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한창 학교에서 수업할 시간일 텐데. 의아한 마음으로 받았다. 대뜸 이렇게 묻는다.
"엄마, 휴대폰에 나 뭐라고 저장되어 있어?"
"사랑하는 딸 소망."
"엄마로 살면서 힘든 점이 있었어?"
"우리 아기들 아플 때가 가장 힘들었지."
"우웅.."
휴대폰 너머로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울컥하는 마음을 부여잡고 이어서 다음 질문을 한다. 원래는 수업 전에 휴대폰을 모두 걷는 걸로 아는데, 오늘은 특별히 '어버이날' 과제 같은 의미로 각자의 부모에게 연락하게 한 모양이다. 수화기 너머로 와글와글한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로 살면서 언제 제일 기뻤어?"
"우리 아기들 웃을 때."
또 한 번 "우웅.."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하더니,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다시 태어나도 나의 엄마로 태어날 거야?"
"응 그럼 당연하지."
이내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덩달아 나까지 목이 메어지는 기분이다.
감정을 추스르고는 "엄마, 사랑해."라고 마음을 전하는 딸에게 나도 이렇게 대답했다. "사랑해요 축복해요."
이렇게 감동적인 어버이날이 또 있을까.
통화하는 그 순간만큼은 마치 세상에 우리 둘만 존재하는 듯한 신비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처음으로 어버이날 편지를 받았을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이랄까. 그 어떤 질문들보다도 우리 딸과 나를 강하게 연결해 주는 느낌이었다. 잊지 못할 소중한 순간으로 남을 것 같다.
생각나는 대로 바로바로 대답을 했는데, 우리 딸은 무엇 때문에 그리도 가슴이 울컥했을까. 울먹이는 모습에 가슴이 아리면서도 너무너무 사랑스러웠다. 엄마의 진심과 마음을 알아준 것 같아서 오히려 고맙다. 늘 하는 말이지만,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를 키우는 일이 매일 스펙터클하다 해도, 우리 아이들과 만난 걸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이 바로 '두 아이를 낳은 일'이니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니까. 그런 만큼 좀 더 너그러운 마음과 넓은 사랑으로 아이들을 양육하고 싶지만, 간혹 지혜롭지 못할 때가 있다. 물론 엄마도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크게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부모니까. 엄마니까. 내 자식이 너무나도 소중해서.
보통 어버이날이 오면 자연스레 나의 부모를 떠올린다.
뭔가 내가 어버이날을 챙김 받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매년. 아이들의 손길이나 마음이 담긴 편지와 선물을 받으면 기쁘긴 해도 내가 부모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잘해서 받은 거라고 생각지 않았다. 그러다 이렇게 중학생이 된 딸에게 생각지도 못한 질문들을 받으면서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 새삼 엄마에게 더 사랑스러운 딸이 되지 못했던 게 미안해진다. 이상하다. 왜 엄마와 자녀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 큰 걸까. 이것이 사랑인가. 내게는 늘 미안하고 고마운 존재들이다.
마침 교회에서 잠시 모임이 있던 날이라 다녀왔는데.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어느 순간 모두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특별한 어버이날 선물이라면서.
잠시 후 딸이 카톡으로 보내온 그림과 편지를 받고 한 번 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엄마! 항상 살면서 힘든 일 많았지?
힘들어도 계속 웃으면서 나랑 동생 돌봐줘서 고마워❤️
나는 엄마가 작가라는 게 참 멋지다고 생각해. 아직 책은 안 냈지만, 엄마라면 좋은 책도 내고 돈도 잘 벌 수 있다고 나는 항상 응원해!!"
이보다 더 행복한 응원이 또 있을까 싶다.
특별한 감동을 선물해 준 딸에게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