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순한 '하나'

하루를 보듬는 도덕경 7 / 덕경편 39장(1/3)

by 신아연

39장은 온전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온전함은 도의 다른 말입니다. 덕의 다른 말이기도 합니다. 도가 실천되어 드러난 것이 덕이니까요. 덕 중에는 생색 덕부터 인, 의, 예 같은 가짜 덕, 짝퉁 덕이 많으니 속지 말라고 38장에서 말했지요.


도를 숫자로 나타내면 뭔 줄 아세요? 1이지요. 1은 숫자의 처음이며 모든 숫자를 받쳐주지요. 가장 겸손한 숫자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1은 불순한 숫자이기도 합니다. '하나'하면 '한' 요소로만 되어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는 거지요. 순종이 아닌 잡종이고, 순수가 아닌 불순한 '하나'입니다.


삶과 죽음이 한 세트이고 사랑과 이별이 한 세트인 것처럼 반대되고 모순되는 성정이 배태되어 비로소 하나가 되는, 온전해 지는. 숫자 1은 그런 의미입니다. 마치 새끼줄처럼요. 새끼줄은 두 가닥의 짚을 서로 반대쪽으로 꼬아서 한 줄로 만드는 거잖아요. 세상 돌아가는 것도 그런 이치라는 거죠. 맑은 날이 있으면 굳은 날이 있고, 좋은 일 나쁜 일은 번갈아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새옹지마처럼.


자연이 유지되는 원리는 바로 불순한 숫자 1과 같다는 것이 노자의 관찰입니다. 한 가지만 고집한다면 본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거지요. 그것이 온전함이란 거지요. 사람으로 치면 장점 뿐 아니라 단점도 인정하고, 부족하고 못난 모습 그대로 받아들임인 거죠.


잉꼬부부라고 소문난 사람들이 적잖이 이혼하고, 밖에서 근엄한 목사가 집에서는 폭력적인 것도 자기가 만든 상(想)에 집착하여 가식이 초래한 인격 분열인 거죠. 도를 잃은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지푸라기 한 줄로는 새끼줄이 될 수 없는 법이거늘. 반대 성향을 함께 갖고 있는 것이 온전함이거늘.



예부터 하나를 얻어서 된 것들이 있다.

하늘은 하나를 얻어서 맑고

땅은 하나를 얻어서 평안하고

신은 하나를 얻어서 영험하고

계곡은 하나를 얻어서 가득차고

만물은 하나를 얻어서 살아가고

통치자는 하나를 얻어서 바르게 다스린다.

이 모든 것은 덕의 온전함에 기인한다.


그런데 한 가지만 고집하면 어떻게 된다고요? 하나, 즉 도를 잃으면 어떻게 된다고요? 하늘이 파랗기만 하겠다고 선언하고, 땅은 절대 물러지지 않겠다고 자만하며, 신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신통방통하리라 '자뻑'하며, 계곡은 절대 마르는 일이 없을 거라고 허세를 부리면 어떻게 된다고요?


하늘이 끝없이 청명하기만 하면

머지않아 탁해질 것이다.

땅이 끝없이 안정적이기만 하면

머지않아 쪼개질 것이다.

신이 끝없이 영험하려고만 하면

머지않아 신통력이 사라질 것이다.

계곡이 끝없이 가득차려고만 하면

머지않아 말라버릴 것이다.

만물이 끝없이 살려고만 하면

머지않아 소멸할 것이다.

통치자가 끝없이 높임만 받으려고 하면

머지않아 실각할 것이다.


'만물이 끝없이 살려고만 하면 머지 않아 소멸한다', 암세포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지요. 암세포는 계속 살려고만 하는 특징이 있잖아요. 세포의 기본 원리인 생사의 주기성을 거부하고 증식만 하면서 주변의 다른 세포와도 관계를 맺지 못하죠. 그러다 자기가 의지하고 있는 숙주, 본 생명을 파괴하고 궁극에는 스스로도 파멸하지요. 온전한 하나, 도를 잃은 세포가 암세포인 거죠.


높은 자리에 있던 사람, 영원할 것 같은 권력만 믿었다가 실각을 넘어 자살로까지 가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꽃길만 걸으라'는 말은 덕담이 아니라 욕입니다. 인생에서 꽃길만 펼쳐지면 정신병 나요. 저한테 그런 소리 좀 하지 마세요. 먹다 배터져 죽으라는 말과 뭐가 다른가요. 더운 날만 계속되니까 지금 너무 힘들 듯이.


내일 계속할게요.


제 39 장


예부터 하나를 얻어서 된 것들이 있다.

하늘은 하나를 얻어서 맑고

땅은 하나를 얻어서 평안하고

신은 하나를 얻어서 영험하고

계곡은 하나를 얻어서 가득차고

만물은 하나를 얻어서 살아가고

통치자는 하나를 얻어서 바르게 다스린다.

이 모든 것은 덕의 온전함에 기인한다.


하늘이 끝없이 청명하기만 하면

머지않아 탁해질 것이다.

땅이 끝없이 안정적이기만 하면

머지않아 쪼개질 것이다.

신이 끝없이 영험하려고만 하면

머지않아 신통력이 사라질 것이다.

계곡이 끝없이 가득차려고만 하면

머지않아 말라버릴 것이다.


만물이 끝없이 살려고만 하면

머지않아 소멸할 것이다.

통치자가 끝없이 높임만 받으려고 하면

머지않아 실각할 것이다.


그러므로


귀함은 천함을 뿌리로 삼고

높음은 낮음을 바탕으로 삼는다.

이런 이유로

옛 왕이 스스로를

고아 같은 자,

짝 잃은 자,

보잘 것 없는 자라고 낮추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천함을 근본으로 삼는 자세가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은가?

그러므로


지나친 명예는 명예가 아니다.

그로 인해 추락하고 만다.

옥처럼 고귀하려 하지 말라.

돌처럼 소박하고 담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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