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기 위해 '봄 담아'라는 샤브샤브 전문점에 갔다. 개인 샤브샤브 냄비가 제공되기 때문에 아이들도 여러 가지 재료를 각자 취향껏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곳이다.
두 번째 방문이었다.
직원 분께서 각자 육수를 선택한 후에 말씀해 달라고 했다. 육수는 총 다섯 종류다. 멸치 육수. 스키야키 육수. 고기 육수. 얼큰마늘 육수. 마라 육수. 직원 분께 아이들이 선택한 육수를 말씀드린 후, 내가 고른 육수를 말씀드릴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정확한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다.
당황하지 않고 이렇게 외쳤다. 대충 이게 맞는 것 같아서.
"스끼다시 주세요!"
그 순간 펼쳐진 장면은 이러했다.
함께 갔던 지인은 빵 터져서 몸을 가누기 어려워했고, 어처구니없던 내 말을 용케(?) 알아들은 직원 분은 이미 내 냄비에 '스키야키 육수'를 붓고 계셨다. 웃으면서. 아마 이런 난해한 손님은 처음이리라.
틀린 단어를 표정 변화도 없이 뻔뻔스럽고 당당하게 외치던 모습이 너무 웃겼다고, 지인이 말해 주었다. 샤브샤브 집에 와서 스끼다시가 웬 말이냐며.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면 다시 메뉴판을 볼 법도 한데 고민도 없이 당당하게 외치던 모습이 떠올라 자기 전에도 혼자 계속 웃었다고 한다.
고백하건대, 나의 일상은 웃음으로 가득하다.
크고 작은 웃음들. 지나간 웃음들. 새로운 웃음들.
웃음에도 다양한 모습이 존재하며 어떤 웃음은 누군가의 일상을 생생하게 살려주기도 한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다.
원래 웃음이 많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웃게 했을 때 희열과 행복감을 느낀다. 매우 뿌듯해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일부러 웃길 계획을 세우고 "스끼다시 주세요"를 외쳤던 건 아님을 분명히 밝혀둔다. 계획한 웃음이건 의도하지 않았던 웃음이건, 누군가를 웃게 했다면 그게 크게 중요하진 않지만. 사실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둬서 더 행복했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겠다. 뜨끈한 육수에 고기와 갖가지 채소가 푸짐하게 끓어오르는데, 어찌 웃음꽃이 피어오르지 않을 수 있을까. 책도 음미하고, 맛있는 음식도 음미하고, 함께 나눈 대화와 웃음도 음미하고,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도 음미하고, '지금'을 음미하는 순간들로 삶을 채워가는 게 참 좋다. 일상을 밝고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듯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