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장자(8)
제게 처음 장자를 접하게 한 전호근이란 학자가 자신은 <장자>라는 책을 고등학교 때 처음 알았는데 이 대목이 가장 끌렸다고 합니다.
"혁대고리를 훔친 사람은 사형에 처하고 나라를 훔친 자는 임금이 된다."
제가 부연설명을 할 필요는 없겠지요. 장자가 살았던 시대는 약육강식의 전국시대. 전쟁에서 죽은 시체가 산을 이루던 때였지요. 부상이나 고문으로 장애자가 된 사람도 죽은 사람 숫자를 능가했겠지요. <장자>에 유독 절름발이, 발 잘린 이 등 장애자가 많이 등장하는 것도 그러한 세태를 반영, 풍자하기 위한 의도입니다.
장자의 이름은 장주(莊周),기원 전 369년 ~ 289년경, 전국시대 송나라에서 살았습니다. 장주가 왜 장자(莊子)냐? '子'는 지금 식으로 말하면 '선생님'이란 뜻이 되지요. 그러니까 '장자'는 '장선생님'이란 의미지요. 그리고 <장자>는 장자가 지은 책을 뜻하기도 합니다.
옛날 중국사람들은 자기 이름을 그대로 책 이름으로 썼지요. <장자>, <노자>, <맹자> 등. 평생 책을 한 권만 써서 그런가 봐요. 본인이 쓴 것과 제자들이 받아 쓴 것을 합쳐놔서 그럴 수도 있겠고요.
나라를 훔쳐 임금이 되는 세상에 환멸을 느끼는 장자, 젊어서는 말단 공무원 생활을 잠깐 하기도 했지만 곧 때려치고 짚신을 삼아 연명합니다. '나라를 훔친 자들' 밑에서 녹을 받고 싶지는 않았겠지요.
가난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어 깡마르고 부황들린 얼굴로 영양실조를 달고 살았던 장자, 굶기를 밥 먹듯 하지만 굶어 죽기 직전에 이르면 돈을 꾸러도 다니지요. <장자>에서 제가 좋아하는 장면, '학철부어(涸轍鮒魚;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 속의 붕어라는 뜻으로, 매우 위급하거나 옹색한 형편을 말함)'를 스스로 연출하며.
제 신세 역시 학철부어와 다를 바 없었다며 제 책 『좋아지지도 놓아지지도 않는』에도 썼지요. 수레바퀴 자국에서 헐떡이는 물고기 이야기는 내일 해 드릴게요.
고맙습니다.
[출처] [신아연의 영혼의 혼밥 774] 왕따 장자(8) 훔친 나라의 장자|작성자 자생한방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