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를 완성했다.

by 위시러브


초고를 완성했다.

정확히 말하면, 최종 목차까지 정리했고 원고는 끝까지 다 썼다.


3년 동안 초고를 쌓아왔다.

그 시간을 지금 다시 꺼내 보니, 생각보다 많은 문장이 덜컹거렸다. 감정에 취해 밀어붙인 문장, 설명에 기댄 문장, 그때의 나에게는 필요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과한 흔적들.


그래서 원고 전체를 다시 뜯어고쳤다.

감정이 과하게 겹친 부분은 덜어내고,

묘사가 부족한 장면은 다시 들여다보고,

문장은 좀 더 감각적으로, 밀도 있게 다듬었다.

몇 달 동안, 거의 처음 쓰는 사람처럼.


이 과정에서 고통보다 먼저 찾아온 건 묘한 희열감이었다. 내가 쓴 글을, 내가 아닌 사람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감각. 그건 시간을 통과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시선이었다.


처음 이 원고를 쓸 때는

상처와 마주해야 했고, 현실과 정면으로 부딪혀야 했다. 생각과 인생이 한꺼번에 정리되는 시기라

글을 쓰다 울어버리는 날도 많았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같은 이야기를 쓰고 있지만

나는 한 발짝 떨어진 자리에서 글을 바라봤다.

독자의 호흡을 생각하며,

불필요한 불편함이 남지 않도록 신중히 문장을 만든다.


수정해야 할 부분은 아직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나를 한 번쯤은 칭찬해주고 싶다.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겠다는 결심,

어떤 난관이 와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초고를 완성한 선택은 지금 생각해도 잘한 일이었다.


막막하기만 했던 그 여정은

이제 숨을 고를 지점에 와 있다.


나는 아직 완성된 사람이 아니지만,

이 원고만큼은 마침내 내 손을 떠날 준비가 되었다.





#위시러브 #쓰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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