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번째 새벽글을 쓰며
오늘 새벽, 제가 글을 쓰는 자생한방병원에 700번 째 글, <영혼의 혼밥>을 지었습니다. 요즘은 시간을 당겨 5시 전에 일어나 아궁이에 불을 지핍니다. 나이 들어 새벽잠이 없어져서가 아니라, 그 시간에 저와 제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시는 분이 있기 때문에 저도 깨어 감사히 받고 싶어서 입니다.
저는 돈으로 빚진 건 없는데 여기저기 기도의 빚이 있습니다. 벌써 4, 5년 째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독자가 계십니다. 그분의 빚을 갚을 새도 없이 새 기도 빚들이 생겨 이러다 빚더미에 앉게 생겼습니다. 빚이 나날이 늘어가고 쌓입니다.
제가 흠모하는 사도바울은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도 아무 빚도 지지말라."고 하지요. 저는 이 말을 기왕 빚을 지려거든 갚을 수 없는 빚을 지라는 말로 듣습니다.
기도의 빚은 사랑의 빚입니다. 갚을래야 갚을 수 없는 빚입니다. 하늘의 보살핌과 도의 은택을 갚았다는 소리 들어본 적 없잖아요. 햇볕과 물과 공기의 혜택을 되돌려 줬다는 사람 봤나요?
저는 사랑을 많이 받습니다. 이렇게 독자와 돈독한 필자 있으면 나와보라지요. 유명 작가도 아니면서 저처럼 글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건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제 능력이 아니라 주변의 세밀한 보호와 관심, 배려와 사랑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정말로, 참으로 그렇습니다.
4년 전, 처음 영혼의 혼밥을 짓게 된 것은 내 영혼이 너무 고파서, 시려서, 벗어서, 허해서 이러다 사람이 죽겠다 싶어서 였지요. 내 손으로 지어서라도 밥을, 영혼의 밥을 먹어야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여러분들이 그 밥상을 함께 받아주셨고요. 저는 사람이 어떤 마음일 때 죽는다는 것을 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내게 책과 글이 없었다면...
마음이 병든, 영적 불치병을 가진, 나쁜 사람이 아닌 아픈 사람과 25년을 살면서 제 영혼은 너덜너덜해졌고, 내 힘으로는 이 사람을 고칠 수 없다, 고치는 건 고사하고 지레 내가 죽겠다 싶어 무작정 집을 나왔던 제가 오늘 700회의 밥을 푸면서 마음과 영혼이 그득해짐을 느낍니다. 등 따순 포만감이 올라옵니다.
탈탈 털어 가진 것이라곤 글 쓸 줄 아는 것뿐이었으니, 성경에 나오는 ' 과부의 기름 한 병'처럼 글 하나로 육과 혼을 먹이고 나아가 영을 먹이는 기적이 제게 일어난 것입니다.
엘리사가, 가난하고 가난해서 빚쟁이에게 두 아들을 빼앗기게 생겼던 과부의 기름병 기적을 이뤄주기 위해 이웃에 가서 그릇을 최대한 많이 빌려오라고 했듯이, 고작 한 병뿐이건만 빌려온 그릇마다 부어도 부어도 계속 기름이 나왔듯이, 이 아침의 작은 글이 제가 알지 못하는 분들에까지 계속 닿고 있습니다.
700회를 자축하며 제 안의 소망을 가만히 더듬습니다. 고난 가운데 인내하고, 인내가 연단을 낳고, 연단이 다져지면 소망이 생깁니다. 고난이 먼저입니다. 소망의 열매를 맺는 씨앗의 이름은 '고난'입니다. 저의 그 씨가 막 발아하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신아연의 영혼의 혼밥 700] 700번째 혼밥|작성자 자생한방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