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뭐가 아쉬워서

목요죽음이야기

by 신아연


지난 시간에 제가 회심(回心)했다고 썼더니, 어떤 분이 회심이란 비종교인들에게는 낯선 단어라고 하셨습니다. 새삼 사전을 찾아보니, 1. 마음을 돌이켜 먹음 2. 기독교 과거의 생활을 뉘우쳐 고치고 신앙에 눈을 뜸 3.불교 나쁜 데 빠져 있다가 착하고 바른길로 돌아온 마음, 이렇게 정의되어 있네요.


저의 회심은 2번에 속하는 회심입니다. 인본주의에서 신본주의로 마음을 돌이킨 것입니다. 돌이킨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방향을 바꾸는 거지요.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가 서쪽으로, 북쪽을 향해 있다가 남쪽을, 앞을 보이고 섰다가 뒤를 보이는, 전과는 정반대 편에 서는 거지요. 점진적일 수도 있고 일순간 '휙' 돌아설 수도 있지만 일단 돌아서고 나면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


저를 아끼는 친구가 저를 생각해서 말하길 그렇다고 너무 빠지지는 말라고 했습니다. 가만 보면 제게 그런 면이 있다고. 뭐에든 골똘히 빠져든다고. 맞는 지적입니다. 제가 그런 면이 있지요.


하지만 신앙에 관한 한 그 말은 '음식을 삼키는 듯하다가 뱉어버려라, 잠이 드는 동시에 깨어버려라'는 것과 같습니다. 그랬다간 건강을 망치게 되지요. 계속 그랬다간 죽게 되지요. 음식은 먹어야 하고, 잠은 자야 하는 것처럼 신앙에는 어정쩡한 상태란 없습니다. 게걸음처럼 옆으로 갈 수는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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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세 A-저자지식과상상 교육연구소출판씨투엠에듀발매2020.12.29.


『팡세』의 저자 파스칼은 신앙은 선택이라고 했습니다. 마치 도박사가 손에 든 화투장에 자신의 전 재산을 걸듯이 신앙인은 자신이 믿는 것에 자신의 영혼을 건다고 했지요. 요즘 자주 쓰는 '영끌'이란 말은 파스칼이 원조 격이죠. '영끌 대출, 영끌 투자' 란 '영혼까지 끌어 모은다', 있는 것 없는 것 다, 전부 다를 건다는 말이잖아요. 신앙에는 '영끌 신앙'만이 존재합니다.

그러기에 성경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라고 시작하는 겁니다. 영문으로는 "In the beginning, God created the heavens and the earth." 이지요. 창세기 1장 1절을 펼치는 순간 창조론 진화론, 무신론 유신론 운운 자체가 인간의 놀음, 혼적 유희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부끄러워지지요. "내가 만든 세상이다, 나는 나다, 그 사실을 믿으려면 믿고, 말라면 말아라"는 신의 선언입니다.

신이 뭐가 아쉬워서 인간한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합니까. 자식한테 "내가 너를 만들었거등, 제발 믿어 줘. 못 믿겠다고? 어떻게 증거를 보여줄까?" 이러는 부모 없듯이요. "네가 선택해라. 내 품에서 자라든, 집을 나가든." 제가 회심할 수밖에 없었던 신의 한 마디였고, 소망 없는 제 인생을 건져내는 신의 한 수였습니다.


회심이란 용어를 부연설명하려다 그만 저의 신앙고백이 되었습니다만, 독자 요청이 있었고, 또 다른 분은 천주교의 '연옥'에 대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목요일은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니, 평소 품고 있던 종교적 의문에 대해 자유롭게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그럼 다음 시간에는 연옥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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