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흔한 성병들에 대하여

by 닥터 플로우


이번 장에서 다룰 질환들은 정말 흔합니다. 너무 흔해서 경계심이 흐려지고, 그래서 더 자주 지나칩니다. 그리고 그 무심함이, 나중에야 비로소 문제로 돌아오곤 합니다.


클라미디아 : 아프지 않아서 놓치는 병

클라미디아는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보는 성병 중 하나입니다. 특히 남성에서는 요도염으로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변 볼 때 따끔거림, 묘한 불편감, 맑은 분비물 같은 애매한 증상으로 시작해 “뭔가 이상한데, 병원 올 정도는 아닌 것 같아서요” 라며 며칠을 버티다 오시는 분들이 흔합니다.

문제는 이 시기를 그냥 넘길 때입니다. 클라미디아 요도염은 자연히 좋아지는 것처럼 보였다가, 치료하지 않으면 전립선염이나 부고환염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때부터는 통증도 오래가고 치료도 훨씬 번거로워집니다. “괜히 참았다가 병을 키웠다”는 말을 남성 환자분들께서 가장 많이 하십니다.

여성에서는 양상이 다릅니다. 클라미디아는 여성에게서 무증상 감염이 매우 흔해, 통증도, 분비물도 거의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검사를 하지 않으면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시간을 보내게 되고, 그 사이 염증이 누적되어 골반염, 난관 손상, 불임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1][2] 그래서 클라미디아는 증상이 있어서 치료하는 병이 아니라, 검사에서 확인되면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병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 하나. 성병 치료의 주인공은 '우리'입니다. 파트너와 동시에 치료받지 않으면, 나는 나았는데 상대에게 다시 옮는 '핑퐁 감염'이 일어납니다. 즉 성 파트너와의 동시 치료와 치료 후 확인 검사까지가 한 묶음입니다. [3]


임질 : 가볍게 넘기면, 치료가 점점 어려워지는 병

임질은 비교적 증상이 분명한 편입니다. 요도 분비물, 배뇨통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불완전한 치료입니다. 증상이 호전됐다고 임의로 약을 중단하거나, 자가 처방으로 약을 사 먹거나, 불충분한 용량의 항생제를 남용하면 균이 내성을 갖게 되어, 나중에는 어떤 약도 듣지 않는 '슈퍼 임질'로 변할 수 있습니다. [4]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임질의 항생제 내성 증가는 중요한 공중보건 문제로 보고되고 있으며, 치료 지침 역시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습니다. 임질은 흔하지만,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되는 병입니다.


유레아플라즈마 : "흔히들 갖고 있다"는 말의 함정

유레아플라즈마는 매우 흔한 균입니다. 그래서 임상 현장에서도 의미를 두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알아둘 어야 할 점은, 유레아플라즈마는 종류가 두 가지라는 것입니다. 단순히 비뇨기 생태계의 일부인 경우(파붐)도 있지만, 염증을 일으키고 임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우(유레아라이티쿰)도 있습니다. 내 몸속 균이 무엇이고 어떤 상태인지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최근 연구들에서는 유레아플라즈마 유레아라이티쿰 감염이 임신 중 융모막염, 조산, 유산과 연관될 수 있음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5] 모든 경우가 치료 대상은 아닙니다. 그러나 증상이 있거나, 임신 준비 중이라던지 기타 여러 경우에 임상적 맥락에 따라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6]

“흔하다”는 말은 “무해하다”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헤르페스 : 가장 오해가 많은 병

헤르페스 2형은 요즘 진료실에서 체감적으로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성병 중 하나입니다. [7] 특히 “나는 한 사람만 만났는데요”, “콘돔도 썼는데요”라는 말과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병이 자주 오해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입술에 수포를 일으키는 헤르페스 1형과 흔히 혼동되고, 증상이 없을 때는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아무 일도 없는 시간’에도 파트너에게 전파될 수 있고, 한 번 감염되면 평생 관리해야 한다는 설명은 또 쉽게 와닿지 않습니다. 같은 바이러스라도 어떤 이에게는 일상의 작은 불편에 그치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관계와 삶의 방향을 송두리째 흔드는 경험으로 남기도 합니다.

헤르페스는 바이러스가 신경절에 잠복하는 감염으로,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치료의 핵심은 없애는 데 있지 않고, 재발을 줄이고 전파를 막는 관리에 있습니다.[8] 문제는 이 관리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면서도, 실제로는 자주 놓쳐진다는 점입니다.

초감염 시에는 물집과 궤양, 심한 통증으로 걷기조차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8] 그러나 이 시기를 지나 증상이 가라앉으면, “이제 끝난 것 아닐까” 하고 마음을 놓기 쉽습니다. 실제 진료실에서는, 바로 그 이후가 더 중요해집니다.

헤르페스는 증상이 눈에 보이기 직전, 따끔거리거나 화끈거리거나 뻐근한 느낌이 시작되는 이른바 전구증상 시기부터 이미 전염력이 있습니다.[1][3] 그리고 물집이나 상처가 나타났을 때는 전파 위험이 가장 높아집니다.[2] 그래서 헤르페스 관리에서 기준이 되는 시점은 “약을 먹기 시작한 날”이 아니라, “증상이 완전히 끝난 날”입니다.

항바이러스제는 증상의 기간과 강도를 줄이고 회복을 앞당기는 중요한 치료입니다. 그러나 약을 복용했다고 해서 전파 위험이 즉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진료실에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전구증상이 느껴지는 순간부터는 성관계를 피하고, 물집이나 상처가 생겼다면 새 살이 덮여 완전히 아물 때까지 성접촉을 중단하는 것이 원칙입니다.[9]

또 하나, 많은 분들이 놀라는 사실이 있습니다. 헤르페스는 증상이 전혀 없는 시기에도 바이러스가 배출될 수 있습니다.[4] 그래서 “아무 증상도 없었는데 옮았다”는 상황이 실제로 발생합니다. 콘돔은 분명 도움이 되지만, 피부 접촉으로 전파되는 특성상 완전한 차단 수단은 아닙니다.[5]

재발이 잦거나, 파트너가 감염되지 않았거나, 파트너 보호가 특히 중요한 상황에서는 매일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는 억제요법을 고려하기도 합니다.[1][8]

제가 환자분들께 가장 현실적으로 드리는 말은 이겁니다. 헤르페스는 “한 번 생기면 끝난 병”도 아니고, “그냥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병”도 아닙니다. 관리하면 충분히 일상을 지킬 수 있지만, 방치하면 타인의 삶까지 바꿀 수 있는 병입니다.


흔하다는 말에 속지 마세요

위에 얘기한 병들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흔하지만, 방치하면 흔하지 않은 결과를 남긴다는 점입니다. 성병 검사는 의심이 강할 때만 받는 검사가 아닙니다. 애매할 때, 찝찝할 때, 그리고 아무 증상이 없을 때 받는 검사가 오히려 가장 의미가 큽니다. 성병 진료실은 혼나는 곳도, 부끄러워해야 할 곳도 아닙니다. 정보를 정리하고, 필요한 치료를 하고, 앞으로를 덜 불안하게 만드는 자리입니다. 조용한 병일수록, 빨리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입니다.


임신을 앞둔 부부에게

성병은 “내 몸”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진료실에서 성병 상담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대화의 방향이 바뀌는 분들이 계십니다. 처음에는 본인 증상 때문에 오셨다가, 조심스레 이렇게 물으시죠.

“원장님… 저 사실 임신 준비 중인데, 괜찮을까요?”

이 질문이 나오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성병은 흔하고 치료도 가능하지만, 임신과 출산을 앞두면 이야기가 조금 더 진지해집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성병은 때로 임신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방해하고, 임신이 된 뒤에는 임신의 경과와 아기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클라미디아는 치료를 미루면 골반염으로 이어져 난관에 손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10]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왜 임신이 잘 안 되지?”라는 질문이 몇 년 뒤에야 의미를 갖는 경우가 여기서 생깁니다. 또한 산모가 클라미디아에 감염된 상태로 출산하면 신생아가 산도를 지나면서 감염될 수 있고, 그 결과 신생아 결막염이나 폐렴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10]

임질 역시 신생아 감염(특히 눈 감염)을 일으킬 수 있어, 산전 검사와 치료가 가장 중요한 예방법으로 제시됩니다. [12]

유레아플라즈마는 임신 중 감염과 융모막염, 조산 임신합병증과의 연관성이 보고되어 왔고, 그래서 임신을 준비하는 상황에서는 흔하다고 무시하면 안 되는 균입니다. [13] 물론 모든 경우가 치료 대상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냥 두자”는 결정은 진료실에서 비뇨의학과 의사와 상담 후 내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리고 매독은 말 그대로 ‘시간’이 곧 결과가 됩니다. 치료되지 않은 임신부 매독은 태아에게 사산, 신생아 사망, 조산, 저체중아 같은 심각한 결과를 남길 수 있고,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도 임신 중 매독 선별검사와 치료를 강조합니다. [14]

헤르페스는 또 다른 의미에서 중요합니다. 임신 중 특히 임신 후반에 초감염이 생기면 신생아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산과 진료에서는 병력 확인, 분만 시 병변 여부 확인, 그리고 재발이 있는 경우 임신 후반 억제요법 같은 전략을 사용합니다. [15]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결론은 한 문장으로 모입니다.
임신 준비 단계에서 성병을 확인하고 정리하는 일은, “불안할때 하는 검사” 정도가 아니라 임신과 출산의 리스크를 미리 낮추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진료실 FAQ

“아무 증상도 없는데요. 그래도 꼭 검사하고 치료까지 해야 하나요?”
네, 성병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성병 중에는 클라미디아나 유레아플라즈마처럼 무증상 감염이 흔한 병들이 많고, 이런 감염은 아프지 않은 채로 시간을 보내다가 나중에 골반염, 불임, 반복 감염 같은 문제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성병 검사는 지금의 불편함을 확인하는 검사가 아니라, 앞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정리하는 검사에 가깝습니다. 증상이 있느냐보다, 검사 결과와 감염 단계가 치료 여부를 결정합니다.

“치료를 받았는데, 다시 재검사까지 꼭 해야 하나요? 그냥 끝난 거 아닌가요?”
성병은 치료만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독, 임질, 클라미디아처럼 치료 후 확인 검사가 중요한 질환들은 약을 맞거나 먹고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균이나 바이러스가 완전히 정리됐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일정 시간이 지난 뒤 혈액검사나 소변검사로 수치가 제대로 떨어졌는지 확인해야 비로소 치료가 마무리됩니다. 여기에 파트너 치료까지 빠지면 재감염 위험도 남습니다. 그래서 성병 치료는 약이 아니라, 확인 검사까지 끝났을 때 정리된 치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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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orkowski KA, Bachmann LH, Chan PA, et al. Sexually transmitted infections treatment guidelines, 2021. MMWR Recomm Rep. 2021;70(4):1–187.

[2] Haggerty CL, et al. Risk of sequelae after Chlamydia trachomatis genital infection in women. J Infect Dis. 2010;201(Suppl 2):S134–S155.

[3]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클라미디아 감염증」.

[4] Unemo M, Shafer WM. Antimicrobial resistance in Neisseria gonorrhoeae. Clin Microbiol Rev. 2014;27(3):587–613.

[5] Taylor-Robinson D, Lamont RF. Mycoplasmas in pregnancy. BJOG. 2011;118(2):164–174.

[6]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유레아플라즈마 감염」.

[7] Looker KJ, et al. Global and regional estimates of prevalent and incident herpes simplex virus type 2 infections. PLoS One. 2015;10(1):e114989.

[8] Corey L, Wald A. Genital herpes. N Engl J Med. 2009;361:1376–1385.

[9] Johnston C, et al. Management of HSV infection. Lancet. 2016;387:183–192.

[10] Workowski KA, Bachmann LH, Chan PA, et al. Sexually Transmitted Infections Treatment Guidelines, 2021. MMWR Recomm Rep. 2021;70(4):1–187.

[11] 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 Screening for Chlamydia and Gonorrhea: Recommendation Statement. 2021.

[12]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 Gonococcal Infections Among Neonates. STI Treatment Guidelines, 2021.

[13] Viscardi RM. Ureaplasma species: Role in diseases of prematurity. Clin Perinatol. 2010.

[14] World Health Organization. Syphilis Fact Sheet. Updated 2025. (임신 중 미치료 매독의 불리한 임신·출산 결과)

[15] American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gists (ACOG). Management of Genital Herpes in Pregnancy (Practice Bulletin No. 2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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