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쓰다듬는 시간
오늘 아침, 분당 재활의학과에 다녀왔다.
8시 30분, 림프마사지를 받는 첫 수업을 예약해 둔 날이었다.
집에서는 7시 30분쯤 나섰다.
버스를 타고 야탑역에 내린 뒤, 병원까지는 걸어가기로 했다.
한 정거장 거리였지만 예전 같았으면 버스를 한 번 더 탔을 테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걷고 싶었다.
비가 오락가락해서 그런지, 덥지도 않고 바람도 시원했다.
우산을 쓰고 천천히 걷는 그 시간이 꽤 좋았다.
몸도 마음도 가볍고 상쾌했다.
병원, 그리고 조용한 대기실
병원에 도착했을 땐 8시 10분쯤.
약 20분 정도 여유가 있었고, 대기실은 의외로 조용했다.
대기표를 뽑고 자리에 앉아 잠시 눈을 감았다.
요즘 나는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수술 이후, 한 시간 간격으로 잠이 끊긴다.
배가 불편해서다.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배에 가스가 차서
결국 화장실을 다녀와야만 배가 가라앉는다.
배출을 하고 나면 배가 사르르 시원해지지만,
그걸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하는 건 꽤 지치는 일이다.
의사 말로는 수술 후 최소 두 달은 있어야
장기들이 제 기능을 되찾는다고 했다.
아직 한 달도 안 된 내 몸은, 계속해서 불편하다.
비용 앞에서 망설이기
"1번 환자분 들어오세요."
내 차례가 되어 수납창구로 향했다.
그런데 금액을 듣고 깜짝 놀랐다.
59,900원.
솔직히, 비쌌다.
고민이 들 뻔했지만, 이미 여기까지 왔고
지금 내 몸을 생각하면 아깝다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다리부터 시작된 마사지
오늘 받은 치료는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다리에 장화처럼 생긴 기계를 착용해
한쪽씩 20분씩, 총 40분간 림프를 자극하는 마사지.
왼쪽 다리부터 시작했는데,
허리에는 따뜻한 찜질팩을 얹어주셨다.
그 덕분에 수건도 필요 없었다.
다리 마사지를 받으며 눈을 감았지만,
옆 침대에서 들리는 소리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이고 아파… 아이고 아파…”
어르신의 신음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아마도 무릎 수술 후 재활 중이신 듯했다.
치료사 선생님은 묵묵히 치료를 이어가고 있었지만,
할머니의 고통은 고스란히 대기실까지 전해졌다.
그 소리에 나도 모르게 이마를 찌푸렸다.
나 역시 통증의 기억이 생생한 사람이라,
그 아픔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본격 림프마사지 수업
오른쪽 다리 마사지를 마칠 즈음, 치료사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이제 림프마사지를 직접 배워볼게요"라고 하시며 설명이 이어졌다.
윗옷과 속옷을 벗고, 아래는 팬티만 남긴 채
타월을 세로로 길게 덮은 상태로 기다렸다.
민망했지만, 지금은 몸을 배우는 시간이다.
림프는 흐름이다
마사지가 시작됐다.
목, 겨드랑이, 등, 옆구리 쪽을 부드럽게 쓸어 올리듯이
아주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마치 아기 피부를 만지듯, 살살 살살.
손끝이 지나갈 때마다 내 몸도 조용히 반응했다.
복부 쪽은 직접 마사지가 어려워
복식호흡으로 대체한다고 알려주셨다.
숨을 들이마실 때 배를 부풀리고,
내쉴 때는 최대한 납작하게.
이게 배 속 림프순환을 돕는 방법이라고 한다.
중요한 림프절, 그리고 주의사항
특히 팬티 끝 라인 근처 림프절이
하체 순환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나는 수술 후 이 부분을 절개했기에
위로도 아래로도 순환이 원활하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더욱 부드럽게, 자주 풀어줘야 한다며
방법을 하나하나 알려주셨다.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힘들면 멈추고, 혼자 할 수 없을 땐 다시 오세요.”
그 외에도 유용한 팁들을 많이 들었다.
•림프마사지는 맨살 위에 해야 효과가 있다.
•샤워 직후는 피하고, 보습제나 오일도 사용하지 않는다.
•아침저녁 하루 두 번, 혼자 조용히 할 것.
•압박스타킹은 활동할 때만, 쉴 땐 벗어두기.
•잘 땐 다리를 높게 올려둘 것.
오늘을 잘 돌보는 방법
치료가 끝나고 나니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몸이 붓거나, 뭔가 전과 다르게 느껴지면
언제든 다시 예약하세요. 잘하고 계세요.”
비록 6만 원 가까운 치료비였지만,
오늘 받은 시간과 설명, 그리고 손끝의 따뜻함을 생각하면
절대 아깝지 않았다.
앞으로는 내 몸을 더 잘 돌보자.
조금씩 천천히,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들을 쌓아가자.
이제부터가 진짜 회복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