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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나이들 것인가.

우아하고 품격 있게 나이 드는 법.

by 위시러브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날로 길어지는 요즘.

당신은 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가?


그전에 먼저 '나이 듦'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받아들이기 나름인 듯하다. 쇠락의 길인지, 성장의 길인지는.


나이 듦에 대해 처음으로 관심이 생겼던 게 언제였더라.

책을 읽다가 질문을 떠올렸을 때일 수도 있고, 내 얼굴에서 처음으로 '주름'을 발견했을 때일 수도 있겠다. '예전 같지 않다.'라는 말이 자주 튀어나올 때마다 스스로도 민망했다. 아직 젊은 30대인데 말이다.


사실 나이 드는 게 두려웠다.

건강, 탄력 있는 피부, 체력, 젊음 등을 잃고 싶지 않아서. 그 배경에는 '20대가 예쁘다'는 편협한 생각이 박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더니 왜 어른이 되고 나니 한 살이라도 낮추고 싶은지. 20대가 부러운 건지. 10년 후에는 분명 지금의 내 나이가 부러울 텐데.


노화와 죽음.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라는 걸 알지만, 긍정하기가 왜 이리도 어려운 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늙는 것을 두려워한다.

나이 듦, 늙음, 노화, 노년. 이 말들은 부정적인 의미로 인식된다. 모순이지 않은가. 누구나 오래 살기를 꿈꾸면서 늙어가는 것은 두려워한다는 사실이.


미국의 방송작가 앤디 루니는 이런 말을 했다.

"'장수'에는 모두 관심을 보이지만 '늙어간다'는 것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오래 살고 싶다'는 열망은 언제나 있었으면서도 늙는다는 것은 두려워하고 회피해 왔다.


이제는 생각이 바뀌고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계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하려면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살아서는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이 듦이나 주름, 노화 등을 받아들이지 않고 노화를 늦추려 애쓰기만 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 나이를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를 더 고민하기로 했다.


처음으로 나이 듦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계기는 아마도 책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읽은 후이다. 루게릭병을 앓으며 죽음을 앞두고 있던 저명한 사회학 교수 모리. 그의 제자 미치 앨봄은 매주 화요일마다 모리 교수와 함께 인생을 이야기하는데, 그 주제 중 하나가 '나이가 든다는 것'이었다.


"난 나이 드는 것을 껴안는다네.

아주 간단해. 사람은 성장하면서 점점 많은 것을 배우지. 22살에 머물러 있다면, 언제나 22살만큼 무지할 거야. 나이 드는 것은 단순히 쇠락만은 아니네. 그것은 성장이야. 그것은 곧 죽게 되리라는 부정적인 사실 그 이상이야. 그것은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이해'하고, 그 때문에 더 좋은 삶을 살게 되는 긍정적인 면도 지니고 있다구."


그렇다. 긍정적인 면도 있다.

나이 들수록 좋아지는 것은 무엇인가?


지혜, 자유로움, 평온한 마음 그리고 '인생의 난관을 대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다.


30년간 사형수 교화위원으로 활동했던 양순자 작가는 암 선고를 받고 삶의 끝에서 알게 된 것들에 대해 써낸 저서 <어른 공부>에서 이렇게 말했다.


"젊을 때는 안개가 자욱이 낀 것처럼 당최 뭐가 뭔지 분간이 안 되던 것들이 점점 또렷해지는 거라. 그러니까 아무래도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일이 적어지지. 나무를 봐도 그렇잖아. 어린 나무들은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밑동까지 휘청휘청하는데 큰 나무들은 바람이 웬만큼 불어도 초연하게 서 있어."


젊을 때는 작은 일에도 괴로워한다. 사소한 말 한 마디나 행동에도 얼마나 신경이 많이 쓰이는지. 온갖 쓸데없는 걱정들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나이 들수록 더 많은 경험과 지혜가 쌓이면서 사사로운 스트레스에 영향을 덜 받게 되는 것 같다.


또, 나이가 들수록 삶을 더 깊이 음미하게 될 것이다. 자연, 일상, 계절의 변화 등 인생의 아름다움을 마주할 여유가 넘치면서 정신적으로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언제부터였을까.

해놓은 것도 없이 나이만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미래가 두려워지고 마음이 자꾸만 과거로 향했던 게.


그렇지만 과거로 돌아가고 싶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내 대답은 'NO'다. 그리운 순간들이야 많지만,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는 게 더 좋다. 지금까지 살면서 다양한 경험과 배움 등 많은 선물을 받았고 무엇보다 과거에는 지금의 '두 아이'가 없지 않은가.


비록 지금의 삶이 고되고 만족스러운 삶은 아닐지라도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꿈도 있고 가족도 있고 건강하니까. 앞으로도 다양한 경험과 배움을 하며 성취와 통찰력, 추억을 쌓아갈 것이다.


더구나 나이 든다고 해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점차 깨달으면서 두려움도 조금씩 사라진다. 이제는 '나이 듦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누구나 나이 들어간다. 나이 먹는 것에 맞서 싸우기보다,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를 더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있다.

2017년에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6년이면 이제 초고령사회가 될 예정이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를 넘어 이제는 120세, 150세까지도 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년의 삶, 노년의 삶이 그만큼 길어졌다는 이야기다. 그에 따른 준비가 되어 있는가? 길어진 중년을 최대한 가치 있게 살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밀라논나처럼 멋지게 살고 싶어 한다.

젊은 여성들의 롤모델인 그녀는 대한민국 최초 밀라노 패션 유학생이다. 지난 40년 간 이탈리아와 한국을 오가며 무대 의상을 제작하기도 하며, 이태리의 가장 핫한 아이템을 한국에 들어오는 명품바이어로 활동했다. 죽을 때까지 변화하고 싶다는 그녀는 현재 93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로 활동하며 나이 듦에 대해 쿨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심신이 건강하기만 하다면, 인생의 가장 찬란한 때가 바로 노년이다. 원한다면, 가만히 앉아 하루 종일 햇살도 볼 수 있으니 눈이 부시지 않은가."

그녀의 저서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에서 내 마음에 은은하게 다가와 안긴 문장이다.


늘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며 우리를 감동시켰던 배우 윤여정 또한 많은 젊은이들의 롤모델이다. 그녀의 연기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대한민국 배우 최초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 했다. 최근에는 미국 대형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었다.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60세, 70세가 넘어도 인생은 계속되고, 내 삶의 전성기가 언제 올지 모르니 계속 도전하며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나 긴 인생, 귀한 인생.

노년이라고 꿈꾸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길어진 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는 김형석 작가처럼 건강하고 품격 있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 대한민국의 최고령 수필가 및 철학자이자 연세대학교의 명예교수인 그는 1920년생으로, 100세를 넘긴 후로도 집필과 강연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면서 인생의 황금기는 60~75세라고 했다.


저서 <백년을 살아보니>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 자신도 과거를 돌이켜보면서 뒤늦게 발견한 인생의 교훈이 있다. 인생에서 50에서 80까지는 단절되지 않은 한 기간으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50부터는 80이 되었을 때 나는 적어도 이러한 삶의 조각품을 완성해야 한다는 준비와 계획과 신념과 꾸준한 용기를 갖고, 제2의 마라톤을 달리는 각오로 재출발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그러면서 행복한 노년이 되려면 공부하고, 일하고, 취미 활동을 하라고 했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계속한 사람은 보람과 행복을 누리고, 자녀들로부터 존경을, 이웃과 더불어는 즐거움을, 사회적으로는 고마움을 받으면서 살 수 있다고.


나는 길어진 중년을 잘 살아내고 싶다.

예전에는 '40대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계속 30대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으나, 나이 듦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입혀진 지금은 미래가 희망과 기대로 차오른다.


40세부터가 진짜라고 말했던 나폴레온 힐의 말이 떠오른다. "어떤 분야에서든지 40세가 되기 전에 창조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한 사람은 극히 드물다. 보통 창조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시기는 40세에서 60세 사이다."


심신 건강을 위해 식사, 수면, 휴식, 운동에도 신경을 쓰고, 행복한 관계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끝없이 배우고 성찰하고 일하며 성장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선함과 사랑, 지혜와 아름다움이 갖춰진 품격 있는 삶을.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내 도전하는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파블로 카잘스 시인의 <인생은 매혹적인 것>이라는 시를 소개하고 싶다.


이번 생일로 내 나이는 아흔세 살이 되었다.
물론 결코 젊은 나이가 아니다.
하지만 나이는 상대적이다.

일에 열중하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살아간다면,
사람들의 나이가 반드시
늙어 가는 것만을 뜻하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비록 아흔세 살이지만 사물에 대하여
전보다 더욱 흥미를 느끼기에,
나에게 인생은 더욱 매혹적인 것이 되었다.

_ <인생은 매혹적인 것>.







초고령시대.

85세 이상 초고령 인구가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많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노인 수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수준에 있다. 노인빈곤율, 노인자살률이 심각한 지금. 누가 그들을 돌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고민이 많아졌다. 비단 노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평균수명이 길어진 만큼 이것은 우리 모두의 일이기도 하다.


노인에게도 일자리가 필요하다. 심신이 건강하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노인을 불쌍하고 약한 관리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 물론 돌봄도 필요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들을 '취약함, 무력함, 잘할 수 없음'의 시선으로만 보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받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이 나의 잘못으로 받는 벌이 아니다."라는 시인 시어도어 로스케의 말처럼 늙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그들의 삶을 쇠퇴기가 아닌 성장기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그들의 풍부한 경험은 가히 폭발적이다. 경험이 풍부하고 기량이 뛰어난 새로운 범주의 세대로 보는 인식이 우리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오랜 시간 축적된 지혜와 영감은 분명 많은 분야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AI로 대체할 수 없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노년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활기차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세상이 빠르게 나이 들어가고 있다.

당신은 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지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를 깊이 고민해 보며 이 시간이 축복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이 듦에 대한 오해와 두려움을 버리면서 내 나이를 사랑하고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도 새로운 것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겠다는 희망도 생겼고.


물론 앞으로 나이 듦에 대한 어떤 신호가 올 때마다 잠시 흔들릴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나이 듦은 자연스러운 인생의 한 부분'이고, '새로운 가능성'임을 기억해야겠다.


살아가면서 나이 듦의 의미를 계속 발견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니까. 무엇보다 마음이 늙지 않게 유지하며 끝없이 성장하고 싶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우아하고 품격 있게 나이 드는 법]

1. 적극적으로 자신의 나이를 받아들이기.
2. 식사, 휴식, 운동 등 건강 잘 돌보기.
3. 만족스러운 관계를 위해 노력하기.
4. 스트레스 관리하기.
5. 취미 생활 하기.
6. 일 하기.
7. 좀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이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행복으로 귀결된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나이 들수록 희망을 놓지 말자.

나이 듦의 순간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텐데,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미래를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을 충실히 살자.

그러면 나이가 들어도 우울하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

날마다 자신이 바라는 삶을 살기 위한 좋은 선택을 하길 바란다. 당신의 더 찬란한 미래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일하느라 항상 바쁜 젊은이들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삶은 쉼 없이 흘러간다. 미리 삶을 향유하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스스로 소박한 즐거움을 만들고 누릴 수 있는 사람만이 일에서 해방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움이 아니라 축복으로 맞이할 수 있다."

_진영호, <어른의 재미>.



"늙는다는 것은 성숙되어 간다는 뜻이에요. 꽃은 피었다가 열매가 돼요. 열매는 익어서 버림을 받지 않습니다. 더 소중한 삶의 열매로 남아요. 긴 세월에 걸쳐 많은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에 지혜는 나이와 더불어 익어가기 마련입니다."

_김형석, <김형석의 인생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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