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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러브 Apr 20. 2022

벚꽃이 지는 아쉬움을 시로 달래본다.


 화사한 꽃 잔치를 벌이는 봄.

특히 4월은 벚꽃의 계절이다. 주변을 아름다움으로 환하게 물들이는 벚꽃을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도 환하게 정화되는 듯하다.



<벚꽃>            _용혜원

봄날
벚꽃들은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무엇이 그리도 좋아
자지러지게 웃는가

좀체 입을 다물지 못하고
깔깔대는 웃음으로
피어나고 있다

보고 있는 사람들도
마음이 기쁜지
행복한 웃음이 피어난다


 벚꽃은 우리의 마음을 연애할 때처럼 핑크빛으로 물들인다. 그래서일까.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가 되면, 카카오톡 프로필이나 SNS가 온통 '벚꽃'으로 채워진다.


 너도 나도 꽃놀이 가기에 바쁘다. 화려한 벚꽃을 보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어난다.

 

 벚꽃이 활짝 핀 꽃길을 따라 걸으면 괜스레 마음이 설렌다. 살랑, 하고 봄바람이 불어 햇살 사이로 꽃비가 되어 날리는 그 순간은 너무나 황홀해서, 마치 동화 속 세상에서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한창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친구가 벚꽃 사진을 보내왔다. 이사 오기 전에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던 애틋한 친구다. 벚꽃 산책도 많이 했었다.


 벚꽃이 필 때마다 내 생각이 난다고 했다. 아, 누군가가 벚꽃을 보고 나를 떠올려준다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고맙고 감동적이다.


 새하얀 벚꽃을 사진 속에 담으면서 함께 했던 누군가와의 찬란했던 추억도 같이 담기는 걸까.

 


 온 세상을 분홍빛으로 물들였던 벚꽃.

오래오래 보고 싶지만 화기가 짧아서 아쉽다.


<벚꽃이 훌훌>       _나태주

벚꽃이 훌훌 옷을 벗고 있었다
나 오기 기다리다 지쳐서 끝내
그 눈부신 연분홍빛 웨딩드레스 벗어던지고
연초록빛 새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시인 용혜원의 <목련꽃이 지는 날에는>.

떨어진 벚꽃잎을 보며 아쉬운 마음이 가득한 내 심정을 대변해주는 시다.


 이 시에서 '목련꽃'을 '벚꽃'으로 바꾸어보았다.


"벚꽃이

지는 날에는

목놓아 울고만 싶다


어찌 그 찬란함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버림 당한

거리에 여자처럼

짓밟히고 있는가


그 순결한 아름다움은

어디로 가고

속옷마저 벗어 던지고

추파를 보내고 있는가


벚꽃이

지는 날에는

가슴이 아프다


한 잎

한 잎 주워도 보았지만

모두 다 떨구고 마는

너의 찬란했던 시간들을

나는 어찌할 수 없구나

나는 어찌할 수 없구나


벚꽃이

지는 날에는

사랑하는 연인의 이름을

부르며 울고만 싶다"


-


 벚꽃이 지는 건 아쉽지만, 앞으로 피어날 다른 꽃들도 기대가 된다.


 안녕, 벚꽃.







 "'벚꽃은 떠나가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후회는 없을까?'

'어떻게 아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을까?'

아마도 그건 살아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리라.

시간에 관계없이 꽃을 피운다는 소명을

완전히 이루었기 때문이리라.


이 세상을 떠나야 할 때 사람들은 반드시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자신의 역사이자, 자신을 대변하는 인생길이 충분히 만족스럽다면 미소를 머금으면서 다음 세상으로 향할 수 있으리라."

_오츠 슈이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 다섯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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