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이 아닌 이것의 사람

하루보듬 도덕경(72/3장)

by 신아연


주말, 휴일 잘 보내셨습니까. 저는 어제 반가운 만남이 있었습니다. 반갑다는 말로는 부족한, 고난 가운데 예비된 영혼의 교류라고 할까요? 마음이 열리고 마음이 오가고 마음이 이어지는 풍성한 ‘영혼의 오찬’이었습니다.


저는 요즘 '마음'에 마음을 모읍니다. 만남이든 글이든 마음을 담고 있는지 매 순간 깨어 살핍니다. '마음공부'라는 말도 있지만 공부만 해서는 안 되고 실제 삶에서, 일상에서 그 마음을 작용, 작동시키기 위해.


제 경우야 몇 사람의 마음에 다가가는 작은 규모의 노력일 뿐이지만, 위정자는 국민 모두의 마음에 접근해야 하니 참 어려운 일일 겁니다.


그 어려운 일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을까요? 노자 말씀을 들어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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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D20, 출처 Pixabay



그러므로 성인은

자신을 알면서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스스로 추켜세우지 않는다.

앞의 것을 버리고

뒤의 것을 택한다.


지난 시간에 성인은 타인의 마음을 얻는 사람이라고 했지요? 성인의 다양한 면모 가운데 도덕경 72장에서는 '마음씀'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스스로 추켜세우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그런 마음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재해 현장에서 인증샷 따위는 찍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성인은 스스로를 사랑하지만, 즉 자존감은 높지만, 남들이 흠집을 내거나 무시를 해도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예수, 노자, 붓다, 소크라테스 중 누가 '쫀심 상해 못살겠다'고 하신 적 있던가요? 공자는 좀 그러셨던 것 같아요. 자존심을 챙기셨죠.


'앞의 것을 버리고 뒤의 것을 택한다'는 건 그런 뜻입니다. 다른 말로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택한다(거피취차)'고도 하지요. '거피취차(去彼取此), 도덕경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어지요.


저는 한국 돌아와 첫 책 『내 안에 개있다』를 내면서 '저것이 아닌 이것을 위한 인문 에세이'라고 부제를 붙였습니다. 도덕경의 '거피취차(去彼取此)'란 말이 멋있어서요. 제목 덕인지 그 책으로 얼마간의 목돈이 들어와 몇달 치 방세와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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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개있다저자신아연출판책과나무발매2016.01.15.



인간관계에서 '저것'은 무엇입니까? 알량한 자존심이지요. '이것'은 무엇입니까? 높은 자존감이지요.

제가 매일 성경을 읽고 도덕경을 펼치는 것도 자존감 훈련에 다름 아닙니다. 위정자는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그래야 하지만 저는 제 자신을 다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높은 자존감의 사람이란 자신을 잘 아는 사람입니다. '이것'의 사람이지요. 그러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스스로를 추켜세우지 않는 사람입니다. '저것'의 사람이 아닌 거지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요?

온유하고 정의로우며, 시기, 질투, 자랑, 교만, 무례하지 않으며, 분노를 조절할 줄 알며, 절제, 인내할 수 있으며, 관계에서 자기 중심성을 벗어난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게 노자 말씀이고요.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그야말로 성인이나 가능하지. 그러기에 매주 목요일 '영혼의 PT'를 받는 것 아닙니까.^^

72장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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