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시러브 May 19. 2022

싸이월드에 어떤 추억이 스며들어 있는가.

친구와 추억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반가운 싸이월드.


 우리의 감성을 몹시 자극하는 싸이월드가 돌아왔다.


 2000년대 감성을 간직한 싸이월드.

추억과 흑역사가 공존하는 토종 SNS.

조금 촌스러워도 정다운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1999년에 시작된 싸이월드는 2003년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미니홈피'라는 공간을 통해 자신의 글이나 사진들을 올려 지인들과 공유하는 커뮤니티로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었다. 최전성기는 2004년부터 2010년. 4,000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있었을 정도로 영향력이 어마어마했다.


 미니홈피라는 가상공간엔 아바타인 미니미가 있었다.

음악이 흐르고, 앨범엔 사진들이 쌓여갔다. 끄적인 일기글, 다양한 애칭을 지닌 일촌들, 주기적인 방문 이벤트와 파도타기는 실제와 가상을 강력하게 융합시켰다. 가상화폐인 도토리가 실물가치까지 지니던 시절이었다.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되어 속도 개선은 물론 전 국민의 메신저였던 네이트온과의 연동을 통해 즉시 접속을 할 수 있게 되며 더 많은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2014년 다시 싸이월드로 분사했다.


 이렇듯 2000년대에는 국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절대적인 강자로 군림했으나,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이 등장하면서 급격히 쇠락했다.


 결국 서비스 종료.


 2016년 프리챌 창업자였던 전제완 대표가 인수하며 부활하는 듯 보였으나 결국 실패했고, 2021년 엔터테인먼트 회사 스카이이엔엠 등 5개의 기업이 '싸이월드 Z'라는 법인을 새로 설립해 체불임금 10억 원을 내는 조건으로 싸이월드를 인수했다.


 2022년 현재.

메타버스의 흐름을 타고 싸이월드가 우리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바타 꾸미기, 친구들과 대화하기, 연결 짓기 등 다양한 메타버스의 기본이 되는 요소들은 이미 1999년 싸이월드에 적용되어 있었다.


 2D세대와 메타버스 싸이월드 3D세대가 함께 즐길 특별한 싸이월드가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예전에 서비스되던 오리지널 미니홈피의 재단장, 증강현실이 적용된 새로운 미니홈피 두 가지 버전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메타버스나 NFT 등 새로운 서비스까지 도입되면서 복구된 추억의 사진첩을 보는 것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본다.












 2000년대생 이후로는 싸이월드를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이전 세대라면 싸이월드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의 수많은 추억들이 저장되어 있는 곳.

 그곳에 어떤 추억들이 스며들어 있는가?


 나에게 싸이월드는 20대이고, 젊음이고, 청춘이다.


 처음 시작한 것은 2004년. 당시 고등학생이었다. 가장 활발하게 이용했던 시기는 단연 20대 초중반. 이렇게 10대 후반부터 나의 20대 초중반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공간이다. 아련한 추억부터 그다지 꺼내고 싶지 않은 흑역사까지.


 싸이월드가 부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나 반갑고 기뻤다. 사진첩이 복구되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몇 주의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싸이월드 사진첩이 열렸고, 추억이 스르르 쏟아져 나왔다. 내 눈물샘도 같이 터져버렸다. 얼마나 기다렸는데. 몇 장 보다가 울컥, 또 몇 장 보다가 울컥이라니.


 눈물샘을 건드린 가장 큰 원인은 '그리움'이 아니었을까. 함박웃음 지으며 유쾌하게 사진을 보다가, 지금은 함께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얼굴들이 등장하면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다양한 이유로 종결된 관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쓰리다. 분명 한때는 소중했던 사람들이기에.


 거리가 멀어져서 혹은 서로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자연스럽게 끊긴 인연. 일방적으로 잠수 탄 사람들. 좋지 않은 이유로 관계가 틀어진 경우. 그리고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버린 친구까지. 이별은 짧지만 그 추억은 오래가는 것 같다.


 어떤 추억은 웃음을 짓게도 하지만 또 어떤 것들은 가슴을 저릿하게 하기도 하는구나.


 다이어리에서 이런 글을 발견했다.

"그냥 내가 믿는 사람들은 나에게 그만큼 실망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믿었던 사람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다.. 나에게 무척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렸으니까.."


 이 글에서도 느껴지듯이, 그 시절의 나에겐 친구와 지인들이 정말 소중했다. 인생에서 우정이 빛났던 순간들이다.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 작가 에릭 와이너의 철학 여행기인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 공감 가는 구절 중 하나를 적어 본다.


 "젊은이들에게 친구는 중요하다. 나이 들면 친구는 더욱더 중요해진다.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고 친구의 어깨에 기대어 울 수 있는 등의 일반적인 장점 외에도, 친구는 현재의 우리 자신과 과거의 우리 자신을 연결해준다. 그렇기에 나이 들었을 때 친구를 잃는 것이 특히 더 고통스러운 것이다. 우리는 친구와 함께 과거의 일부까지 잃어버린다. 자기 자신의 일부까지도."


 그래서 눈물이 났던 걸까. 싸이월드 사진첩을 열었을 때, 옛 추억을 떠올렸을 때, 친구와 이별했을 때.











 30대 중반이 되어 바라보는 나의 20대는 어떠한가.

사랑스럽다. 봄처럼 싱그럽고 찬란하고 풋풋하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


 옛 사진을 보니 그 시절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고등학교 졸업식부터 졸업 파티, 스무 살 첫 엠티의 기억, 동아리 활동, 친구네 집에 놀러 갔을 때, 미팅, 축제, 군대 가는 친구들 배웅했던 기억, 생일파티, 아르바이트, 친구들과의 여행 등. 친구들과 어울려 밤거리를 헤매기도 하며 매일매일 추억이 쌓였던 그 시절. 정말 많은 추억을 만들었던 것 같다.


 이제는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이 되어버린 그리운 시절.

모든 게 어눌했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열정으로 가득했었다. 생각해 보면 다 아름다운 추억이다.


 무엇보다도, 그때 우린 '함께'였다.

그래서 더 추억이 아름답고 가슴 아픈지도 모르겠다.


 생텍쥐페리의 명언 하나가 떠오른다.

"좋은 벗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공통된 그 많은 추억, 함께 겪은 그 많은 괴로운 시간, 그 많은 어긋남, 화해... 우정은 이런 것들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대부분은 지금까지 인연을 잘 이어오고 있다. 그들과 만나면 10대의 나, 20대의 나로 돌아간 듯한 마법에 빠지게 된다. 그게 참 좋다. 매력적이다. 나뿐만 아니라 그들도 느낄 것이다.


 조미하 시인의 '꽃 피고 지는 날에'라는 시가 생각난다.



<꽃 피고 지는 날에>

오랜 시간 함께하여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무슨 이야기든 맞장구칠
친구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어린 시절 꿈을 공유하고
젊은 시절 희로애락을 나누고
서툴게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 키우는 모습을
지켜봤던 친구

꽃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어느새 중년의 나이가 되어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고
서로 위로할 수 있는 친구

그만하면 됐다고 토닥이고
애썼다고 선물하며
함께 여행할
친구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꽃 피고 지는 어느 날
하나가 홀연히 먼 길 떠나도
추억하며 살아갈 예쁜 기억을 주는
친구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스스로를 '추억 부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때로는 예쁘게 빛나던 예쁜 추억들이 그립다.

언제고 꺼내 볼 만한 소중한 추억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꿈, 그리고 여전히 내 곁에 있는 든든한 사람들, 새로이 알게 된 귀한 인연들과 함께 하는 지금도 소중하고 그 어느 때보다 가장 행복하다.

앞으로 새롭게 만들어갈 추억들도 기대가 된다.


 나태주 시인은 "인생은 기억이다"라고 말했다.

인간에게 누구나 기억의 창고란 것이 있어서, 살아가면서 생성되는 온갖 기억들을 이 기억의 창고에 집어넣어 보관한다고.


 "기억만이 인생이다. 기억만이 참된 인생의 가치요, 재산이다. 그러므로 날마다 최선을 다해 정성껏 자신의 인생을 갈고닦으면서 살아야 한다. 그렇게 자신에게 주문을 걸며 다그치며 살아온 날들이다. 하지만 기억처럼 끈덕거리고 성가신 존재도 없다. 기억은 지나치게 몸피가 크고 무겁다. 그것들을 버리고 좀 더 가벼워지고 싶다."


 추억은 '내 마음의 보석상자' 같은 거 아닐까.

과거에 대한 기억을 우리가 소중하게 보관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열어보는 보물상자.


 앞으로도 날마다 최선을 다해 정성껏 내 인생을 갈고닦으며 아름다운 기억들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싶다.










"사랑하는 친구들과 추억을 많이 쌓으세요.


여행을 떠나 사진도 많이 찍고

5년, 10년 후 우리의 모습을 상상하며

타임캡슐을 만들고

서로 힘들었던 일들, 서운했던 일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시간도 틈틈이 가지세요.


어느 시절이 그리워진다면,

그건 이미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는 것.


지금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많이, 충분히 함께하세요."

_김수민, <너라는 위로>.



"돌아보면 누군가와 함께했던 날들은 기억 속에 늘 고운 빛깔로 남아 있다. 나와 함께 울고 웃었던 사람들의 표정에서 빛나는 순간들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는 아주 사소한 일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며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모든 것이 기억할 만한 일들이었고, 시간이 지난 후에도 몇 번이고 돌려보고 싶은 추억으로 남았다."

_전승환, <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작가의 이전글 벚꽃이 지는 아쉬움을 시로 달래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