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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우 Mar 09. 2022

미호요가 쏘아올린 중국식 중국산 게임

중국 게임에 중국어 더빙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중국 게임의 입지는 좋은쪽으로건 나쁜 쪽으로건 압도적이다. 인지도 측면에서는 더할 나위 없다. 내용도 더빙도 심지어 출현 빈도 조차 무엇하나 거를 타산이 없는 <기적의 검>이나 <왕이되는 자>의 광고를 유튜뷰에서 만나보기는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럼 <기적의 검>이나 <왕이 되는자> 외에 중국게임이 뭐 그렇게 있었냐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놀랍지는 않은게, 중국게임은 몹시 중국에서 나오지 않은 것 처럼 생겨왔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상당히 최근까지 중국산 게임들에서는 캐릭터의 컨셉, 더빙등에서 중국어는 철저히 배제시키고 더빙과 그래픽등을 영어권 혹은 일본산 게임 같은 껍데기를 쓰고 있었다.


대표적인 예시로 미국 만화 같은 그래픽의 <AFK 아레나>, <제5인격>, <라이즈 오브 킹덤즈>, 등장인물 대다수가 일본 설화나 인물에서 기인하며 기모노와 비슷한 복장을 입고 있을 뿐더러 더빙 조차도 일본어로만 이루어져 있던 <음양사>, <오토기 어령록>, <소녀전선>, <테이스티 사가>, 유명 애니메이션의 IP를 따와 중국에서 생산 및 배급 했던 <원펀맨 :최강의 남자>,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 최강 히어로>등을 들 수 있는데, 해당 게임들을 해 본 사람이라면 그게 일본게임이 아니었어? 라고 느꼈던 부분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경향을 보인 것은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약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 근간에는 문화혁명부터 최근까지도 옛 중국(특히 청나라)의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개발과 보존을 해 오지 않은 정부와 사회적 분위기가 있긴 한데,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20세기 말엽 한국 만화들의 많은 수가 이미 인기를 끌었던 일본 만화의 그림체와 포맷의 많은 부분을 베껴왔던 것과 비슷한 이유라고 본다.


게다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단기간만에 특히 베껴오기 좋은 것이 그림분야라고 생각한다. 스토리나 연출과 같은 분야는 가시적으로 바로 보이지 않아 파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것이 도출되기 까지의 사회 문화적 배경등이 뒤따라 줘야 하기 때문에 발전을 위해 개개인의 노력 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인식향상이 필요한 편이라 베끼고 익히기에 시간이 걸리지만, 단순하게 그림체만 따라하는 것은 단 몇 달간의 트레이싱 만으로 어느정도 따라잡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저임금 노동자가 많은 지역이라면 정말 단기간 발전을 노리기 쉬운 분야이다.


중국 게임사들이 벤치 마케팅한 장르가 크게 세가지가 있는데, 이미 일본에서 스마트폰 도입 초창기부터 성공한 과금모델로 인정 받았던 수집형 RPG, 한국에서 리니지라이크로 대표되며 몇년째 매출순위 상위권에 철옹성을 쌓아버린 자동형 모바일 MMORPG, 스마트폰 게임 개발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큰 개발 비용 없이 만들 수 있었던 방치형 게임이 그것들이다. 이 중에서 게임성이나 스토리가 주요한 게임은 그렇게 많지 않다. 대체로 플레이어들은 뒷짐지고 자동 전투 버튼을 누르기만 하는 게임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집형 RPG는 다른 것들 보다 그림체의 영향을 극도로 많이 받는 장르이고, 그림은 앞서 말한대로 단순히 따라하기에는 습득 속도가 빠른 장르이기에, 이 두가지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중국산 게임들은 일본식 수집형 RPG의 모습을 한, 소위 씹덕 게임이 무서운 속도로 발달해 왔다.


솔직하게 내 생각을 말하자면 이건 발달한 수준이 아니라 본진인 일본을 먹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우마 무스메> 정도를 제외하고 일본이 옛날 IP를 리뉴얼만 하고 있는 동안 <명일방주>, <백야극광>, <원신>, <소녀전선>등이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의 상위권을 차지해 버린 상황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많은 게임들이 일본산인 척 조용히 묻어가고 있던 중국 게임 시장에 갑자기 '나는 중국 게임이다' 라고 선언한 회사가 나타났다. 그것이 미호요였다고 생각한다. 미호요의 대표작으로는 <붕괴> 시리즈(특히 국내에서는 붕괴3rd), 2021년을 대표하는 게임 중 하나인 <원신>을 들 수 있는데, 이들 회사 게임의 특이점이 글로벌 서버에서 중국어 더빙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앞서말했다시피, 중국어 더빙을 제공한 게임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중국인 캐릭터나 중국어 더빙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수 많은 캐릭터들 중 한 두명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정말 중국인 캐릭터 라기 보다는 <스트리트 파이터>시리즈의 '춘리'와 같이 일본의 기준에서 만들어진 중국식 캐릭터, 그러니까 한국의 짜장면이나 미국의 몽골리안 비프 같은, 그런 미묘한 입지의 '중국형' 캐릭터들이 존재해왔다. 그렇기에 특히 글로벌 서버나, 한국서버에 중국어 더빙과, 한푸를 기반으로 한 복장을 입은 캐릭터를 넣은 것은 대만 게임까지 뒤져 보아도 다소 이례적인 일이었다.


미호요의 행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여전히 등장인물 중 많은 수가 유럽식 혹은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붕괴>(3rd 기준 2017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와는 달리 <원신>(2020)에 들어서는 아예 중국을 배경으로 한 "리월"지역이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원신>에서는 중국식 복식과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캐릭터들이 전체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약 1/3 정도 등장할 정도로 중점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중국이 배경인 게임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희비전>(2017)과 <운명의 사랑 : 궁>과 같은 청나라를 배경으로 한 게임들도 있었으나, 엄밀히 말하면 이쪽은 중국 문화의 게임적 재해석 이라기 보단, 이미 성공한 중국 사극의 시나리오를 그 플롯 그대로 방치형 게임으로 만든 것에 가까우며, 적어도 한국서버의 성우는 한국인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원신>의 "리월"과 같은 순수하게 창작 된 중국산 중국풍 IP의 등장은 새로운 포문을 연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2010년대 말 쯤 중국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푸입기가 유행한 적이 있다. 중국이 자국의 전통 문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대중적인 차원에서 새로운 해석을 시작한 때가 이때가 아닐까 싶다. 또한 그 즈음은, 중국 소설인 <마도조사>(2015)와 <엘피스 전기>(원제-투라대륙, 원작2008년, 웹툰화 2016년)등이 웹툰화, 애니화, 게임화, 드라마화까지 거치며 해외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때이기도 하다. 미호요의 행보는 이런 자국 문화에 대한 유행과 중국인들이 소프트파워에 자부심을 갖기 시작한, 사회적 양상과 맞물려 이뤄진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이런 연유로, <원신>과 <마도조사>등 통해 중국 캐릭터와 배경이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것이 성공의 이유 자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인기를 끌 수 있다는 것이 어느정도 입증되었으니 앞으로 중국 게임이 본국의 IP를 활용한 게임들을 더 많이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에 대해 양가적인 생각이 드는 는 것도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어쩔수 없을 것이다. 어떤 나라건 소프트파워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기존의 북미와 서유럽, 일본 중심의 서브컬쳐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요소를 개발해 나가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자부심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과도한 국뽕과, 극도의 자문화중심주의를 기반으로 한 이기적인 생각과, 문화 침탈적 목적이 포함되기 시작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샤이킹니키>(2020)를 통해 중국이 한국의복을 자기네 것이라고 주장하는 행태를 게임산업에서 봐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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