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는 청소는 나를 닮았다 9
반복과 루틴의 철학
청소는 하루를 다듬는 일이다.
나는 아침마다 바닥을 쓸고,
먼지를 닦고, 세탁물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행주를 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특별히 누가 올 것도 아닌데도 그렇게 한다. 내 삶을 누군가 들여다본다면
다소 무의미해 보일지도 모른다.
어제도 닦은 바닥을 오늘 또 닦고,
아침에 정리한 싱크대는
점심쯤이면 다시 흐트러진다.
반복은 효율과는 거리가 멀고,
성취보다 더디다.
그러나 나는 이 느린 과정 속에서
이상하게도 '살고 있다'는 감각을 얻는다. 나를 복잡한 세상에서 한 겹 걸러주는 일종의 필터처럼.
하루의 첫 손길이 행주를 짜는 것이라는 사실이 문득 우습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물기 가득한 행주를 꾹 눌러 짤 때의 그 탄력과 물방울 떨어지는 감각은
내게 이상하게 명징한 의식을 안겨준다.
물을 짜낸 그 천 조각 하나에
나의 분주함과 고요함이 공존한다.
반복되는 동작은 나를 단순하게 만든다.
복잡한 마음도, 격렬한 감정도 물 한 그릇처럼 눅진하게 가라앉는다.
먼지를 닦을 때마다 나도 닦인다. 어제의 미련도, 아침의 무기력도.
창틀 위 먼지를 털다가 문득,
내가 이 삶을 얼마나 오래 살아왔는지를 체감한다.
학창 시절에도, 직장을 다닐 때도,
아이를 키울 때도,
청소는 늘 ‘해야 할 일’이었지만
정작 그 일이 나를 닮아갈 줄은 몰랐다. 아이가 어릴 땐 아이를 위한 공간을,
남편이 바쁠 땐 그의 귀가를 위한
공간을 만들 듯 치웠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아이도, 남편도, 내 손에서 벗어난
시간들을 산다.
이제 청소는 타인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나를 위한 정돈이다. 내가 있는 공간에 내가 숨 쉴 여백을 만드는 것. 아무도 보지 않는 이 작은 치유의 시간은, 삶이 내게 준 은밀한 의식처럼 느껴진다.
나는 청소를 하면서 생각한다.
어느새 깨끗함이란 상태보다는
과정이 되었다는 것을.
이 집은 나를 담는 그릇이다.
조금 덜 깔끔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하루에 한 번씩
쓸고 닦고 정리한다.
이 의식은 나를 지킨다.
변화 없는 반복이 때로는 권태가 아닌 안정감이 되기도 하니까.
마치 일정한 박자에 맞춰 흐르는 숨결처럼, 매일의 청소는 내 삶의 리듬을 만들어준다. 나는 매일 다시 이 생활로 돌아오고,
그 안에서 다시 나를 찾아낸다.
어느 날은 물걸레질을 하다 말고 울컥했던 기억이 있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한참 닦다 보니,
내가 왜 이토록 조용히 이 모든 것을 감당하고 있는 걸까 싶었다.
그러나 그 울컥함마저도 닦아낸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감정은 물때처럼 고이지만,
손을 대면 희미하게나마 지워진다.
나는 그렇게,
내 삶의 자국들을 하루하루 문질러 지운다. 그리고 그 지움 속에서 다시 살아간다.
어쩌면 청소란,
이 세상을 내가 감당 가능한 크기로
줄여놓는 일인지도 모른다.
외부의 복잡함이 나를 침범할 수 없도록, 내가 다룰 수 있는 세계만 남기기 위해
나는 매일 바닥을 닦는다.
그렇게 나는, 매일의 반복 속에서
나를 구해낸다.
청소는 더 이상 ‘해야 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이 작은 루틴 속에 나는 있다.
희미하지만 정확히 나를 닮은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