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이 아니라 처방전이 필요한 사람들

by 닥터 플로우

골목의 수치심, 그 비릿한 고백

최근 몇 년 사이, 서울의 공공 게시판과 뉴스 사회면에는 기묘한 '악취'가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종로 탑골공원부터 노원의 마들공원 근처까지, 유동 인구가 많은 골목마다 노상방뇨 민원이 빗발친다는 소식입니다. 기사 속 골목은 늘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치우는 게 일과"라며 혀를 차고, 행인들은 코를 쥐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깁니다.

여론의 화살은 대개 단순하고 날카로운 곳을 향합니다. 공중도덕의 부재, 노인들의 무신경함, 단속의 미비. 그 질타는 정당해 보입니다. 도시는 공동의 공간이며, 위생은 현대 문명의 기본 약속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노원역 인근의 작은 비뇨의학과 진료실에서, 그 비릿한 악취 뒤에 숨겨진 전혀 다른 문장들을 마주합니다.

"원장님, 저 이번에… 딱지를 뗐습니다."

일흔두 살의 김 씨가 고개를 숙였습니다. 거친 손마디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어디서요?"

"마들공원 가는 길에요. 압니다, 길바닥에 그러면 안 된다는 거. 그런데 원장님, 30초를… 그 30초를 못 참겠더라고요. 화장실이 저 눈앞에 있는데, 몸이 말을 안 들어요. 주르륵, 쏟아져 나오는데… 사람들 안 보는 골목으로 숨어드는 수밖에요."

그의 요속 검사 결과지는 참혹했습니다. 최고 요속 7ml/s, 잔뇨 200ml. 전립선 크기는 정상치의 서너 배인 75cc. 그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거대한 댐이 무너지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경고였습니다.


방광이 내리는 무자비한 명령

의학적으로 전립선 비대증은 '나이의 퇴적물'입니다. 50대의 절반, 80대의 80%가 이 비대해진 조직을 몸속에 품고 살아갑니다. 그중 가장 폭력적인 증상이 바로 '급박뇨'입니다.

급박뇨는 단순한 요의가 아닙니다. 그것은 이성의 통제를 비웃으며 찾아오는, 거부할 수 없는 신체의 명령입니다. 정상적인 방광이 "소변이 찼으니 화장실을 찾자"라고 제안하는 '신사'라면, 비대증 환자의 방광은 "지금 당장 비우지 않으면 여기서 터뜨리겠다"라고 협박하는 '폭군'에 가깝습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무릎 관절염으로 걸음이 무거운 노인이 50미터 앞의 화장실을 발견했을 때, 방광이 부여한 유예 시간은 단 15초뿐입니다. 그 짧은 찰나, 노인은 선택해야 합니다. 대낮의 길거리에서 바지를 적시는 치욕을 감당할 것인가, 아니면 벌금을 각오하고 골목의 어둠 속으로 숨어들 것인가. 이것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무너져가는 육체와 사투를 벌이는 '존엄의 경계선'에 관한 문제입니다.


진료실 밖으로 흐르는 질병

질병은 진료실 차트 위에 박제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환자의 삶 속으로 흘러들어 일상을 오염시킵니다.

상계동에 사는 김 씨는 이제 공원에 나가지 않습니다. 화장실 위치가 파악되지 않은 곳은 그에게 전쟁터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일흔다섯의 박 씨는 아예 물을 마시지 않습니다. 탈수로 입술이 바짝 말라가도, 바지가 젖는 수치심보다는 낫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환자 최 씨는 화장실로 뛰어가다 넘어져 손목이 부러진 채 내원했습니다.

그들의 세계는 점점 좁아집니다. 거실에서 안방으로, 안방에서 화장실로. 사회적 고립은 그렇게 소리 없이 시작됩니다. 노원구에만 65세 이상 인구가 13만 명이 넘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지금도 수락산과 불암산 자락 아래에서 자신만의 고독한 전쟁을 치르고 있을 것입니다.


벌금보다는 처방전을, 단속보다는 진단권을

법은 이성의 산물이지만, 방광은 생리의 산물입니다. 노상방뇨를 금지하는 법의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법이 방광의 생리학적 필연을 고려하지 않을 때, 그것은 누군가에게 가혹한 낙인이 됩니다.

저는 감히 제안합니다. 노상방뇨로 적발된 고령의 남성들에게 과태료 5만 원을 부과하는 대신, '비뇨의학과 진료 이용권'을 건네주면 어떨까요? 벌금은 세수를 채울 뿐이지만, 처방전은 한 노인의 삶을 재건합니다. 알파차단제 한 알,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 한 알이 그들에게 5분의 여유를 선물할 수 있다면, 그들은 다시 당당하게 공원 화장실을 향해 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의학의 경계에서

올리버 색스는 그의 저서에서 "우리는 뇌를 치료하지만, 정말로 치료하는 것은 그 사람의 세계다"라고 말했습니다. 저 역시 전립선을 치료하지만, 진정으로 되찾아주고 싶은 것은 환자의 '사회적 영토'입니다.

6개월간 꾸준히 약을 복용한 김 씨는 이제 밤에 한 번만 일어납니다. 덕분에 몇 달간 각방을 쓰던 아내와 다시 한 이불을 덮게 되었습니다. 지난주에는 손주를 보러 부산행 KTX를 탔다고 자랑하시더군요. "원장님, 이제 기차 여행도 겁나지 않습니다."라고 웃는 그의 얼굴에서 저는 비로소 치료가 완성되었음을 느꼈습니다.

질병은 진료실에서 진단되지만, 치유는 거리에서 완성됩니다. 골목의 악취를 지우는 가장 품격 있는 방법은 단속반의 호루라기가 아니라, 그들의 몸속에 흐르는 강물이 다시 평온하게 흐르도록 돕는 의학적 손길일 것입니다.

오늘도 노원역의 분주한 인파 속에서, 누군가는 간절하게 30초의 평화를 기도하며 걷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들을 위해 다시 진료실의 불을 밝힙니다.




진료실 FAQ


Q1. 소변이 마려우면 참는 게 좋은가요, 아니면 참지 말고 바로 봐야 하나요?

A. "급박뇨가 있다면, 의학적으로 '계획된 참기'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소변을 참으면 병 된다"고 알고 계시지만, 급박뇨나 과민성 방광 환자분들에게는 오히려 '방광 훈련(Bladder Retraining)'이라는 치료법을 권장해 드립니다. 소변이 마렵다고 해서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면 방광은 점점 더 예민해지고, 담을 수 있는 용적도 줄어듭니다.

소변이 급할 때 바로 화장실에 가는 대신, 제자리에서 항문 조이는 운동(케겔 운동)을 하며 5분에서 10분 정도 의도적으로 참아보는 연습을 해보세요. 이렇게 참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면 방광의 크기가 늘어나고 급한 증상도 완화될 수 있습니다. 단, 방광염으로 인한 통증이 있거나, 소변을 보고 나서도 시원하지 않은(잔뇨감이 심한) 경우라면 억지로 참는 것이 독이 될 수 있으니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셔야 합니다.


Q2. 약물치료 외에 급박뇨를 줄이기 위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이 있나요?

A. "방광을 자극하는 '3대 적'을 피하셔야 합니다."

급박뇨는 먹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카페인(커피, 녹차), 알코올(술), 그리고 맵고 자극적인 음식은 방광 점막을 직접적으로 자극하여 소변을 더 급하게 만듭니다.

특히 커피는 강력한 이뇨 작용을 하여 단시간에 방광을 채우고 예민하게 만듭니다. 급박뇨 증상이 심할 때는 커피를 디카페인으로 바꾸거나, 저녁 식사 후에는 수분 섭취를 조금 줄이는 것만으로도 야간뇨와 급박감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체중이 많이 나가면 복압이 올라가 방광을 누를 수 있으니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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