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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우 Mar 10. 2022

제3세계 호러 게임들

동남아시아의 호러게임들은 호러게임사에 어떤 의미를 갖을 것인가

제3세계의 의미부터 설명하고 시작하자. 제1세계란 냉전시대 미국을 필두로한 서유럽, 북미, 호주, 일본 등 자유진영 국가들을 일컫는다. 제2세계란 그 반대에 있던 공산진영 국가들을 뜻한다. 구소련권 국가들이 주로 해당된다. 제3세계는 제1세계와 2세계 모두에 속하지 않았던 국가들을 일컫는다. 대체로 제3세계의 국가들은 열강들 사이에 껴서 식민통치를 받았던 국가들이 많으며,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의 대다수의 국가들이 해당된다.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 공산진영이었다는 점에서 제2세계에 해당되지만 소련과는 독자적인 노선을 걸었는데다 식민통치의 영향을 받았기에 제3세계로 분류되기도 한다. 일단 지금은 베트남과 중국을 제3세계에 포함시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언급된 국가들의 이름만 들어도 대충 느껴지겠지만, 문화 사업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다른 지역들에 비해 앞서 나갔던 1세계에 소속된 국가들이 독점하다시피 해왔다. 호러 장르 역시 이들 국가 위주로 생산되었는데, 대중적인 것 위주로 간단하게 예시만 들어도 쏘우 시리즈(미국), 컨저링 시리즈(미국),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미국), 아웃라스트 시리즈(캐나다),  암네시아 시리즈(스웨덴), 사일런트힐 시리즈(일본),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일본) 등을 이야기 할 수 있겠다.


문화에서 선점의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미디어를 통해 얕고 넓게 퍼지는 대중문화의 특성상 특정 작품이 먼저 흥행에 성공하고 많은 대중들의 인식을 차지하면 그 후로 만들어지는 것들은 그것을 모방하여 생산되곤 한다. 표절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장르라는 개념이 그렇게 시작된다. 텍사스 전기톱살인 사건(1970)이후로 살인마가 등장하는 호러영화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그 이후로 슬래셔 라는 호러의 하위 장르가 명명된 것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논의의 시작점이 태국의 <Home Sweet Home>시리즈와 레드 캔들 게임즈의 게임들과 연관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Home Sweet Home>은 태국의 공포게임으로, 태국의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현대식 건물과 전통가옥의 형태 두가지를 모두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불교와 힌두교의 악령인 프레타가 등장하거나, 전통 복장을 입은 무희나 승려가 등장하고 챕터 곳곳에 집안에 설치된 작은 불단과 같은 소승불교와 태국 특유의 문화를 게임 내내 제시하며 서사를 이끌어 나간다.


레드 캔들 게임즈는 <반교-Detention>(2017), <환원-Devotion->(2019)을 제작한 대만의 게임 회사이다.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싶은 위의 두 게임들의 특징은 대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그것이 내수용에 그치지 않고 세계화에 까지 성공했다는 점이다. <반교>는 1960년대 대만 계엄령 시대를 학교를 배경으로 하며, 그 시기의 폭력성과 비합리성, 정치적 불안정을 겪던 시기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환원>은 1980년대 가정집을 배경으로 하여 중화권만의 독특한 주술적 행위와 사회적 상황등을 녹여낸다. 


유사하게 홍콩의 공포게임 <홍콩실록>(2020)과 발매 예정인 베트남의 <The Death>, 중국의 <종이 혼례복>(2021) 역시 들 수 있다. 각 게임들 역시 그것들이 개발된 국가들만의 색채를 진하게 띄고 있는데 각국의 주거지역을 배경으로, 소품이나 배경적 디테일에서도 해당 국가들에서만 사용되는 주문적 의미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문제의 해결 방식에도 각 국만의 주술적 행위가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홍콩실록>의 배경은 홍콩의 구룡성채와 아파트, 경극 극장이며, 등장하는 귀신 중에는 경극 가면을 쓴 관절 인형이 있다. 배경 디테일로 향이 꽂힌 생쌀 한 공기와, 장롱에 붙힌 부적 등 동아시아권역에서만 볼 수 있는 미신적 모습이 포함되어 있다. 중국 서부 시골지역을 배경으로 한 <종이 혼례복>에서는 중국 시골지역의 가옥 및 혼례식 복장 뿐 아니라 중국의 저승사자인 백무상과 흑무상과 같은 귀신들이 등장한다. <The Death>는 베트남 북부의 아파트의 형태와 장례식의 이미지를 제시한다.


이러한 동아시아 각국의 색채를 띈 전통적 소재들은, 이미 문화를 선도하고 그들의 역사와 문화가 어느정도 클리셰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1세계 국가의 작품들에서는 나오기 어려운 신선한 요소로서, 호러라는 장르 자채에 대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플레이어의 관심을 해당 국가와 그 문화들로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왜 하필 호러 장르일까. 호러가 장르적으로 약자의 이야기를 하기에 특히 적합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귀신이 되었건 살인마가 되었건, 좀비가 되었건, 그들의 탄생에는 대체로 불합리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좀비를 예를 들자면, 먼저 좀비가 되는 사람은 대체로 노숙자, 하급 노동자, 청소년등 위험한 환경에 먼저 노출 될 가능성이 높은 존재들이다. 부산행(2016)에서 가장 먼저 감염된 사람이 가출 소녀였던 것을 떠올려 보자. 특히 귀신의 경우 살해 당했거나 불합리한 일을 겪고 자살을 한 여성, 노인, 어린아이 혹은 남성이라고 하더라도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었던 저소득층 이나 하급 군인들이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식민지배 및 정치적 불안정기를 겪은 제3세계 국가들에서 호러는 이들 사회에 저변한 불안과 억울한 삶들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적합하다.


뿐만 아니라 호러적 요소 중 귀신과 미신은 지역 및 민족들만의 색채를 몹시 강하게 띈다. 현대 도시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은 해당 지역만의 지역색이 강하지 않다. 어느 국가건 도시의 모습은 비슷하고, 도시민의 옷차림이나 모습, 생활상 등은 상당부분 유사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미신은 한 두가지 요소만으로 국가와 민족의 차이를 극명하게 나타낼 수 있다. 그렇기에 호러는 다른 장르들에 비해 특정 국가만의 색을 강렬하게 보여줄 수 있다. 물론 반전을 포함하여 완결성 있는 이야기를 하기에 MMORPG 같은 거대한 장르 보다는 호러가 수월하고, 제작을 하기에도 필요 인원수가 소수라는 이점이 있기에 호러 장르가 


이러한 약자와 문화적 특수성 위주의 전개는, 앞서 말한 일본과 영미권에서 만들어진 호러장르의 클리셰 및 고착화를 깨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본의 인디게임류를 제외하고 앞서 언급한 유명 게임 프렌차이즈들이 좀비 혹은 영적인 존재를 때려잡고 인간이 승리하는 것에 방점이 맞추어져 있었던것과 달리 동아시아의 게임들은 귀신을 사악하다기 보다는 불쌍한 존재로 보고, 과거사를 알아내어 감으로서 그들을 퇴치한다기 보다는 성불시키는 쪽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한, 슬픔, 그리움, 분노 등의 정서는 개인과 국가의 범주를 오가며 기존 시장에서 잘 나타나지 않았던 새로운 서사를만들어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3세계라고 뭉뚱그려 말했지만, 이러한 표현이 제대로 말 하는 것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사실 이 글의 서술 방식은 서구의 기준에서 동양의 종교와 전통을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모호하고 광범위한  단어로 사용하는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이러한 뭉뚝하고 지칭하는 대상이 부정확한, 붕뜬 듯한 단어 보다는 특정 문화와 그것을 지칭하는 개별적인 표현이 더 대중화 될 수 있도록, 각국의 문화와 역사가 깊이 관여된 그들만의 포맷을 한 게임들이 더 많이 등장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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