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에 사로잡힌 귀신과 성인

하루보듬 도덕경 (60/3장)

by 신아연


어제 어느 독자께서 '봄 멀미'를 하고 있다시며 전화를 하셨습니다. 저 세상으로 떠난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이 봄이 아프고 서러운 분이신 거지요. 며칠 전에는 꽃이 흐드러지는 이맘 때면 한번 피어보지도 못하고 아홉 살 어린 나이에 희귀병을 얻어 하늘나라로 간 아들이 더욱 그립다는 독자의 카톡을 받았습니다.


목련 봉우리가 고통과 슬픔으로 툭툭 터지는 분들이 있는 반면 저는 무감각으로 다가옵니다. 꽃을 봐도 아무 느낌이 없는 거지요. 아름다운 것들에까지 빗장을 걸고 깊은 침잠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저도 얼마나 고통스럽겠습니까.


하지만 고통과 슬픔에 절여진 사람은 간장게장처럼 인간으로서 깊은 맛을 내고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만큼이나마 사람이 된 것도, 제가 몇몇 분들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고 가장 깊은 마음을 열어보일 수 있는 것도 그만큼 고통과 슬픔을 겪었고, 겪고 있기에 가능한 거지요. 아프지 않은 사람은 미숙한 사람입니다. 인간은 원래 그렇게 지음받은 존재니까요. 내면이 아파야 영혼이 성장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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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변호사


어제의 귀신타령에 이어 60장 마저 보겠습니다.


귀신이 사람을 해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성인 역시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양쪽 모두 해치지 않기에

덕이 함께 도로 돌아간다.


도를 따라 살고, 도를 따라 나라를 다스리면 귀신도 힘을 쓸 수 없고 사람을 해치지 못한다고 했는데, 오늘은 성인 역시 결과적으로는 도로 사로잡은 귀신과 같다고 말하네요. 왜냐? 성인은 어차피 사람의 일에 따따부따하지 않으니까.


안 하는 것 같은데 다 하는, 함이 없는 함을 행하는 무위의 달인, 그래서 성인인 거잖아요. 성(聖)자의 구성을 보세요. 듣고 말하는 데 왕도인 사람이죠. 듣고 말하기에 완벽한 조화를 이룬 사람, 한 마디로 '절제의 지존'인데 그런 분이 사람을 괴롭고 해롭게 할 리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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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이제 결론입니다.


위정자가 도의 정치를 하면 잡귀나 부정이 타지 않고, 성인은 원래 간섭하지 않으니 이러나 저러나 민생은 안전하고 풍성하게 꾸려지는 거지요. 그런 상태를 노자는 '덕이 함께 도로 돌아간다'고 말하고 있네요. 온전히 국민을 이롭게 하는 정치를 펼친다는 뜻이지요. '사람이 먼저다'라 했던 현정부 구호처럼.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은 아니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은 아니"라는 사도 바울의 절제를 떠올립니다. "내가 모든 사람에게서 자유로우나 스스로 모든 사람에게 종이 된 것은 더 많은 사람을 얻고자 함"이라는 말씀도. 위대한 성인 바울이 도덕경 60장 마지막 구절, '덕이 함께 도로 돌아간다'를 다른 표현으로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60장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제 60 장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듯이 해야 한다.


도로써 세상을 다스리면

귀신이 신통력을 부리지 못한다

귀신이 신통력을 부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신통력이 사람을 해치지 못한다.


귀신이 사람을 해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성인 역시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양쪽 모두 해치지 않기에

덕이 함께 도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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