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을 위주로
내가 생각하기에 한국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세대는 90년대 초중반과 70년대생이다. 70년대생의 경우 서브컬쳐 보다는 방송이나 출판같은 보다 중후한(?)문화를 만드는 쪽에서 타겟팅하고 있다. 최근 공중파에서까지 낚시나 골프 같은 소위 '아재스러운' 취미에 관한 예능이 늘고, 원로 혹은 과거에 인기 있었던 연예인들을 다시 수면위로 끌어올리는 방송을 하는 것은 이들을 타겟팅한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부터 이야기 해 볼 이야기는 90년대 초중반생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들이 유행을 선도하는 것은 데뷔시점이 이른 연예계 및 인터넷 방송계에 이들이 이미 안착을 했기 때문이기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행을 만드는 입장에서도 이들을 중점적으로 벤치마킹했던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텔레비전에서 교복광고를 본 적이 있는가? 학생 수도 10여년 전에 비해 60% 가까이로 줄어들고 교복 가격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그에 따른 교육청 지원등으로 예전만큼 교복 시장이 작아진 지금에 와서 텔레비전 광고까지 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2010년대 초 까지만 하더라도 아이비클럽이나 스마트와 같은 교복 브랜드들이 로고송에 애니메이션까지 만들며 텔레비전 광고를 하던 시기가 있었다.
아이돌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들이 10대에서 20대초반, 한창 아이돌을 좋아했던, 2000년대 초반~2010년대 중반정도 까지의 아이돌과 현재의 아이돌은 그 타겟도, 국내에서의 입지도 다르다. 지금에 와서 아이돌 시장은 15년 전과 비교했을 때, 해외시장을 더욱 중점으로 두고 국내 시장에는 다소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편이라 생각한다. 옛날만큼 국내에서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일례로 유튜버 우왁굳이 프로듀싱한 버츄얼 아이돌이 데뷔당시 멜론 상위권에 어렵잖게 차트인 한 것을 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신생아수를 이야기 하고 싶다. 1987,88년도 신생아수는 약 63만 명이었는데, 산아 제한정책이 폐지되고, 베이비 부머 세대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던 91~95년 사이의 신생아수는 연간 70만 명 이상, 92년도에는 73만명대를 기록했다. 이러한 행태는 90년대 후반까지 60만명 중후반대로 유지되다가, IMF를 겪으면서 99년 62만 명, 2001년 56만 명, 2002년 49만 명 등 약 5년만에 1/3이 사라지는, 말 그대로 폭락을 경험하게 되었다. 40만명대로 떨어진 신생아수는 2016년까지 40만명 수준을 유지하다 2017년 35만명, 2020년 27만명으로 떨어진 상태이다.
그러니 교복이나 인터넷 강의, 아이돌등은 인구수가 많았던 90년대 초중반생을 위주로 타겟팅 한 것은 당연했다. 게임시장의 경우 이러한 경향성이 더욱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에는 출산율을 기반으로 한 다른 요소들 역시 존재한다. 첫째로 어릴 때 부터 스마트폰이 있었던, 2000년대 중반생 부터는 PC게임에 대한 선호도가 이전세대에 비해 뚝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미 모바일 게임에 더 많은 선호가 있는 이들을 PC앞으로 데려오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두번째는 아직 마르지 않은 새로운 우물이 파여있기 때문이다. 애니팡을 필두로한 캐주얼 모바일게임의 등장은 이전까지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던 기성세대들에게 과금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기회가 되었으며, 이미 사회적 지위와 부를 가진 기성세대의 과금량은 10대에게서 조금씩 받아내는 것에 비해 훨씬 거대했다.
물론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리니지와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이 여전히 가장 성공적인 BM으로 입증되는 중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런 게임의 타겟은 아직 수입이 많지 않은 90년대생이 아닌, 이미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은 80년대 초반 혹은 70년대 생인데(청소년 이용불가인 리니지가 98년작이니, 리니지의 골수팬이라 함은 적어도 80년대 초반생이어야 한다) 이들은 1년에 8~90만명씩 태어나 인구수도 많을 뿐 더러, 게임에 사용 가능한 금액의 수도 모든 연령대 중 큰 편일 뿐 아니라, 젊은 시절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등 초창기 PC게임을 즐겨온 만큼 게임에 돈을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 역시 적은 편이니, 아직 부모의 재력에 기대야 하는 10대를 타겟팅 하는 것 보다 7,80년대생의 지갑이 열려있는 동안 그곳을 공략하는 쪽이 더 빠르고 확실한 방식인 것도 맞긴 하다.
위와 같은 이유로 게임, 특히 PC게임업계에게 90년대생은 실상 마지막 타겟팅 대상이다. NC가 젊은 세대를 타겟팅하여 블레이드앤 소울과 트릭스터M의 모바일 버전을 출시했다고 했으나, 여기서 말하는 젊은 세대 역시 90년대생이지, 00년대 이후생이라 보기 어렵다. 15세 이용가인 블레이드 앤 소울의 발매 시기는 2012년이고, 트릭스터의 경우 2003년에 출시하여 2014년에 서비스를 종료하였으니, 이러한 IP를 경험하고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세대에 00년대 중후반생이 들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바람의 나라, 거상, 메이플스토리, 그랜드체이스, 특히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던전앤 파이터 등의 모바일 리뉴얼버전 역시90년대 말~ 00년대 이미 만들어졌던 IP를 재사용 하여, 그 당시 플레이 경험이 있었던 세대를 다시 끌어들이는 쪽이 목표이지 신규 유입을 크게 대상으로 하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의 리뉴얼은 과거의 향수에 중점이 맞아있기 때문이다. 바람의 나라 : 연에서는 과거 PC버전에 있던 개구멍과 같은 비공식 루트를 그대로 살렸고, 던전 앤 파이터 모바일은 00년대 중후반, 그러니까 던전 앤 파이터의 출시 초기의 설정과 배경음악을 다시 가져온 상태이기에 그런 느낌은 더하다고 느껴진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다음 세대의 신규유입을 이끌어내기 위한 리뉴얼은 일본에서 예시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20년이 넘은 오래된 IP를 리뉴얼 하려는 시도가 2010년대 초반부터 있어왔다. 유희왕 시리즈의 4세대 5세대인 ZEXAL과 BRAINS의 주인공은 중학생이다. 이전의 주인공들이 고등학생~성인이었고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하는 등 다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띄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20주년에 새로 출시된 SEVENS라는 7번째 세대에서는 기존의 어렵고 복잡한 룰 대신 보다 가볍고 신규 유저층이 들어올 수 있도록 새로운 형태의 카드와 룰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포켓몬의 TVA시리즈 역시, 썬&문에 와서 주인공의 성격과 외형을 이전 시리즈들에 비해 보다 아동틱하게 바꾸고, 마치 이전의 여행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는 듯 한 행보를 띄게 함으로서 기존의 팬들 보다는 신규 아동층의 공략을 노렸던 리뉴얼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로 인해 기존 유저층이 반발하거나 대거 탈락하는 일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인구만이 위와 같은 리뉴얼 현상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문화사업을 선도했던, 소위 선진국들 중 많은 수는 현재에 와 지난세기 같은 성장률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옛날 만큼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한 신규 IP에 도전할 경제력도 인력도, 사회적 인식을 비롯한 각종 여유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좋은 방법이 이미 성공한 사례가 있는 과거 IP를 리뉴얼 하는 것이다. 실제로 디아블로2, 유희왕 듀얼링크스와 유희왕 마스터 듀얼등이 호평을 받으며 인기를 끄는데 성공했고, 용과 같이와 파이널 판타지와 같은 유명 프랜차이즈도 리마스터버전 위주로 내는 것으로 보아 이러한 경향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이와 같은 이유로 국내에서 예전만큼 신규게임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게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검은사막, 아키에이지, 로스트아크와 같은 게임들의 대상 연령층은, 출시 당시(2010년대 중반) 이미 성인이었던 8,90년대생들이고, 연령 제한이 크지 않은 게임 중 그나마 최근에 나와 생존한 PC게임은 트리오브세이비어(2015) 정도가 마지막이지 않았던가 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