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과 공맹과 짬짜면

by 신아연

이제 우리의 도덕경이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부산역을 출발한 서울행 열차가 영등포역 쯤에 온 셈입니다. 오늘 시작하려는 73장을 포함, 마지막 81장까지는 9장밖에 남지 않았으니까요.


노자를 마치면(노자가 도덕경이란 건 아시죠? 『노자』라고도 하고, 『도덕경』이라고도 합니다. 옛날 중국 사람들은 저자의 이름을 그대로 책 제목으로 삼곤 했지요.) 장자를 해야 하나, 아니면 공자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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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하는 고민이 일거에 해결되었지요. ‘짬짜면’이 있으니까요. 무엄한 비유지만, 노자가 짜장면이라면 공자는 짬뽕이니, 노자를 마치면 공자로 가야할 것 같은데, 그런가 하면 노자가 바늘이면 장자는 실이니 바늘과 실이 함께 가야 구색이 맞을 것도 같은 거지요. 무엇보다 장자는 재미있기도 하고요. 반면에 공자는 너무 근엄해서 기를 죽이죠.


밥상에 숟가락을 놓으면 젓가락을 안 놓을 수 없듯이 공자를 하게 되면 맹자를 안 할 수 없으니 우선은 노자를 마치면 장자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장자 이후에 공자, 맹자 순으로 가겠습니다.


요일 안배도 달리합니다. 월, 화요일은 ‘혼의 밥’을, 수, 목요일은 ‘영의 밥’을 지으려고 합니다. 백미와 흑미처럼 인문(人文)과 신문(神文)에 절반씩 할애하겠습니다.


인문의 밥(혼의 밥)은 말씀드렸듯이 노자, 장자, 공자, 맹자 등 동양 고전과, 여력이 있다면 불경으로 식재료를 삼고, 신문의 밥(영의 밥)은 성경을 재료로 하겠습니다.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엔 제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제가 살아내기 위해 지난 10년 간을 동양 고전과 불경, 성경 등에서 몸부림쳐 온 흔적을 자생서당에서 나누고 싶습니다. 육혼영의 총체적 재난에 처한 제가 살 길을 찾아 여기저기 뒤지고 다닌 자취니까요.


저는 지적 유희에 취하거나 현학적인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쾌락적이고 막연한 사람도 아닙니다. 현실적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은 아니지만 실존적 현실에는 치열한 사람입니다. 그러기에 현재의 제 실존을 직시하며, 지난 세월은 속된 말로 '조졌지만' 남은 생은 잘 살기 위해 날마다 영혼의 혼밥을 짓는 거지요.


잘 사는 게 어떤 거냐고요? 발은 땅에 디디고 머리는 하늘을 향하는 것입니다.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해 주십사'하는 기도의 삶입니다.


앗, 어느 새 시간이 다 되었네요. 73장은 다음주에 시작할게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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