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이 나를 따라 걷는다
아침 공기엔 말이 없다.
말 대신 안개가 내려와 있다.
입을 다문 감정들이 골목을 따라 스며들고,
창문은 그저 흐려진다.
사람들은 안개를 ‘가려진 풍경’이라 말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감정을 위한 커튼’ 일지도 모른다.
안개는 기억을 덮는다.
좋았던 일도, 서운했던 말도
투명하지 못한 날씨에 감춰진다.
모서리가 무뎌지는 풍경처럼
나는 오늘의 감정에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이건 그리움일까?
아니면 어제 씻기지 않은 서운함일까?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 채,
우리는 제 감정의 밀도를 측정하지 못한 채,
서로를 지나친다.
가시거리가 짧은 날에는
멀리 가지 않는다.
마음도 그렇다.
생각은 둥글게 감기고,
문장은 속삭이는 말투로 줄어든다.
그러니까 이건
나를 덮은 무표정의 양털 같은 것.
내가 울고 있어도 아무도 모르게 해주는,
내가 웃고 있어도 굳이 묻지 않는,
그런 날의 은신처.
안개는 결국 걷히지 않는다.
그저 내가
조금 익숙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