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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러브 May 18. 2023

우리는 왜 화가 많아졌을까.

화, 분노를 다스리는 비결은?


 세계 곳곳에서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

우리는 지금 분노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화를 참지 못해 벌어진 사건들이 수없이 보도된다. 그동안 인류의 삶에는 '화'와 '분노'를 통제하지 못해 파괴와 비극을 불러온 경우가 많았다. 폭행 사건, 층간소음, 데이트 폭력, 이혼, 보복운전, 아동학대, 가정폭력, 학교폭력, 방화 사건, 정치 싸움, 자살, 살인 사건, 전쟁 등 너무도 많다. 사람들의 가슴속에 내재된 분노가 아주 많다는 걸 보여주는 듯하다.


 모든 싸움의 근원도 결국 '화'였지 않았던가.

말다툼하다 화를 참지 못하고 분노가 폭발하면서 가족이나 연인, 친구, 지인 등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살해로 이어진 사건들도 많았다. "참을 인 자가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라는 속담이 괜히 만들어진 게 아니다. 얼마 전 뉴스에서는 40대 남성이 형과 70대 아버지, 아버지의 동거녀를 살해하고 도망치다가 죽은 채 발견됐다는 사건이 보도됐다. 대체 왜 이런 비극이 자꾸만 일어나는 걸까? 우리는 왜 화가 많아졌을까?


 분노를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화가 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잘못된 행동을 하는 건 아니다. 단순히 화만 내는 경우도 있고 화를 억누르는 경우도 있지만, 화를 올바르게 표출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화를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뉴스에 나오는 사건들처럼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진 않더라도 화는 결국 좋지 않은 결과로 자신에게 돌아올 때가 많기 때문이다.


 나도 화가 유독 많았던 시기가 있었다.

6-7년 전 어느 날. 갑자기 내 안에 화가 너무 많아졌음을 인지했다. 화병에 걸린 건가? 의심도 들었다. 가까운 친구 몇 명에게서도 화가 많아졌다는 말을 들었다. 화도 쌓인다고 하는데, 너무 많이 축적되면 작은 일에도 쉽게 화를 내거나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나는 왜 화가 많아졌는가. 사실 대체로는 이유를 알고 있었으나 좀 더 깊고 자세하게 내 감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정확한 '분노의 원인'이 무엇인지. 내가 화내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그때부터 독서와 글쓰기, 사색 등을 통해 과거를 돌아보며 분석하기 시작했다. 내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을 테니까.

 

 그 당시에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았기도 하지만, 내 인생에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세 사람으로 인해 분노와 고통도 극에 치달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들은 내게 끝없는 분노와 증오, 스트레스, 불안 등 다양한 피해를 던져줬다. 결국 내 마음은 많이 지치고 피폐해졌다. 그땐 정말이지 어디론가 훌쩍 도망이라도 가고 싶었다. 나를 괴롭히는 모든 사람과 상황들로부터.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게는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기에.


 정신을 차려야 했다. 깊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끊어낼 인연은 끊어내고, 그럴 수 없는 관계라면 멀찌감치 거리를 두기로 한다. 벗어나고 싶었다. 더 이상 그들이 내 인생을 침몰시키도록 무력하게 지켜만 볼 순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깨달았다. 그들이 내게 정신적 피해를 포함하여 많은 피해를 준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것에 얽매여 분노하고 원망하며 살았던 날들은 내 선택이었다는 것을.


"화가 당신을 버리는 것보다 당신이 먼저 화를 버려라.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 괴롭히고 우리 자신도 괴롭히는 고통을 안겨준 화, 우리는 좋지도 않은 그 일에 귀한 인생을 얼마나 낭비하고 있는가. 화를 내며 보내기에는 우리의 인생은 얼마나 짧은가?"


세네카의 말처럼 좋지도 않은 일들 때문에 언제까지고 내 소중한 인생을 낭비할 순 없었다. 과거의 분노에 매달려봤자 결국 괴로운 건 나였으니까. 특히나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면서 감정조절력이 약해지면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별거 아닌 일에도 쉽게 화를 낼 때가 있다. 그럴 때 속으로 자책하며 얼마나 스스로를 몰아붙였는지 모른다. 악순환이다. 사실 진짜 화가 난 이유는 그들에게 있는 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들이 아무리 잘못을 했더라도, 부부나 부모 자식, 친구 사이에서는 무조건 화부터 낸다고 해서 좋을 건 없었다. 오히려 그들에게 화내거나 싸우기라도 하면 왜 좀 더 지혜롭게 대응하지 못했을까, 늘 후회와 아쉬움이 따라온다.


 "화내는 사람은 독으로 가득 차 있다."

공자의 말이다. 정말 그렇다. 화를 품고 사는 것은 마음속에 독을 품고 사는 것과 같다. 내 안에 있는 독을 빼내고 싶었다. 마음속에 주체할 수 없이 커져버린 화의 덩어리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화가 났을 때 일단 캄다운 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화는 어떻게 다스려야 하나? 만약 화를 제대로 분출하고 다스릴 수 있다면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렇게 분노에 대한 글을 쓰게 된 것도 그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공부에 도전하게 됐다.






 




 먼저, '화'라는 감정을 이해해보고자 한다.

사람은 언제 화가 나는가? 실패했을 때. 괴롭힘을 당했을 때. 억울한 일을 겪었을 때. 지적과 비난을 들었을 때.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무시를 당했을 때. 배신을 당했을 때. 사기를 당했을 때. 질투심에 불타오를 때. 모욕을 경험했을 때. 공격을 당했을 때.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등등. 아주 많다. 때론 망상이나 두려움이 화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사람마다 다르고 다양한 상황이 있기 때문에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분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 누구도 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화를 내고 싶은 순간이 무수히 많은 세상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인물이 떠오른다. 그는 분노 때문에 살인행위까지 저질렀다. 바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니코프다. 그는 줄곧 고통스러운 내적 투쟁에 시달린다. 둔중한 분노가 그의 내부에서 끓어오른다. 결국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무엇이 그를 분노의 소용돌이로 몰아붙였을까. 가난? 모욕? 오만함? 비좁은 골방? 오빠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시집가려던 동생의 처지? 혹은 인간의 영혼에 음울하고 과격하고 이상한 영향을 많이 미치는 소설의 배경, 페테르부르크라는 도시가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모두 다?


 <죄와 벌2> 후반부에서 라스콜니코프를 찾아온 포르피리라는 인물이 그의 문제점을 정확히 꼬집어 주지 않았나 싶다. "심리학이 양날의 칼"이라는 말과, "청춘의 내면에 깃든 이 억눌린 오만한 열정이 위험한" 거라는 말로. 만약 명문대 학생인 그가 가난에 짓눌려 주눅 든 운명에 처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그랬다면 살인행위를 저지르지 않았을까. 고뇌하고 불안해하고 괴로워하고 신음하며 광란 상태가 되거나 끔찍하고 참을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이지 않아도 됐을까.


 당신은 화가 날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

사람은 화가 나면 상처 주는 말을 하거나 위협적인 말을 할 수도 있고, 공격적이거나 위험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또는 쇼핑 중독이나 폭식,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 등 분풀이 대상을 찾기도 한다. 이처럼 화는 불행을 초래한다. 나는 그동안 화, 분노를 통제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심각하게 뿜어내는 사람들이 결국 어떤 결과들을 초래했는지를 많이 봤다. 분노에 취약한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화 안 났다며 애써 태연한 척하는 경우도 있고, 화를 무조건 참고 억압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좋지 않다. 감정을 억지로 참고 억누르다 보면 마음은 힘을 점점 잃는다. 결국 내부에 축적된 분노가 폭발하면 많은 걸 파괴시킬 수도 있다.


 드라마 <신성한 이혼>에서 이런 장면이 나온다.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폭행하는 장면이다. 20년 간 시어머니의 온갖 멸시와 핍박, 폭언을 듣고 살아 정신과 치료까지 받으면서도 꾹 참고 살아왔지만, 시어머니가 이제는 자신의 딸들에게까지 폭언과 폭력을 퍼붓자 분노가 폭발해 버린 것이다. 그래서 똑같이 시어머니의 등짝을 여러 번 때리고 만다. 억눌려온 분노가 극으로 폭발하는 순간이다. 이처럼 화는 과하게 참아도 문제고, 과하게 분출해도 문제다.


 반면에 화를 내야 마땅한 상황도 있다. 이를테면 존엄이나 인권 같은 인간의 가치가 위협당할 때라든가 혹은 위협당할 위험이 있을 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화를 내는 게 당연하다.


 내 안의 화, 분노는 대체로 '누군가'에 의해서일 때가 많았다. 특히 심각한 수준으로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거나, 지나친 간섭이나 언어폭력 등을 하는 등 인격적으로 실망감을 주는 사람들에게 화가 난다. 이해해 보려고 끝없이 노력해 봐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때론 자신에게 화가 날 때도 있다. 어떤 잘못을 했거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을 때가 될 수도 있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거나 소중한 사람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을 때 그랬던 것 같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나는 뉴스를 보면서 많이 울고 많이 분노한다. 그중에서도 아동학대처럼 잔혹한 사건들을 볼 때면 분노가 쉬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아동과 관련된 범죄는 이 세상에서 단절되어야 한다. 제발,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 웃으며 살아가는 안전한 세상이 되길 빈다.


 그래도 그 사이에 간혹 훈훈한 기사를 발견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얼마나 반가운지. 세상에는 아직 이렇게 좋은 사람이 많다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많은 이들이 드라마 <모범택시>에 열광한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좋은 사람'에 대한 열망.


 우울증이 심해지면 우울과 분노 등 부정적 감정들이 서로 결합되면서 더욱 깊은 부정적 감정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한다. 끝내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이 자살하기 전에, <모범택시>에서처럼 그 명함을 발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명함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죽지 말고 전화하세요. 대신 해결해 드립니다." 이 드라마를 보며 실제로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해 봤다. 김도기와 무지개 운수 식구들 같이 사람들을 구해주고 대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들이 현실에도 존재한다면 어떨지. 정말 든든할 것 같다.


 분명 우리 현실 곳곳에도 작은 영웅들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세상이 어둡기만 하진 않은 건지도. 그래도 우리는 모두 마음 수련이 필요하다. 그것은 자신을 지키는 일이고,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또, 온갖 부정적인 일을 줄이는 일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게 되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라. 더 안전하고 더 평화롭고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화낼수록 나만 손해다. 화는 건강에도 좋지 않다. 많은 의사들도 화를 조심하라고 말한다. 화를 자주 내면 우울증, 고혈압, 심장병, 스트레스, 알코올 중독 및 비만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잠깐의 격한 감정에 사로잡혀 그 상황에 끌려다니면 결국 후회하게 된다. 자신의 삶만 힘들어질 뿐이다. 건강이나 관계, 일상을 망가뜨리기 쉽고 운도 따르지 않는다.


 틱낫한 스님은 저서 <화>에서 화를 '우는 아기'와 '꽃'에 비유했는데, 참으로 적절하고도 놀라운 비유가 아닌가 싶다.


"화는 마치 우는 아기와 같다. 아기가 우는 것은 무엇인가가 불편하고 고통스러워일 것이고, 그래서 엄마의 품에 안기고 싶어 한다. 우리는 화라는 아기의 어머니다. 의식적인 호흡을 실천하기 시작하는 그 순간에 우리에게는 그 아기를 품에 안고 어르는 어머니의 에너지가 생긴다. 화를 품에 끌어안은 채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만 해도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기가 이내 평안함을 느낄 것이다.",


"우리의 화는 꽃과도 같은 것이다. 처음에는 화의 본성을, 다시 말해서 화가 일어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각의 에너지로 화를 감싸안는 법을 배우고 나면, 화라는 꽃이 봉오리를 터뜨리게 한다. 가만히 앉아서 호흡에 정신을 집중하거나 보행 명상을 하면 자각의 에너지가 일어나서 화를 감싸 안게 된다."


화가 났을 때 마치 우는 아기를 대하듯이, 그리고 사랑스러운 꽃을 대하듯이 화를 다룬다면 우리는 곧 마음의 평화를 되찾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훈련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화도 선택이다. 감정의 노예가 되느냐, 감정의 주인이 되느냐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 화, 분노는 성공과 행복에 큰 걸림돌이다.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하려면 자기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슬기롭게 감정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무조건 화를 내는 것도 좋지 않지만, 무조건 억누르는 것도 좋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노를 처리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감정 조절이 어렵고 완벽하게 컨트롤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그래도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을 건강하게 배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오랜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노력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빨리 알아차려야 한다.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다. 그 감정 그대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되 건강하게 표출하는 것이다. 방법은 많다. 나는 몇 년째 다양한 시도를 해보며 나에게 맞는 방법들을 찾아가고 있다.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하고 있고 성공률이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지만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스럽다.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겠다.

첫 번째는 화가 났을 때 잠시 멈추고 화를 밖으로 분출하기 전에 속으로 자문해 보는 것이다. 마치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듯 잠시 떨어져서.


'과연 이 문제가 화를 낼 만큼 중요한 문제인가?'

'이 일이 5년 후, 10년 후에 생각해 봐도 화낼 일인가?'

'지금 그 화의 진짜 본질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화를 내서 얻는 이득은?'


두 번째는 명상이다. 혜민 스님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몸 안에 독소가 쌓이듯

마음속에 고통, 미움, 절망, 슬픔이 쌓이면

독소 같은 응어리가 생겨 마음의 병을 앓게 됩니다.

그 독소를 운동으로, 상담으로, 기도로, 참회로,

깨어서 바라보는 명상으로 풀어야 합니다.


과거의 기억 때문에 괴로운가요?

지금 현재에 마음이 온전히 와 있으면,

마음에 과거의 자국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현재로 온전히 돌려

'그냥 있음'을 고요 속에서 충분히 만끽하십시오.

시간이 사라집니다."


세 번째는 독서다. 독서를 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고요해진다.


네 번째는 산책이나 달리기 등 운동이다. 그 순간에 집중하다 보면 평온한 마음을 만날 수 있다.


다섯 번째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겠지.'라며 상대방을 이해해 보는 것이다. 분노와 두려움은 이어져 있다. 화내는 사람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여섯 번째는 감사할 일을 찾는 것이다. 어떤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감사할 거리는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진정으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찾으면 자연스레 마음의 평정을 되찾게 될 것이다.


그 밖에도 음악 듣기,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 즐거운 순간을 회상하기, 거울로 화난 모습 보기, 다른 사람과의 교감, 웃을 일 찾기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화를 다스리는 기술을 최대한 많이 찾아두는 것도 좋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들을 꼭 찾길 바란다. 몇 번 시도해 보고 이 방법은 나와 맞지 않다며 쉽게 결론 내지 않고 여러 번 시도해 보길 권한다. 그 순간만 잠시 멈출 수 있다면 적어도 분노를 폭발시키는 건 면할 수 있다.


 우리는 과연 스스로를 얼마나 통제할 수 있을까?

마음공부란 정말 쉽지 않다. 그중에서도 가장 다스리기 힘든 게 바로 '분노'다. 순간적으로 일어나고 가장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화를 진정시킬 수 있어야 한다. 명심보감에도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한때의 분함을 참으면 백날의 근심을 면한다."


 스토아 철학파들은 화와 분노를 '일시적 광기'라고 부른다. 엄청난 에너지로 이성의 통제를 벗어나려는 감정의 고삐를 단단히 붙잡으려면 일상에서 끊임없이 영혼을 갈고닦아야 한다고 말한다. 완벽한 경지에 이르기는 어렵더라도, 꾸준히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시나브로 절제와 인내의 힘이 크게 자라날 것이다. 현명하게 대처한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통제감도 높아지고 자존감도 덩달아 상승할 것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자존감을 기르고 화를 잘 다스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좋다. 양육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감하고 배려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어루만져 줘야 아이가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물론 아이를 키우다 보면 화나는 일이 많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은 자주 실수를 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강요와 협박의 말이나 공포감을 주는 행동을 한다면, 연약한 아이 마음은 계속 상처를 받을 것이다. 인내와 사랑으로 대처하는 지혜를 기르는 노력이 이 세상 모든 양육자에게 필요하다.


 나도 아이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고 나면 혼자 자책하고 괴로워했다. 혼을 내고 나면 왜 혼을 냈는지 설명도 하고 만약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인정하고 사과의 말도 하고 안아주지만, 그래도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 결국 나와 소중한 사람 둘 다 상처다. 그래서 나는 화를 슬기롭게 다룰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 볼 참이다.


 화가 났을 때 나에게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위에 썼던 방법들을 통해 마음을 가라앉힌 뒤 유쾌하게 문제를 풀어나가기도 한다. 예를 들면 어떤 일을 안 하겠다고 무조건 버티는 아이에게 최대한 밝은 톤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이제 치카하러 가볼까요, 우리 멋진 왕자님?", "장난감 정리 잘하는 멋진 사람은 엄마가 뽀뽀해 줄게요~" 이렇게 존칭과 칭찬의 말을 섞으며 이야기할 때면 대부분 성공적이었다. 아주 좋은 반응이 나오며 함께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을 때 화를 내는 순간이 더 많아진다. 평소에 스트레스를 줄이고, 머리를 맑아지게 하는 것들로 마음 수련을 많이 해두는 게 좋다. 독서, 산책, 명상, 기도, 긍정확언, 자아성찰, 따뜻한 차 마시기, 감사하기, 시 읽기, 여행하기 등으로.


 또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필요하다. 너무 오랫동안 마음속에 꽁꽁 감춰두기만 하는 것도 좋지 않다. 몸이든 마음이든 병이 날 수 있다. 물론 절대 잊을 수 없고 용서가 되지 않는 일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 잊으려고 억지로 애쓰기보다는 관점을 넓히고 현재에 집중하며 조금씩 치유해 가면 된다. 자유롭고 당당한 삶을 위해서.


 살면서 화날 일은 계속 있을 것이다. 인간이라면 화를 전혀 내지 않고 살기도 어렵다. 하지만 화를 잘 다스리는 기술을 익혀둔다면 공부, 인간관계, 직장 생활, 연애, 건강 등 많은 면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분노를 조절하는 일은 결국 행복을 향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꾸준히 단련하고 경험과 지혜를 쌓는다면 훨씬 더 온화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유지하게 되리라.







 



"마음속에서 화가 그 모습을 드러낼 때, 우리는 화가 거기에 있으며 잘 보살펴지기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화가 난 상태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아무 행동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충고를 되새긴다. 우리는 즉시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가서 마음속에서 자각의 에너지가 일어나게 하고, 그 에너지가 우리의 화를 감싸 안고, 파악하고, 보살피게 한다."

_틱낫한 스님, <화>.



"부모와 자녀들, 그리고 친구, 혹은 동네 사람들을 수호하고 자기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충동적으로 행동하거나 광분하지도 말고 주변 사람들의 자유의지를 대변하고 차분히 미래를 관망하며 신중한 결정을 내릴 때 그 가치를 인정받고 존경받을 수 있다."

_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세네카의 화 다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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