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외과 의사는 비뇨기과 의사였다?

by 닥터 플로우

나일강의 새벽은 세상의 모든 색이 태어나기 직전의 아득한 잿빛을 띱니다. 수면 위로 물안개가 낮게 깔리고, 하늘은 푸른 새벽과 붉은 여명 사이에서 망설이듯 번져나갑니다. 그런 시간에 한 소년이 누군가의 두 팔에 붙잡혀 있습니다. 도망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힘이라기보다, 넘어지지 않게 지탱하는 힘에 가깝습니다. 맞은편 사람의 손에는 돌칼이 들려 있습니다. 날은 짧지만, 의도는 분명합니다. 소년의 얼굴은 찡그려지고, 주변에는 서둘러 만든 연고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연고를 발라 견딜 만하게 하라”는 뜻의 문장이 벽면에 남아 있음은, 이 장면이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행위’였음을 알려 줍니다. 누군가는 이것을 정결의 의식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위생의 관습이라고 말합니다. 어느 쪽이든 결국 한 가지 사실만은 남습니다. 인류는 아주 일찍, 의도적으로 사람의 몸을 절개했습니다. 그리고 그 절개가 향한 곳은 유난히도 민감한 자리였습니다. [1][2]

외과의 첫 장면을 전쟁터에서 찾고 싶어지는 마음을 저는 이해합니다. 피와 칼, 쓰러진 전사들의 이야기야말로 외과의 역사에 어울리는 무대처럼 보이니까요. 하지만 기록에 남은 '계획된 절개'의 오래된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전혀 다른 결론에 가까워집니다. 인류는 생존만큼이나 정체성과 의례, 그리고 청결을 위해서도 칼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칼은 비뇨생식기 주변에서 빛났습니다. 이번 장은 그 빛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포경수술, 요로결석, 소변의 흐름, 방광과 신장에 대한 상상과 두려움이 어떻게 현대의학과 수술의 초석이 됐는지, 아주 오래된 기록들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정결과 청결 사이에서 태어난 수술

고대 이집트에서 포경수술은 다양한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어떤 기록과 장면들은 정결과 의례의 분위기를 띠고 있고, 또 어떤 글귀는 청결을 유지하려는 목적을 떠올리게 합니다. 특히 고왕국 시기의 무덤 부조에서 포경수술 장면이 비교적 또렷하게 나타나는데, 그것이 정말 수술 현장을 그대로 그린 것인지, 상징적인 장면인지에 대한 논의는 남아 있어도, '현대의 포경수술과 비슷한 행위가 고대에도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첫째, 환자의 몸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움직이지 말라고 붙들어주는 역할이지요.

둘째, 손에 도구를 든 사람이 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집도의입니다.

셋째, 통증을 줄이는 연고, 즉 '마취 연고'를 암시하는 표현이 언급됩니다.

이 세 가지 조합은 시대가 아무리 달라도 "수술이 굴러가는 방식"의 핵심입니다. [1]

또 다른 연구는 제5왕조 제드카레(Djedkare) 피라미드 단지에서 발견된 부조 파편을 근거로, 왕실의 의식과 연관된 포경수술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포경수술이 단순히 "깨끗이 하자"는 개인위생에 그치지 않고, "이제부터 너는 우리 집단의 한 사람이다"라는, 권력과 통과의례, 집단적 정체성과도 연결되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2]

여기서 저는 일부러 질문을 하나 더 얹고 싶습니다. 왜 하필 '그곳'이었을까요. 인간에게 비뇨생식기는 민감한 자리인 동시에 의미가 깊은 자리입니다. 번식, 혈통, 성인식, 순수함, 금기. 여러모로 상징적인 곳이기도 하지요. 그러니 그곳은 의학의 무대이기 전에, 이미 문화의 무대였습니다. 인류사에서 인체를 자르고 뚫고 붙이는 행위는 종종 사회가 먼저 부른 뒤, 의학이 뒤늦게 따라가곤 했습니다.


파피루스가 기록한 ‘소변이 막히는 공포’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 중 의학과 관련된 내용이 담긴 것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기원전 1550년 무렵으로 여겨지는 에버스 파피루스(Ebers Papyrus)입니다. 거기엔 상처 치료법 외에도, 소변과 관련된 문제들, 소변이 너무 자주 나오거나, 피가 섞이거나, 시원치 않거나, 아예 나오지 않는 문제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3]

지금의 의학 용어로 뭐라 단정하기엔 조심스럽지만,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무엇인가가 ‘오줌길을 막는’ 상태가 존재한다는 것,

오줌길이 막히면 사람이 괴로워진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그 막힘은 참을 수도 없을뿐더러, 참으면 안 된다는 것.


히포크라테스의 금지문이 말해 주는 것

돌은 조용히 자랍니다. 그리고 어느 날, 소변길 한가운데에 앉아 왕처럼 통행을 금지합니다. 그 순간, 사람은 약초를 달이고 주문을 외우다가도, 결국 이런 결론에 다다릅니다. “저걸 꺼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내과와 외과는 갈라집니다.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흔히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비뇨의학과 전문의의 눈에는 더 흥미로운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등장하는, 그 유명한 구절이지요.

“나는 돌(결석)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칼을 대지 않을 것이며, 대신 그 분야의 전문 기술자에게 맡길 것이다”[5]

이 한 줄은 여러 가지 의미로 인상적입니다.

첫째, 그만큼 결석 환자가 흔했다는 뜻입니다.

둘째, 이미 그 시대에도‘돌을 자르는 사람들’- 말하자면 전문 수술자가 따로 있었다는 뜻이지요.

셋째, 그 수술은 위험했고, 그래서 아예 직업윤리의 ‘금지 조항’으로 못 박을 정도였다는 의미입니다.

흥미로운 건, 히포크라테스와 제자들의 의학서적들에는 방광·신장결석의 증상(통증, 배뇨 곤란 등)이 꽤 자세히 나오고, 식이와 생활요법으로 다스리려는 흔적도 보인다는 점입니다. 다만 '칼'을 들고 살을 '베는 것'만큼은 선서에서 말하듯 ‘Surgeon(수술하는 의사)’에게 맡깁니다. 저는 이 부분이 의학이 아직 어설프던 시절, 비뇨기 질환이 ‘Surgery(수술)’이라는 선택지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강하게 떠올리게 했던 분야였다는 증거처럼 느껴집니다.


로마의 수술은 기록이 된다. 켈수스의 결석절개술

로마에서 수술은 한층 더 현실적이 됩니다. 켈수스(Celsus)의 『De Medicina』는 방광결석을 회음부로 접근해 제거하는 수술, 이른바 회음부 결석절개술(perineal lithotomy)을 구체적으로 기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7] 고대의 결석 수술은 대개 신장이나 요관결석보다 방광결석을 목표로 했습니다. 신장, 요관은 깊고 위험한 곳에 있었고, 방광은 상대적으로 ‘도달 가능한 공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켈수스의 결석수술방법은 환자를 고정하고, 손가락으로 직장을 통해 결석의 위치를 짐작하고, 회음부를 절개해 방광으로 접근하여 돌을 꺼내는 방식입니다. 그 광경을 상상해 보면 숨이 턱 막히네요. 그 시대의 의학이 '막힌 소변길은 물리적으로 뚫어야 한다'는 명제를 얼마나 간절하게 받아들였는지 짐작이 갑니다.

요로결석의 역사를 다룬 리뷰 논문들은 켈수스의 기록을 고대 결석 수술의 중요한 이정표로 내세우면서, 이 수술은 이후 오랜 세월 동안 큰 틀에서 변하지 않은 채 반복되었다고 평가합니다. [8]


갈레노스: 비뇨의학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사람

그리고 2세기 갈레노스(Galen)가 등장합니다. 그는 해부와 생리의 언어를 정교하게 다듬었고, 비뇨기 영역에서도 진단과 기구 사용의 전통을 단단히 정리했습니다. [9] 그를 통해 우리는 한 가지 관점을 더 선명하게 보게 됩니다.

“요로는 관(管)이고, 관은 기구로 안전하게 다룰 수 있다.”

연구들에 따르면 히포크라테스부터 켈수스, 갈레노스에 이르는 저자들은 도뇨관을 언급하며, 요폐(urinary retention)나 방광 내 응혈, 결석 같은 상황에서 사용을 고려합니다. 또 갈레노스가 S자 형태의 금속 도뇨관을 보여주었다는 전승도 전해집니다. [9]

비뇨의학과는 ‘자르고 꿰매는’ 외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길과 흐름을 읽는 학문입니다. 막힌 길을 뚫고, 좁은 통로를 안전하게 지나가게 하고, 흐름을 되살리는, 어쩌면 가장 공학적인 의학. 그리고 그 감각은, 이미 고대부터 싹트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인류 최초의 외과 의사는 비뇨기과 의사였을까?

‘최초’라는 단어는 늘 조심스럽습니다. 누군가는 “골절을 맞추고 붕대를 감은 쪽이 더 이르지 않느냐”라고 말할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이를 뽑는 순간이야말로 수술의 시작”이라고 반박할 수도 있지요. 그럼에도 제가 굳이 이 질문을 꺼내는 까닭은, 비뇨기 질환이 때때로 인간을 가장 빠르게 ‘행동하게 만드는 병’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결석과 요폐는 환자에게 시간을 남겨주지 않습니다. 통증은 설명을 기다리지 않고, 소변이 막힌 몸은 “내일 다시 오라”는 말에 타협하지 않습니다. 약초를 달일 여유도, 의식을 치를 여유도 없이, 오늘 밤을 넘기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손을 내밉니다. 손이 닿지 않으면 도구를 쥐고, 도구로도 부족하면 결국 날을 세웁니다. 그렇게 생겨난 것이 ‘길을 열어주는 기술’입니다. 그리고 그 기술이 가장 자주 향했던 곳 가운데 하나가, 소변길이었습니다. 의학이 아직 신화와 기도와 약초 사이를 오가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한 가지 사실만큼은 분명히 알았던 것입니다. 내 몸안을 흐르는 강물이 막히면 살 수 없다. 흘러야 산다.

어쩌면 인류가 처음으로 ‘칼’이라는 선택을 정당화한 순간은, 병을 고치려는 거창한 이상이 아니라, 단 한 번이라도 시원하게 배뇨하고 싶다는 그 단순하고 절실한 소망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간절함이야말로, 수술이라는 행위의 가장 오래된 기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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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Lutnick E, Pranikoff K, Waisanen KM. A cut above the rest: the historic perspectives of circumcision and anesthesia. International Journal of Urologic History.2022 Jul;2(1):8-17. doi:10.53101/IJUH.2.1.752201.

[2] Megahed M, Vymazalová H. Ancient Egyptian royal circumcision from the pyramid complex of Djedkare. Anthropologie (Brno).2011;49(2):155-164.

[3] Sächsische Akademie der Wissenschaften zu Leipzig (Science in Ancient Egypt). Papyrus Ebers—English. English translation prepared by Sinclair A; based on German translation and analyses by Popko L. [Internet]. [cited 2025 Dec 29]. Available from: (URL not provided)

[4] The British Association of Urological Surgeons (BAUS). Ancient Egypt. BAUS Virtual Museum (Time Corridor) [Internet]. [cited 2025 Dec 29]. Available from: https://www.baus.org.uk

[5] Hippocrates. The oath. Adams F, translator. Internet Classics Archive (MIT) [Internet]. [cited 2025 Dec 29]. Available from: https://classics.mit.edu

[6] Poulakou-Rebelakou E, Rempelakos A, Tsiamis C, Dimopoulos C. “I will not cut, even for the stone”: origins of urology in the Hippocratic Collection. Int Braz J Urol.2015 Jan-Feb;41(1):26-29. doi:10.1590/S1677-5538.IBJU.2015.01.05.

[7] Celsus AC. De medicina.Book VII (sections on stone surgery/lithotomy). Spencer WG, translator. Loeb Classical Library.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London: William Heinemann; 1938. Available from: https://penelope.uchicago.edu

[8] Tefekli A, Cezayirli F. The history of urinary stones: in parallel with civilization. ScientificWorldJournal.2013;2013:423964. doi:10.1155/2013/423964.

[9] Galen. On the natural faculties.Brock AJ, translator. Loeb Classical Library 71. London: William Heinemann;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1916. Available from: https://www.gutenberg.org

[10] Unschuld PU. Huang Di Nei Jing Su Wen: nature, knowledge, imagery in an ancient Chinese medical text.Berkeley (C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03. doi:10.1525/california/9780520233225.001.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