수요와 공급이 현저히 적은 편이지만, 남성향에서 더 선호될 뿐 여성향 BL에서도 보이며, 후타나리와 컨트보이 양쪽 모두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처음에 말했지만 여기서 말하는 대상은 성인향 창작물의 설정일 뿐, 실제로 태생적 이유이건, 수술 및 호르몬요법을 통해 후천적으로 인터섹슈얼이 된 경우이건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이들 자체를 성적 대상화 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