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만으론 안 되는 이유

하루를 보듬는 도덕경 8 / 덕경편 39장(2/3)

by 신아연


어제, 도는 '하나', 숫자로는 '1'로 표시될 수 있다고 했지요. 도로 인해 모든 것이 존재하고 모든 것이 시작된다는 의미에서. 그런데 그 하나, 1은 순수, 단일의 성분이나 성정을 가진 게 아니라고 했구요. 반대되는 것들, 모순의 조합이라고 했지요. 도라는 게, 진리라는 게 원래 그런거라면서. 자연에는 직선이 없듯이.


공자적 도는 그 반대죠. 증류수처럼 맑고 맑혀야 하는. 직선코스를 지향하며 마음을 갈고 닦아 윤리성의 올림픽에 도달해야 하는. 그러다 보니 뒤로 호박씨 까거나 내숭을 떨거나 오히려 문란해지죠. 인위적 통제의 부작용 탓에.


자연이 장구히 유지되는 이유는 모순된 속성을 끌어안기 때문이지요. 여름은 기꺼이 겨울을 향해 갑니다. 여름이 여름으로만 고집부리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죽을만큼 무더운 나날을 견딜 수 있는 거지요. 나무 또한 몇달 새 무성한 잎을 떨구고 나목이 될 테지만 그것이 오래 살 수 있는 몸 나툼이지요. 나무 일생의 균형잡기죠.


높은 자리를 지키려면 낮은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위태롭지 않습니다. 말로야 누가 모를까요. 하지만 현실에선 목에 깁스하고 갑질하잖아요. 그러다 바닥까지 추락하고요.


자기 멋대로 살 수 있었던 왕조차 고과불곡, 즉 고아(고孤) 같고, 짝 없는 사람(과寡) 같고, 복 없고 보잘 것 없고 쭉정이(불곡 不穀)같은 사람이라며 스스로를 낮추죠. 사극에 보면 '과인이 어쩌고, 저쩌고 ~~' 하잖아요. 가장 강자이다 보니 가장 약자로 자신을 비유하는 거죠. 성경에도 고아, 과부를 불쌍히 여기라고 하듯이. 시소의 균형처럼 위치의 균형 잡기죠.


왜 그럴까요? 그래야 '오래 해 먹을' 수 있으니까요.^^ 하긴 왕이야 죽을 때까지 하는 게 왕이지만 여하튼 낮은 자세, 천함을 처세 방편으로 할 때 높고 귀함의 균형, 도, 하나, 숫자 1의 잡종성이 온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실로 그렇지 않냐?'며 노자는 부가 의문문 형태로 강조하고 있네요.


그러므로


귀함은 천함을 뿌리로 삼고

높음은 낮음을 바탕으로 삼는다.

이런 이유로

옛 왕이 스스로를

고아 같은 자,

짝 잃은 자,

보잘 것 없는 자라고 낮추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천함을 근본으로 삼는 자세가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은가?


꽃길만 걸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도 안 되구요. 건강하고, 가정 화목하고, 돈도 있고, 일도 있고, 자식도 잘 되고, 손주도 잘 되고, 등등 우리의 바람은 끝이 없지요. 꽃길만 가고 싶지요. 그런데 그게 잘 사는 게 아니라고 노자는 말합니다.


삶에는 이런저런 고난이 있기 마련이며, 난관을 기꺼이 마주하는 게 진짜 잘 사는 거라고 노자는 우리를 다독입니다. 고통스러운 현실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는 지금이 우리를 성장시킵니다. 실상은 안 되는 게 되는 겁니다. 고난을 통해 삶이 성숙하고 사람이 익어 가니까요. 사람이 확 커져 버리면 잘 되고, 못 되고의 구분조차 안 합니다. 그냥 받아들입니다. 전부 끌어안습니다. 도의 사람, 하나의 사람이 되는 거지요. 제 스스로에게 주는 위로입니다.


내일 이어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제 39 장


예부터 하나를 얻어서 된 것들이 있다.

하늘은 하나를 얻어서 맑고

땅은 하나를 얻어서 평안하고

신은 하나를 얻어서 영험하고

계곡은 하나를 얻어서 가득차고

만물은 하나를 얻어서 살아가고

통치자는 하나를 얻어서 바르게 다스린다.


이 모든 것은 덕의 온전함에 기인한다.


하늘이 끝없이 청명하기만 하면

머지않아 탁해질 것이다.

땅이 끝없이 안정적이기만 하면

머지않아 쪼개질 것이다.

신이 끝없이 영험하려고만 하면

머지않아 신통력이 사라질 것이다.

계곡이 끝없이 가득차려고만 하면

머지않아 말라버릴 것이다.

만물이 끝없이 살려고만 하면

머지않아 소멸할 것이다.

통치자가 끝없이 높임만 받으려고 하면

머지않아 실각할 것이다.


그러므로

귀함은 천함을 뿌리로 삼고

높음은 낮음을 바탕으로 삼는다.

이런 이유로

옛 왕이 스스로를

고아 같은 자,

짝 잃은 자,

보잘 것 없는 자라고 낮추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천함을 근본으로 삼는 자세가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은가?


그러므로

지나친 명예는 명예가 아니다.

그로 인해 추락하고 만다.

옥처럼 고귀하려 하지 말라.

돌처럼 소박하고 담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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