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의 영혼의 혼밥 759] 지성열차, 영성열차

영혼의 PT(25)

by 신아연


책에서든, TV에서든 자기 자랑이 넘쳐나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선생님은 그 반대의 길을 걸음으로써 위로를 주십니다. '그래,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그래, 이게 부끄러운 게 아니구나. 그래, 이렇게 힘을 내서 살아야겠구나.' 선생님의 글은 이런 느낌들을 줍니다. 선생님 글의 힘이지요. 지식이나 지혜 이전에 진심이 담긴 글이기 때문에 진정한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고통이나 치부를 숨기지 않는 글, 그로인해 위로를 받습니다. 그렇게 드러내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한데 그 용기 덕분에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를 편안히, 담담히 바라볼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


어제 받은 독자의 댓글입니다. 고마워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글쟁이로서 모처럼 자부심이 들었습니다. '아, 나는 제대로 된 글을 쓰고 있구나. 고통스럽고 쪽팔리는 내 이야기를 그냥 했을 뿐인데 그 자체가 위로가 될 수 있구나. 스위스에서 안락사하신 분도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글을 쓰라고, 작가에게는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고 당부하셨는데 내가 시방 그런 글쟁이가 되어 가고 있구나.' 하고요.


저는 일부러 드러내고 싶어서, 관종이라서, 아니면 용기가 있어서 이렇게 설치는 게 아니라 내가 살려고, 이렇게라도 해야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러는 건데, 그걸 또 측은하게 여기는 게 아니라 본인들에게도 위로가 된다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처럼 저도 좋고 여러분들도 좋은 거지요.


하기야 제가 이혼 후 정신과 진료를 받을 때 의사 선생님이 오히려 저를 부러워하셨어요. "아, 어쩌면 저렇게 자기를 투명하게 드러낼 수 있을까. 나도 저렇게 살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신아연씨가 부럽다."고 하셨지요. 백전노장 70 고령의 정신과 의사조차 부러워하는 환자, 그게 접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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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작가의 '심상'


제가 5년 전에 새벽글을 쓰기 시작한 건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이러다 사람이 죽겠어서였습니다. 없는 돈에 정신과까지 다녀도 회복이 되질 않는 거예요. 쓰려면 혼자 쓸 일이지 써서 왜 보내고 난리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그 글을 누가 읽어줘야 비로소 글이 다 써진 거니까요. 아니면 미완이니까요.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저와 늘 새벽글을 함께 쓰시는 거지요.


그렇게 숨통을 틔우면서 5년을 버텼는데, 이제는 또 못 버티겠는 거예요. 이 또한 관성이 생기니 글로만은 안 된다는 걸 느끼며 다시 괴로워지기 시작한 거지요.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 오직 버티기라니, 이거야 원.


배가 아프다 아프다 급기야 설사가 쏟아지듯, 마음이 아프다 아프다 쏟아낸 곳이 신앙이었습니다.


마음이 오랫동안 너무 아파서 그만 역류성 식도염이 생겨버렸습니다. 혼자된 이후 지난 10년간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열심히 글도 썼습니다. 책도 여러 권 냈습니다. 그래도 사람이 안 변하는 거예요. 내 꼬라지 그대로인 거예요. 매번 눈 앞의 상황에 쩔쩔 매겠는 거예요. 골문 앞에서 허둥지둥 계속 헛발질하는 거예요.

'이대로는 안 되겠구나. 차원을 달리하지 않고는 꼬인 삶을 풀 수 없겠구나.'하는 깨달음이 벼랑 끝에서 찾아왔고, 그때가 '지성열차'에서 '영성열차'로 갈아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갈아탄 열차에서 생의 여정을 마치려고 하는 거지요.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아직 살 만 하신가요? 어떤 열차를 타고 가시든 저처럼 완전히 망가지진 마십시오.


아, 참. 어제 제 책을 어서 사서 저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분들이 계셨습니다(책 사주면 바로 친구된다고 어제 제가 그랬잖아요). 아직도 안 사셨냐고 제가 농담으로 응수했지요. 만사는 때가 있으니 이제는 늦었다고 했습니다. ㅎㅎ 저 같은 사람, 맨날 똑같아서 되게 재미 없어요. 친구되어 봤자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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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출처] [신아연의 영혼의 혼밥 759] 목요영혼의 PT(25) 지성열차, 영성열차|작성자 자생한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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