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보듬 도덕경(80/4장)
제가 생각하는 도덕경의 압권에 이르렀습니다. 노자의 이상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지요. 저는 이 구절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 겁니다.
이웃나라가 서로 바라다 보이고
닭 울고 개 짖는 소리가 서로 들리지만
사람들 늙어서 죽을 때까지
피차 왕래하는 일이 없다.
모처럼 원문으로도 읽어볼까요?
隣國相望(인국상망),
鷄犬之聲相聞(계견지성상문),
民至老死不相往來(민지로사불상왕래)
현대사회는 노자의 이상사회와 얼마나 멀리 왔나를 생각할 때 서글프네요. 우리는 얼마나 만족하며 살아가는 걸까요? 소박하게 먹고, 입던대로 입고, 늘 살던 집에서 살고, 어려서부터 익숙한 것에 기대어 무던히 한 평생을 꾸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삶에도 장인 정신이 있다면 이런 모습을 저는 진정 장인, 달인, 마스터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제 경우는 닭 울고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지척은 고사하고 아예 뿌리를 뽑아서 딴 나라로 가질 않나, 또 보따리를 싸서 돌아오질 않나, 국경을 고무줄 넘듯 했지만 결과는 독거중년입니다. 사방 돌아보아도 닭 울고 개 짖는 소리 한 점 들리지 않는.
지구촌이란 말이 새삼스럽습니다. 소국과민은 커녕 전세계가 하나의 마을이 되어 그야말로 마실가듯 해외 여행을 다니는 세상입니다. 그렇게 물리적으로는 가까이, 더 가까이 부딪히는 시대지만 마음은 어떨가요? 우리의 마음은, 사람들의 마음은 늙어서 죽을 때까지 피차 왕래하는 일이 없는 거 아닐까요?
80장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의 도덕경, 이제 마지막 한 장을 남겨놓고 있네요. 도덕경을 마치면 뭘 할지, 장자를 할지, 공자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재열 작가의 '심상'
제 80 장
나라가 작고 백성이 적으면
기계가 많이 있어도
쓸 일이 없고
백성 죽음을 중히 여겨
멀리 이사가지 않게 한다.
배와 수레가 있어도 탈 일이 없고
갑옷과 무기가 있어도 진 칠 일이 없다.
다시금 노끈을 매어 쓰도록 하고
먹던 음식을 맛있게 여기며
입던 옷을 만족스레 여기며
지금의 거처를 펀하게 여기며
익숙한 풍속을 즐기게 하라.
이웃나라가 서로 바라다 보이고
닭 울고 개 짖는 소리가 서로 들리지만
사람들 늙어서 죽을 때까지
피차 왕래하는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