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찾아다니지 말라고라?

하루보듬 도덕경(80/3장)

by 신아연



엊저녁, 쌀쌀한 날씨에 짬뽕 한 그릇 사 먹는데 건강 유의하라는 익숙한 독자의 새삼스러운 안부가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내 남편도 아니면서 짬뽕 같은 거 몸에 좋지 않다는 살가운 잔소리를 단무지처럼 곁들여, 본인의 은퇴 후 마음도 슬쩍 얹었습니다. 저처럼 일에 은퇴가 없는 사람은 그날이 그날이지만, 은퇴가 있는 일에는 '일단 멈춤' 후 다시 신발끈을 매야 하니까요.


제게는 20년 이상, 30년 가까운 독자들이 있습니다. 관계가 숙성 김치처럼 무르익은. 젊어 만나 함께 늙어가는.


'숙성 독자' 중에는 여자도 있고 남자도 있지만 나이가 이만큼 들고보니 여자, 남자라는 의식도 이제는 없습니다. 그저 오랜 친구만 같아, 모두들 사느라고 고생하는구나, 애쓴다 이런 생각밖에는. 사람으로서의 익숙함이라고 할까요. 먹던 음식, 입던 옷, 거처만 익숙해 지는 것이 아니지요.

© zzilu063,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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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노끈을 매어 쓰도록 하고

먹던 음식을 맛있게 여기며

입던 옷을 만족스레 여기며

지금의 거처를 펀하게 여기며

익숙한 풍속을 즐기게 하라.


노끈을 매어 쓴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요? 아주 아주 옛날, 글자가 있기 전의 의사표시, 소통 수단은 어땠을까요.


노끈이나 새끼줄의 매듭을 지어서, 매듭이 몇 개면 무슨 뜻, 매듭지은 곳이 중간 쯤이면 이런 의미, 윗 부분이나 끝이면 이런 뜻. 이런 식이었겠지요. 끈의 매듭을 기호나 약속의 부호로 삼았겠지요.


그런 의사소통의 시대를 그리워하고 있는 거지요, 노자께서. 말로, 글로 따따부따 따지고, 따지다 칼부림나는 살벌한 이 시대에.


나는, 우리는 어떤가요? 맛집 찾아다니느라 같은 음식은 두 끼도 먹기 싫고, 옷도 싫증 나서 버리지 낡아서 버리는 일은 없지요. 투자 삼아, 취미 삼아 이사다니는 사람, 할로윈처럼 남의 풍속 즐기려다 참사를 겪는 사람도 비난할 수 없는 게 요즘 세상이지요.


더 말해 무엇할까요?

그래도 도덕경 80장, 내일 한 번 더 말할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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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de_burgalassi, 출처 Unsplash


제 80 장


나라가 작고 백성이 적으면

기계가 많이 있어도

쓸 일이 없고

백성 죽음을 중히 여겨

멀리 이사가지 않게 한다.

배와 수레가 있어도 탈 일이 없고

갑옷과 무기가 있어도 진 칠 일이 없다.


다시금 노끈을 매어 쓰도록 하고

먹던 음식을 맛있게 여기며

입던 옷을 만족스레 여기며

지금의 거처를 펀하게 여기며

익숙한 풍속을 즐기게 하라.


이웃나라가 서로 바라다 보이고

닭 울고 개 짖는 소리가 서로 들리지만

사람들 늙어서 죽을 때까지

피차 왕래하는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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