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못 살게 구는 두 귀신

하루보듬 도덕경 (60/2)

by 신아연


정치는 작은 물고기 굽듯하라는 60장 첫 구절을 다른 말로 하면 무위정치입니다. 지나치게 간섭말되 자상하게 보살피기(이게 말이 쉽지 실제로는 예술의 경지겠죠). '노자'하면 자동적으로 '무위'를 떠올리게 되지요. 도덕경 81장 전체의 결론이 무위니까요. 무위를 말하기 위해 온갖 예를 들다가 무위로 작은 생선 굽는 법까지 왔네요.


그런데 노자는 도대체 뭘 근거로 "무위, 무위"하는 걸까요? 네, 바로 도를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 거지요. 도가 어쨌기에? 도가 눈에 보이길 하나, 귀에 들리길 하나, 손에 잡히길 하나. 하지만 보세요. 천지 사방에 봄이 왔잖아요. 봄이 불도저처럼 소리내며 들이닥친 것도 아니건만 결과가 말해 주잖아요. 그게 바로 도의 작용이지요. 자연과 계절의 변화에서 도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지요. 무위의 대표가 자연이라서 무위와 자연을 합쳐서 '무위자연'이라고 노자철학을 말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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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작가의 '심상'


정치도 그렇게 자연처럼 흐르면 귀신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하네요. 갑자기 왠 귀신?


도로써 세상을 다스리면

귀신이 신통력을 부리지 못한다

귀신이 신통력을 부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신통력이 사람을 해치지 못한다.


옛사람들은 귀신을 모시고 살았지요. 당연히 정치에도 귀신의 힘을 빌렸구요. 지금 사람도 점치러 다니는데 고대 사람들이야 오죽했을까요. 신이 나라를 지켜주고 강한 신을 모신 나라가 전쟁에서도 이긴다는 믿음체계로 돌아가던 때에, 노자는 귀신보다 높은 급이 도라는 말을 하는 겁니다.


노자는 천지만물을 운행하고 인간사에 영향을 미치는 도가 또한 상제보다 위에 있다고 했는데요, 그 자체로 혁명적이자 위험한 발언이기도 했을 거에요. 상제란 초자연적 절대자를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중국에 가톨릭이 처음 들어왔을 때 하느님을 상제라고 했지요. 어떤 의미인지 아시겠지요? 그런 마당에 도가 더 가치있다 했으니 천명에 대한 정면 도전입니다.



도의 작용을 안다면 귀신 따위의 장난은 무서워할 일이 아니라는 게 오늘의 핵심입니다. 또한 귀신은 백성의 고혈을 짜내는 탐관오리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귀신에 두려워 떨고, 보이는 세계의 귀신한테 시달리는 가련한 백성들에게 노자는 도를 말하고 있습니다. 도를 알면 귀신에게 휘둘리지 않는다고. 도로 다스리면 두 귀신의 신통력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귀신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도덕경 60장을 신이 통치한다는 사고방식에서 인간이, 그것도 순수한 민(民)이 주권을 가진다는 주권재민설의 태동이라고 본다면 너무 나간 걸까요? 아무튼 도로 나라를 다스리면 귀신도 꼼짝 못하고, 귀신 같은 위정자도 옴짝 못한다는 것이지요.


위로는 인간에게 압력을 가하는 귀신, 잡신의 존재를 얼어붙게 하고, 아래로는 군림하여 고혈을 짜내는 위정자에 저항하는 몸짓에서 인본주의 철학에 대한 노자의 의지를 엿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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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ralt, 출처 Pixabay



오늘은 좀 딱딱했지요? 제가 대학에서 철학을 배우고(배웠다기 보다 그냥 왔다갔다했지요. 도대체 뭔소리 하는지 몰랐으니까요) 태생이 이바구하는 것을 좋아해서, 지금까지 이바구에 철학으로 옷을 해입히는 짓을 해오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소설도 두 권 썼고, 도덕경마저 제 식으로 풀고 있네요.


저는 공부를 잘 하지 못했고, 좋아하지도 않아 학문체질이 아닙니다. 그래서 고전도 학문적 태도가 아닌 내 필요로, 내 호기심으로 접근합니다. 내 인생에 써 먹을 게 있을까 하고. 세상적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렇게 지혜의 숲을 서성이는 것은 '인간의 탈을 벗을 때까지는 인간답게 살고 싶은' 마지막 간절함 때문이겠지요. 시간은 덧없이 흐르고 세상과의 작별이 곧 닥칠 테니까요.


내일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제 60 장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듯이 해야 한다.


도로써 세상을 다스리면

귀신이 신통력을 부리지 못한다

귀신이 신통력을 부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신통력이 사람을 해치지 못한다.


귀신이 사람을 해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성인 역시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양쪽 모두 해치지 않기에

덕이 함께 도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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