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다이어트법

하루보듬 도덕경(64/2장)

by 신아연


오늘은 일상에서 무슨 예를 들어볼까 고심하다가 살 빼는 이야기로 시작해 볼까 싶네요. 여러분 아시죠? 고전은 오늘 내 삶에서 우려낼 수 있는 곰탕이라는 사실을. 그저 머리로 읽고 노자가 이런 말을 했다며 남 앞에서 잘난 척, 아는 척하려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럴거면 저도 이런 식으로 안 풀어요. 지금보다는 폼 나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안 하는 이유는 글이 폼 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삶에 적용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더구나 우리 독자 중에는 노자 전공자도 계시고 저보다 훨씬 가방끈 긴 분들이 엄청 많이 계시는데 그분들 앞에서 제가 학문적으로 풀었다가는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기요, 세탁기 앞에서 빨래하기죠. 저는 망가져도 상관없으니 노자의 말씀 중 단 하나라도 여러분과 제가 체화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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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mievalmat, 출처 Unsplash


다시 살빼기로 돌아가, 살은 가랑비에 옷 젖듯 빼라고 하죠. 내가 다이어트하고 있음을 내 몸이 모르게. 그래야 성공한다고. '무위 다이어트'라고 해야 겠지요. 억지로, 단기간에, 왕창 빼려고 들면 반드시 실패하지요. 살 빼는 것에 집착했기 때문에. 그러면 요요현상이 뒤따르죠. 살을 뺀다는 생각 없이 살을 빼라 이겁니다.


제가 글을 쓴다는 생각이 없이 거의 날마다 200자 원고지 10매 분량을 쓴다고 했지요? 그러면 지속할 수 있다고. 반드시 해야 한다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무위의 글쓰기죠.


인위로 하는 자는 실패하고

집착하는 자 잃을 수밖에 없다

성인은 작위가 없으니 실패가 없고

집착이 없으니 잃는 일이 없다.


우리 모두 나쁜 습관이 한 가지 이상 있지요. 가령 술, 담배를 끊어야 한다고 칩시다. 오늘 하루만 안 마신다. 오늘 하루만 안 피운다. 단 오늘 하루만! 63장에서 말했듯이 이렇게 잘게 쪼개서 실천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지요. 무위 금주법, 무위 금연법인 거죠.


제게는 생활상의 나쁜 습관보다는 생각상의 나쁜 습관이 문제입니다. 부정적 생각에 자꾸 매이는 거지요. 악몽 같은 과거에 집착하는 것이 저의 고질병입니다. 과거를 묻지 말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됩니다. 그러면 현재를 망치게 되고, 현재는 미래의 과거이니 또 나쁜 과거를 만들어 내는 거지요. 악순환입니다. 요즘은 과거의 끔찍한 일이 떠오를 때마다 바로바로 기도로 돌립니다. 예수님의 자비와 용서를 구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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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작가의 '심상'


마침 오늘이 새 대통령의 임기 첫날입니다. 저는 새 대통령께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임기 5년의 마지막 날까지 이런 자세로 나라를 이끌어 주십사고.


사람들이 일을 할 때 보면

항상 다 될 무렵에 실패한다

처음 시작 때처럼 마칠 때도 신중하다면

일을 그르치지 않을 것이다.


제대 말년에 탈영하고, 만기 출소 코 앞에서 탈옥한다는 말이 있지요.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가지만 당사자들은 제대일, 출소일에 그만큼 집착했다는 뜻인 거겠죠. 잊어버리고 있었다면 그 기간도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어떤 상황, 무슨 일도 무위로 할 수 있으면 이룰 수 있습니다. 성공하고 성취할 수 있습니다. 단, 무위로 한다는 게 보통 사람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거지요. 소위 마음 비운다는 게 되더냔 말이죠. 제 경우는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고 있더라는 거죠.


마음을 비운 사람을 성인이라 부릅니다. 공자식 성인이 아닌 노자식 성인입니다. 우리는 노자식 성인되는 것을 배우고 있구요. 도대체 어떻게 하면 성인이 될 수 있는가, 내일을 기다려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제 64 장


안정되어 있을 때 유지하기 쉽고

조짐이 드러나기 전에 도모하기 쉽고

무른 것은 녹이기 쉽고

미세한 것은 흩어버리기 쉽다.

아직 드러나기 전에 처리하고

혼란해지기 전에 다스려야 한다.


아름드리 나무도

털끝 같은 작은 싹에서 나오고

구층의 누대도

한 줌 흙으로 올라가며

천리 길도 발밑에서 시작된다.


인위로 하는 자는 실패하고

집착하는 자 잃을 수밖에 없다

성인은 작위가 없으니 실패가 없고

집착이 없으니 잃는 일이 없다.


사람들이 일을 할 때 보면

항상 다 될 무렵에 실패한다

처음 시작 때처럼 마칠 때도 신중하다면

일을 그르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욕심을 없애려는 욕심만 있으며

귀하다고 하는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배우지 않음을 배우고

뭇 사람들이 지나쳐 버리는 것으로 돌아간다

이렇듯 만물의 자연성을 도울 뿐

억지로 무엇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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