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나는, 생각하는 사람이다 10
마무리, 전체 정리
나는 늘 평범하다고 생각했다.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눈에 띄는 업적을 남긴 적도 없다.
내가 쓴 글에 수천 명이 공감 버튼을 누르지도 않고,
나의 하루는 뉴스에 나올만한 극적인 순간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 평범한 일상을 오래 바라보고 곱씹는 버릇이 있다.
사소한 말을 곱씹고,
잊힐만한 장면을 마음에 오래 두고,
지나간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 채
한참을 붙들고 있는 그런 성격.
사람들은 흔히 ‘생각이 많다’고 표현하지만, 나는 이 사유의 습관이야말로
나를 지켜주는 가장 오래된
기둥이라고 믿는다.
아무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묻고
또 대답하는 일들,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세상은 빠르게 움직이고 사람들은
점점 더 말이 많아지지만,
나는 그 속도에서 한 발 물러서
조용히 내 안의 질문을 듣는다.
나는 무엇을 좋아했지?
나는 왜 이런 선택을 했지?
이 상황에서 내가 가장
지키고 싶은 건 무엇이지?
이런 사소하고도 깊은 물음들은,
주부라는 타이틀 아래
너무도 쉽게 묻혔던 나라는 사람의
실루엣을 다시 그리게 해 주었다.
아이가 자라면서 내게서 점점 떨어져 나가고, 가족의 손이 덜 필요해졌을 때,
비로소 나는 나를 들여다보는
여백을 얻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것을
돌보지 않아도 되는 시점이 되어서야
나 자신을 돌보기 시작했다.
수술 이후의 시간은 강제로 멈춘 버튼 같았다.
움직이지 못하니 생각만 늘었고,
그 속에서 나는 내 삶의
선명한 문장들을 천천히 정리해 나갔다.
나는 언제 제일 나답다고 느끼는가,
나는 왜 늘 나를 위한 소비를 미뤘는가,
좋은 엄마보다 괜찮은 인간이고
싶은 마음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질문은 사유를 낳고,
사유는 문장을 만들고,
그 문장은 내 안에 누적되어
다시 나를 구성한다.
그렇게 나는 내 삶을 다시 살고 있었다.
이 연재를 통해 나는 화려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하루들이 사실은 얼마나
밀도 높은 생각의 기록으로
가득 차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식탁 위에 올려진 반찬 하나,
마트에서의 사소한 소비,
혼잣말 속의 단어 선택,
창밖을 오래 바라보는 습관,
모든 것이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고 있었다.
삶이란 그렇게 작고 단단한 일상에서 피어나는 사유의 총합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자식을 잘 키운 사람?
다정한 아내?
인내심 강한 며느리?
물론 그 모든 역할이 내 일부였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나는 생각하는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이다.
누구의 그림자 속이 아니라,
누구의 판단 속이 아니라,
나만의 언어로 사는 사람.
세상이 뭐라 하든,
생각하는 나는 나답게 살아갈 수 있다.
특별하지 않아서 더 오래 지속되는 사유, 조용해서 더 깊이 닿는 감정,
작아서 더 단단한 철학.
나는 이제야 조금씩 내 삶의 무늬를
알아가고 있다.
그 무늬는 화려하진 않지만
지워지지 않는 선으로 새겨지고 있다.
이름도 없고 장르도 모호한
이 글들은 그래서 내게 더 중요하다.
이건 문장이 아니라
나의 삶의 조각이었으니까.
나는 오늘도 커피를 내리고
창을 열며 생각한다.
평범한 나는,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걸 알게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연재는 내게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