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집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하루보듬 도덕경(74/1장)

by 신아연

주말, 휴일 잘 보내셨습니까. 밤새 비가 내렸나 봅니다. 저녁 한 술 뜨고는 설거지도 않고 잠이 들어 내처 자다가 중간에 깨서 화장실을 다녀 올 때도 비가 오고 있더니... 이제는 빗소리만 들려도 누가 상하고 다칠까 염려스러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자연은 무심해서 그 영향 아래의 인간들이 아우성을 치든, 난리를 겪든 사정을 봐주는 법도 없지만, 니들이 못 살게 굴어서 내가 이리 몸살이라고, 그래서 그 보복으로 재해를 내리는 거라는 앙갚음의 몸짓도 없지요.


그러면서도 어쩝니까. 할 거 다하죠. 섬뜩한 말로 죽일 거 다 죽이죠. 오늘 도덕경 74장은 자연의 원리를, 천도를 그 어느 때보다 인간사 안으로 확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작게 보면 형법에 대한 것이요, 크게 보면 생명 존중에 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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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작가의 '심상'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죽음으로 겁줄 수 있겠는가?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게 한 후

나쁜 짓을 하는 자마다 잡아 죽인다면

누가 감히 그런 짓을 하겠는가?


죽이는 일은 항상

그 일을 맡은 자가 하는 법이니

누가 그를 대신하여 죽인다면

이는 마치

큰 목수를 대신하여 나무를 깎는 것과 같다

큰 목수를 대신해서 나무를 깎는 사람치고

그 손을 다치지 않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범죄도 진화하는 법이니 더 없이 악랄한 범죄가 연일 보도됩니다. 사형을 집행하지 않기 때문에 극악한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며, 사형만이 답이라는 댓글들이 줄을 잇습니다. 내가 내는 세금으로 왜 저런 년, 놈까지 밥을 먹여 줘야 하냐고 분통을 터뜨리며. 제 원고료에서 뗀 세금도 일부는 그렇게 쓰이겠지요.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흉악범마다 재깍재깍 사형을 시키면 범죄가 줄어들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사형은 보복이니까요. 당사자가 안(못) 한달뿐, 국가가 대신 해 주는 보복이자 대갚음이자 복수니까요.


형법의 기조가 복수가 되면 법 정신이 옹색해지고 위엄을 잃게 됩니다. 법을 무섭게 여기는 게 아니라 우습게 여기게 됩니다. 우스운 법으로는 범죄를 줄일 수 없습니다.


사형제는 죽음이 가장 두렵고 무섭다는 전제 하에 효력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 모두는 죽음이 가장 두렵고 무섭지요. 하지만 죽음을 겁내지 않는 사람이 만약 있다면 무엇으로 죄값을 치르게 할 건가요? 노자는 그 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죽음으로 겁줄 수 있겠는가?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게 한 후

나쁜 짓을 하는 자마다 잡아 죽인다면

누가 감히 그런 짓을 하겠는가?


1. 나아가 죽음을 두려워하게 만든다고 한들, 즉 사형을 적극적으로 집행한다 한들, 누가 그 일을 하겠냐는 거지요. 누가 사형을 집행하겠냐는 거지요(누가 감히 그런 짓을 하겠는가?).


2. 다른 해석도 가능합니다. 형벌이 엄해지면 누가 감히 그런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겠느냐로(누가 감히 그런 짓을 하겠는가?).


문맥상으로는 1번이 옳은 해석입니다. 이어지는 단락을 보면 명확합니다.

내일 계속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1년 8월,

세 번째 조력자살 한국인과 동행한

신아연의 4박5일 체험기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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