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작은 생선 굽기다

하루보듬 도덕경 (60/1장)

by 신아연


주말, 휴일 잘 보내셨습니까. 바야흐로 봄은 활개를 치는데 저는 너무 혼자 지내다보니 이러다 돌아버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로빈슨 크루소나 빠삐용에게 빙의되었나 봐요.^^


'살려는 의지와 죽을 장소밖에 없는', 이 표현은 영화 <빠삐용>의 태그입니다. 또한 저의 태그 같기도 해요. 로빈슨 크루소가 목매달아 자살하지 않았듯이 인간은 극한에서 오히려 살려는 의지를 발동하고 그때의 의지야말로 '신토불이 의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쯤되면 사는 게 아니라, 살아지는 거지만. 그럼에도 현실은 당장 죽을 자리만 같지요.


그럴 때는 '살아지는 것', 이걸 붙잡는 게 중요합니다. 글도 그렇습니다. 제가 '쓰는 게' 아니라 '써 지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요즘은 그걸 느낍니다. 살아지면 살 수 있고, 써 지면 쓸 수 있는 거지요. 오늘도 그렇게 살고, 그렇게 써보겠습니다.


도덕경 60장입니다. 기막힌 비유로 유명한 장이지요. '치대국 약팽소선(治大國, 若烹小鮮),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듯이 해야 한다.' 무슨 뜻일까요? 팽(烹)은 '토사구팽(兔死狗烹)' 할 때의 팽입니다. '삶을 팽'자죠. 삶든, 굽든, 볶든, 지지든, 졸이든 여하간 날 것을 익히는 행위인데, 여기서는 문맥 상 '굽는다'로 풀이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같이 한번 읽어볼까요?


제 60 장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듯이 해야 한다.


도로써 세상을 다스리면

귀신이 신통력을 부리지 못한다.

귀신이 신통력을 부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신통력이 사람을 해치지 못한다.


귀신이 사람을 해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성인 역시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양쪽 모두 해치지 않기에

덕이 함께 도로 돌아간다.


알듯, 모를 듯하다고요? 오늘은 첫 구절만 보겠습니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듯이 해야 한다.


여기서 '큰 나라'는 '작은 생선'과 대조를 이루려는 것이니 나라가 크건, 작건 그냥 나라를 다스리는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그런데 어떻게 다스리라고요? '작은 생선을 굽는 것처럼', 표현 죽이죠?ㅎㅎ


작은 생선, 전어 같은 여린 껍질을 가진 생선을 구울 때는 아주 조심해서 다뤄야지 안 그러면 살점이 흩어져서 형체가 다 망가져 버리지요. 또한 불 조절에 실패하면 타버려 못 먹게 되고요. 젓가락으로 자꾸 뒤적이고 헤집거나, 자주 뒤집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무조건 가만히 둬서도 안 되죠. 익어가는 과정을 세밀히 살펴야죠. 무엇보다 작은 생선은 배를 따서 내장을 훑어내지 않고 통째로 굽는다는 것에 주목하시길.


무엇을 비유하고 있는지 감이 오지요? 네, 국민도 그렇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지요. 포악하고 우악스럽지 않고 자상하고 섬세하게. 그러면서도 찰찰하지 않게. 58장의 찰찰(察察), 민민(悶悶), 기억나시죠? 작은 생선을 구울 때는 찰찰하지 않게, 민민하게 구워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통째로 굽는다는 것에서는 인간 본성 그대로를 존중하면서 너그럽게 통치하라는 은유를 읽을 수 있지요.


작은 생선이란 곧 백성, 국민이니 정부가 지나친 간섭이나 통제, 촘촘한 법망 등으로 옥죄면 생선이 망가지듯 민생은 피폐해지고 마음은 교활해져서 국가와 국민 간에 갈등이 고조되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귀신도 울고 갈 선정(善政)을 펼칠 수 있을까요?


내일 살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출처] [신아연의 영혼의 혼밥 629] 하루보듬 도덕경 (60/1장) 정치는 작은 생선 굽기다|작성자 자생한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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