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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우 Mar 08. 2022

RPG에서의 영지 컨텐츠

왜 레벨업과 직접적인 관련도 없는 영지 컨텐츠가 선호받는가

스팀에서 로스트 아크가 출시되면서, 해외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로스트 아크의 호평사항중에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영지'가 들어있다는 점이다.


국산 게임 중에는 영지 컨텐츠가 존재하는 게임들이 꽤 많은 편이다. <검은 사막 모바일>의 영지와 <아키에이지>, <마비노기>, <바람의나라>의 하우징 시스템등이 이에 해당한다. 심지어는 영지를 성장시키고 꾸미는것이 메인인 게임들도 상당히 많은데 <아이러브 커피>, <놀러와 마이홈>, <쿠키런 : 킹덤>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해외라고해서 영지 시스템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일본의 <파이널판타지14>와 중국의 <천애명월도>정도를 제외하고는 최근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것 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왜 국내 RPG에서는 영지 컨텐츠가 많이 활용될까. 먼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영지컨텐츠는 자기 표현을 가능케 한다. RPG 게이머들이 어느정도 스펙업을 마친 후 부터는 캐릭터의 커스텀에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게임을 주로 하는 연령층이 자아 표현의 욕구가 정말 강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영지 컨텐츠 최대의 매력포인트라 할 수 있다. 특히 영지는 캐릭터보다 표현 가능한 범위가 넓고 사용 가능한 지형지물들이 많아 개성을 표현하기에 더욱 용이하고, 다른 사람을 초대하여 호응을 이끌어냄으로서 자아 표출의 효과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


두번째는 성장성의 측면이다. 현대인이 게임을 즐기는 이유 중 하나는 성장의 즉효성과 가시성 때문이다. 자신의 현재 위치와 성장 방향성등은 학교를 졸업한 이후 부터, 연봉이나 직급 정도를 제외하면 현실에서는 잘 보여지지 않는 분야이다. 그러나 현실과 달리 게임은 자신이 하고 있는 길이 맞는지, 실제로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등에 대한 정보를 레벨, 공격력, 랭킹 등 수치적 지표를 활용하여 즉각적으로 제공하는데, 이러한 가시적 성장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기이자 지속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영지역시 마찬가지이다. 특정 퀘스트를 완료하거나, 기준점에 도달하면 영지는 넓어지고, 설치 가능한 건물과 지형지물의 수가 늘어난다. 이러한 성장은 게임의 레벨이나 공격력 수치와는 또 다른, 몹시 즉각적인 성장 지표로서, 플레이어의 성장에 대한 시각적 지표가 되어 게임에 보다 몰입하고 애정하게 만들 수 있다.


세번째는 생산성의 측면이다. 영지 컨텐츠는 대체로 생산성을 포함한다. 농사를 짓거나, 작물을 키우거나, 수공예품을 만들기도 한다 보다 복잡한 경제 체계를 가진 게임이라면 무역이나 강화, 장비 및 소모품의 제작 같은 기능을 포함하는데, 이런 기능들은 게임내 경제를 조절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앞서 말한 성장성의 측면과 비슷하게 내가, 혹은 나의 부산적인 부분이 이렇게 유능하다에 대하여 표현하는 역할을 해 낼 수 있다.


네번째와 다섯번째는 현실의 부동산 문제와 연관지어 생각 해 볼 수 있다. 게임의 주 향유계층은, <리니지>와 같은 비교적 고연령층 게임들을 제외 했을 때 10대 후반에서 30대 초 정도이다. 이들 중 많은 수는 부모의 집에 할당된 자신의 방에서 살거나, 10평 내외, 심할 경우 5평 전후의 공동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나마도 그들의 생활공간은 임대되었기 때문에 자유롭게 인테리어를 하기 어렵고, 발코니나 정원 등은 거의 존재할 수 없다. 이런 이들에게 가상공간이나마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실내외의 넓직한 공간은 현실에서 충족 할 수 없는 주거 및 데코레이션에 대한 갈망을 대리충족 시켜준다.


다섯번째는 국내에서 카페의 유행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만하다.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을 넘어 데이트를 비롯한 친목 활동을 위한 공용 공간, 혹은 공부 및 업무 생산성을 위한 공유 오피스의 기능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사회적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영지 컨텐츠의 주된 기능으로는 앞서 말한 생산과 성장, 자아 표출 외에도 소셜기능이 있다. 게임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수의 영지 컨텐츠는 자신의 공간에 다른 사람을 초대하여 생산성에 도움을 받거나, 파티를 열거나, 방명록을 쓰는 등 소셜 기능을 지원한다. 사람은 그러나 앞서 말한 비교적 좁고 방음 수준이 좋지 않은 주거 환경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지인을 집으로 불러 친목활동을 한다는 것은 이들에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게임 내 영지는 그런 사회적 기능을 대체하며 상대를 자신의 공간으로 초대함으로서 다른 특정 유저들과의 친목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게임사의 입장에서도 영지나 하우징 시스템은 수익에 도움이 된다. 유저들의 선호가 단순히 있기만 해서는, 이익집단인 기업이 그런 것을 만들어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먼저 영지 시스템은 게임 내 밸런스를 크게 건드리지 않는 수준에서 과금요소를 주기적으로 창출 해내기 쉬운 아이템이다. 영지기능에서 유료는 대체로 생산 시간을 줄이거나 데코레이션 기능에 방점이 맞는데 이는 플레이어의 레벨 및 공격력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기 때문에 기획과 밸런싱의 과정에서 드는 시간적 인력적 소모가 적다.


또 소셜 기능이 강화된 게임의 경우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신규 유저 유입을 노리기에도 적합하다. 그걸 가장 잘 해낸게 <라인플레이>가 아니었을까 싶다. <라인플레이>는 네이버와 라인에서 서비스한 게임이었으나 주 이용층이 일본이었던 만큼, 주기적으로 일본에서 인기있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과 콜라보레이션 하여 해당 게임이나 만화의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시도를 해 왔다.


세번째는 무료 홍보 기능이다. 커스터마이징 자유도가 높은 게임의 경우 자신의 영지 및 캐릭터를 치장한 후 SNS나 커뮤니티에 업로드하여 자랑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그리고 그것이 게임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더라도 꾸미는 것을 선호하는, 혹은 자유도 높은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갈망이 있는 소비자를 끌어 모을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별도의 마케팅 비용이 들지 않으며, 플레이어들의 자발적 홍보이기 때문에 광고를 통한 반발심 역시 낮다.


마지막으로 컨텐츠 소비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RPG내의 생활 컨텐츠는 게임과 세계관에 대한 몰입도를 높일 뿐 아니라 서브퀘스트로 작용함으로서, 메인 퀘스트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갖는다. 특히 영지나 생활 컨텐츠에 레벨 기능이 있다면 플레이어의 목적은 해당 기능들의 스펙업으로 분산되며, 영지 및 생활 기능에서만 수집 가능한 컬렉션이나 업적 기능이 존재한다면 그 분산 수준은 더욱 넓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연유로 영지 시스템은 플레이어와 제작사 양측의 니즈를 어느정도 만족하고 있는 시스템이라 볼 수 있을 듯 하다. 뿐만 아니라 게임의 주 이용 계층에게 날이 갈수록 자기 표현의 욕구가 커져가고 있는 만큼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 기능은 유의미한 셀링 포인트로 사용될 수 있기에 앞으로도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RPG에서는 계속해서 영지 시스템이 나오지 않을까 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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