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철학을, 철학에 일상을 14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 병원을 다닌 사람이...”
얼마 전 지인이 내게 이렇게 빈정댔다. 딴에는 내 약점을 잡아 기를 꺾겠다는 수작이었겠지만 먹힐 리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는 정신과 진료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시각을 몰라서가 아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정서적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몸만 성장한 내가 이 정도로 정신 건강을 유지하고 마음을 돌보며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오랜 기간 정신과 의사와 심리 상담사들의 지지와 격려 덕이다. 정신과는 나의 힘!, 약점은커녕 강점인 것이다.
정신과나 심리 상담실에서는 내게 거울과 지도를 보여주었다. 내가 보지 못하고 있는 내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곳에 거울을 비춰주어, 자동차 운전에 비유하자면 사이드 미러를 통해 사각지대를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또한 삶의 길을 잃은 느낌으로 두렵고 혼란스러울 때는 지도를 펼쳐 보이듯이 현재 내 위치와 도달해야 할 곳의 이정표를 찾아 동행했다. 삶에서 거울과 지도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누가 더 유리한가.
스포츠 센터에 가보면 거의가 ‘몸짱’이다. 정작 운동을 해야 할 사람들은 야식을 끼고 앉아 텔레비전 앞에서 넋 놓고 있다. 마찬가지로 예민한 촉수를 가진 사람, 정신 건강을 더욱 세밀하게 살피려는 사람일수록 정신과 의사나 심리 상담사와 친하다. 나를 공격한 류의 사람들은 남의 감정은 고사하고 자기 감정조차 알지 못한다. 그러기에 스스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 술 더떠 자신의 정서적, 정신적 문제를 상대에게 덮어씌운다. 둔감하고 무지하다 못해 잔인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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