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닥다리 아날로그 세대, 순수 국내파, 비전공자가 굳이 영어로 시를 써?
Apropos of nothing, 다짜고짜, 밑도 끝도 없어,
아날로그 세대, 순수 국내파, (자칭 흑수저(Black Spoon)에,)
영어 비전공자인 한국인으로서,
멀쩡한 (아니, 멀쩡할 뿐만 아니라,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모국어를 놔두고,
굳이 외쿡어인 영어로 시를 쓰는 데 있어서 극복해야 했던
몇 가지 난관들을 언급하는 것으로부터, 포스팅을 시작해 볼까 합니다.
말머리를 어떻게 이끌고 갈까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도무지 마땅치가 않아서...
아울러, 건축가는 건축물로, 요리사는 요리로, 음악가는 음악으로,
화가는 그림으로, 작가는 글로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과 가치를 평가 받듯,
작품의 이해를 위해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친절한 설명이 부족할 수 있다는 무례함에 대해
사전 경고의 말씀도 드립니다.
이것 역시 사실, 강산이 여러 번 바뀌기 전,
과거에는 글을 쓰는 것 자체에 열정을 품고 있었지만,
이젠 가슴에 잿더미만 남은 심정으로,
그럴듯한 핑계를 대는 것뿐이라는 점 또한 인정합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1> 외쿡어로서의 영어라는, 넘어야 할 언어적 장벽: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처음으로 알파벳을 배우고,
(중학교에 들어가면 영어를 배우게 된다는 그 기대감과 막연한 두려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제대로 쓰지도 못하던 ABC 알파벳 송을 부르던 기억이.. )
이른바, 암기식에, 주입식에, 당근보다는 매가 더 빈번히 사용되었던,
다시 말해, 매가 공부를 하고, 매가 공부를 시켰던,
제가 농담식으로 말하는, 일명 "매가 스터디" 방식으로
공교육 내에서의 영어학습을 시작했던 구닥다리 아날로그 세대로서,
굳이 외쿡어인 영어로, 또 굳이 시를 쓰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은,
순수하게 제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면, 아래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담기 위한 기본틀인 그 언어의 어법,
# 그 내용을 충분히 충실하게 담아내기 위한 그 언어의 어휘,
# 그리고 표현에 있어서, 미적 섬세함을 위한 뉘앙스의 이해.
2> Rhyme(각운)이나 Alliteration(두운) 등, 형식적 까다로움
제가 영어로 쓴 시들은 대부분의 경우 Quatrain(4행시)
또는 Sonnet의 형식을 빌어서 썼으며,
그 외의 경우에도, 당연히 Rhyme Scheme에 주의를 기울였고,
중간중간 Internal Rhyme을 끼워넣거나,
읽을 때 자연스럽게 흐르면서도 위트나 운치가 느껴질 수 있는
어휘구성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시에 관해서라면, 너무나도 뻔한 말씀이지만...
또 한 가지, 대부분의 시에서,
1 개의 연, 2 개의 연, 또는 3 개, 심지어 한 편의 시 전체가
하나의 문장으로 구성되어있거나,
and, but, while, though와 같은 접속사들로 연결시킨
몇 개의 문장으로 구성된 경우가 있습니다.
영어와 한국어 사이의 어순의 차이점으로 인해,
원본인 영어로 읽을 때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정보와 이미지와 논리관계와 감정 등이
제가 영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의도한대로
차곡차곡 순서대로 전개되고 독자에게 접수됨으로써,
나름 시적인 감동?을 불러일으키지만,
한국어 번역본에서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충분히 감안해주셔야 합니다.
너무나 유명하고 당연한 말이지만,
"Poetry is what gets lost in translation."
(시라는 것은 번역의 과정 속에서 잃어지는 것이다.)
3> 과연, 문학적인 가치를 담을 수 있느냐는 예술적 고민과 노력
문학적이니, 예술적이니, 이런 말이
제 가슴 속에 부담스러울만큼 거창하게 울리고
또한 제가 쓴 것들에 그런 수식어를 사용한다는 게
참 쑥스럽고 부끄럽기까지 하지만,
본인이 끓인 라면도, 물의 양을 잘못 맞추거나, 면발이 설 익거나
불어터지면, 그것도 요리라고, 단박에 알아채는 게 인지상정인데,
외쿡어인 영어로 시를 쓰는데, 저라고 그런 고민이 없었겠습니까? ㅎㅎ
물론, 제가 시를 쓴 최초의 언어가 외쿡어인 영어일 리는 없고,
아주 오래전부터, 아주 먼 간격으로, "지랄병처럼"
무언가가 한번씩 휩쓸고 지나갈 때면, 발작적으로 쓰기는 했습니다.
단지 이번엔 그 기간이 좀 길고 깊어지고 말았을 뿐..
게다가 굳이 외쿡어인 영어로....
참고로, 그리고 아주 중요한 점으로서 말씀드리자면,
저는 "영어 사대주의자"가 절대 아니며,
(사실 오랜 기간 동안, 영어뿐만 아니라 책과도
거의 담을 쌓다시피 하면서 지낸 적도 있으며, 지금도
휴대폰으로 조각글을 읽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온 나라가 영어교육에 광분에 가까울 정도로 열광하고
대학생들이 각종 시험영어에만 목을 매는 모습을
분노와 경멸에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좀 전향/회개를 한 셈인가?)
잘못된 개념과 잘못된 방식으로 공부하면서,
온갖 상술의 가스라이팅에 휘둘리거나 놀아나면서도,
영어는 잘 하고 싶다는 욕심...
전 그들을 "영끌족"이라고 부릅니다.
"영어학습 시장의 상술에 끌려다니는 부족"...
구닥다리 아날로그 세대에, 흔히들 말하는 순수 국내파에,
자칭 흑수저(Black Spoon) 출신으로,
옛날 공교육 외엔 그 어떤 사교육도 받아본 적 없으며,
그렇다고해서, 영어를 잘 하지도 못하는 제가,
관찰자나, 구경꾼처럼, 대부분은 무관심종자처럼,
강산이 여러 번 바뀌도록 지켜봐온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또한, 인류의 특정 언어에 우월성이나 특별함을 부여하는
Language Nazi나 Language Zionist가 절대 아닙니다.
우리의 문명이 존재하는 걸 알지도 못하는 아마존 원시림의
"미개한 부족"의 언어이건,
"날고기를 먹는다"는 "사람"들의 언어이건,
그 언어마다 가지고 있을 특별함과 우월성과 나아가 신성함까지 믿습니다.. 아멘~~
그렇다면, 모국어의 전반적인 능력도 부족한 제가,
영어 듣기나 말하기도 토종 된장국 풍미로 맛깔스러운 제가,
영어를 읽거나, 또는 한국어로 번역하고,
특히 영어로 시를 쓸 때면, "공포의 0개 국어"라는 표현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경우가 빈번하면서도,
어떻게 어찌하다가 굳이 외쿡어인 영어로,
또 굳이 시를 쓰게 되었는지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It all started with a sentence"? 정도의 제목으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4> 또한, 혹시나 제 시들을 읽게 될 독자로서 마땅히 이런 궁금증이 드실 겁니다.
"그래, 당신이 영어로 썼다는 그 시들이 콩글리쉬나 유치한 수준을 가까스로 넘어,
과연 시라는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치가 있다는 걸 뭘로 증명할 수 있겠소?"
맞는 말씀입니다.
나중에" It all started with a sentence" 에서 말씀드려볼 생각이지만,
처음엔, 이른바 약간의 '인정욕구'나 '인정투쟁' 때문이기도 했으나,
저 역시 그저 호기심과 자기의혹? 때문에, "과연?" 하는 심정으로,
개인들이 운영하는 해외의 온라인 문학 사이트에 기고를 해봤고,
여러 군데에서 여러 편들이 채택되었습니다.
그때가 2019년도에서 2020년 사이였고,
그 다음부턴 그런 짓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었습니다.
(솔직히 지금에 와선 좀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착한 짓이건, 나쁜 짓이건, 할 수록 실력이 향상되는 게 당연할 텐데,
그간 투고 좀 했으면, "자만추"의 기쁨이라도 맛보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설사 아무리 Time-killing용 취미 삼아 쓴 것들이라 할지라도,
개인의 은밀한 일기처럼 서랍/파일 속에 쳐박아 놓을 수만은 없다는 욕망으로
국내 출판사에 몇 군데에 문의를 드려봤는데, 결과는 ㅋㅋ
그당시 제가 아무리 객관적으로 생각해봐도, 다소 어처구니가 없는 발상이었으니 ㅎㅎ.
그렇게 어찌어찌 시간을 보내다가, 불과 몇 달 전에야
이렇게 브런치 스토리에 포스팅을 할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1> Dicit Historia(역사는 말한다):
'임진왜란'부터 시작해서 가장 최근의 사건으로는
'이태원 참사'와 '채수근 상병 순직'까지,
우리 역사에 있어서 의미 있는 사건들을 주제로
Sonnet의 Rhyme형식을 빌려 쓴 시들이며,
이 카테고리의 첫 작품인 '동학농민전쟁'에 관한 시에
'Vox Populi, Vox Dei(백성의 음성, 곧 신의 음성)' 라는
라틴어 문구를 제목으로 붙인 것을 그럴듯한 빌미로 삼아,
각각의 시들에게도 라틴어 제목을 붙였습니다.
(왠지 제목부터 뭔가 그럴싸한 게 있어 보이기에^^)
2> Memento Vitae(삶을 기억하라):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 또는 그 이후의
여러가지 것들에 대한 단상들을 주제로 쓴
'서정시적인' 시들의 모음이라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3> Anima Animalis(동물들의 영혼):
'동물시'라는 장르가 있듯이,
동물들을 주제로 써봤던 시들을 모았습니다
4> In Memoriam (인 메모리엄/ 애도하며):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한 시들의 모음집이며,
Alfred Tennyson의 동명시집에서 제목을 빌렸기에
그 시집 중에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몇 편들도 제가 직접 번역해서 첨가했습니다.
(이 모음집은,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제가 몇 군대 출판사에 문의를 했다가,
어려움이 너무 많아서^^, 제가 자비로 출판한 이력이 있습니다.)
5> To Gerard Manley Hopkins(제라드 맨리 홉킨스에게)
제라드 맨리 홉킨스의 시들을 몇 편 읽고 번역해보다가
저도 종교적 색채가 다소 짙은 시들을 써보게 되었는데,
그것들을 따로 모아 제목을 붙인 것입니다.
6> 그림과 눈길
이 모음집의 제목은 일단 '그림과 눈길'이라고 붙여봤는데,
아주 오래전, 대략 2012년도 후반 또는 2013년 쯤부터
2~3년 정도의 기간 동안
(사실 정확히 기억도 안납니다^^)
"지랄병처럼" 또 뭔가가 휩쓸고가던 기간에,
인터넷 상에서 옛날 그림들 구경하는 재미에 빠져
그림 감상평 쓰듯 써봤던 작품들이며,
모국어인 한국어/한글로 쓴 작품들입니다.
영어로 쓴 시들과 관련성이 있는 것들은
브런치에 함께 포스팅을 해보려고
USB에 저장해 박스에 담아뒀던 파일을 며칠 전 찾아 훝어보니,
"내가 이런 걸 썼어?" 하는 신기한 느낌이^^
1> 저는 특정 종교를 믿는 신앙인이 절대로 아닙니다.
인류 역사에 있어, 인간(지구인)의 본질, 또는 특성에 있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인 종교적 측면에 시선과 마음을 두고,
그 개념과 정서와 이미지 등을 사용/도용하는 것뿐입니다.
저의 시들을 읽고서, 저를 (과거 같았으면,) "천주쟁이"
또는 "예수쟁이"라는 그런 거룩한 낙인을 찍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인류문명의 한 조각으로서 "서학"도 존중하고 "동학"도 존중할 뿐입니다.
2> 저는 좌파나 우파로 규정당하고 싶은 이념론자가 아닙니다.
좋은 규범과 전통은 잘 지켜나가야 한다고 믿는 보수우파이며,
동시에, 악습과 폐단은 제거해나가야 한다고 믿는 진보좌파입니다.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은 결코 낡은 사치품이 될 수 없다."
"나아가지 않으면, 나아지지 않는다."가 저의 생각입니다.
또한 전 '공산주의'도 믿지 않고 '자본주의'도 믿지 않습니다.
굳이 꼭 뭔가 믿어야 한다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자!" 정도..
그럼, 좌충우돌이건, 지리멸렬이건, 중구난방이건,
아무튼 포스팅을 시작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