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금식

신아연의 영혼의 혼밥

by 신아연

노자 <도덕경>을 마친 후 방학을 맞은 느낌이라 오늘 아침 아무 생각없이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그래서 진짜 방학을 하려고 해요. 15일까지 글을 보내고 2주간 쉬었다가 새해 첫 월요일인 2일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할게요. 그동안 느슨해진 마음도 다잡고, 새해 글 구상도 하고, 신앙과 생활도 돌아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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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따금 <채근담>을 펼칩니다. 채근담은 동양의 탈무드라 부를만큼 유교, 불교, 도교의 지혜를 모은 책이지요. 채근담이 제게는 마치 시험을 치른 후에 답안지를 맞춰볼 때처럼, 이미 다 망친 후에, 엉망으로 산 후에 삶의 모범 답안을 대조하는 쓰라림으로 다가옵니다.


고생스레 미련한 방법으로 서울에서 부산을 이미 다 가 놓고는, 서울에서 부산가는 편안하고 안전한 차편이 있는 걸 뒤늦게 아는 것처럼.


그처럼 이제는 지혜의 답안을 통해 삶의 실수를 복기하고 확인하는 절차만 남았을 뿐 젊은 시절로 다시 돌아가 제대로 살아 볼 수는 없는 일입니다. 생선으로 치면 인생의 몸통을 이미 살았으니까요. 백세를 산다 해봤자 먹지도 못할 생선의 꼬리 부분을 만지작거릴 수 있을 뿐이니까요.


마침 지금 읽고 있는 성경 잠언도 채근담의 지혜와 함께 저의 온 마음과 영혼을 적시지만 삶의 새로운 자양분이 되지는 못합니다. 이미 추수가 끝났으니까요.


그렇게 엉터리 추수 후의 황량한 겨울 벌판에 서있습니다. 삶에 많은 실수가 있었습니다. 아니 실수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처럼 빈손으로 환갑을 맞이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남은 시간을 살아내야 할지 참으로 막막하고 눈물이 납니다. 생의 반환점을 눈 앞에 두고 요즘 생각이 참 많아집니다.


아침부터 맥빠진 소리를 해서 미안하지만 저는 정직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싶습니다. 오늘 영혼의 혼밥은 빈 그릇이 되겠습니다. 그냥 '영혼의 금식'을 하지요. 하지만 금식의 이로움도 분명 있을 겁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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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작가의 '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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