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동행일기(3)
설 연휴 마지막 날, 동생뻘 되는 교인과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나에게 글쓰는 달란트를 갖고 있어서 좋겠다고 했다.
달란트란 유대의 화폐 단위지만 비유적으로 타고난 재능과 소명을 뜻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아직 주어진 달란트를 확실히 못 찾고 있다며, 학창시절 성악을 하고 싶었고, 글을 써서 칭찬을 받은 적이 있었다며 수줍게 웃었다.
내게 글쓰기는 달란트라기 보다 생존과 같은 의미다. 숨 넘어 가는 때의 인공호흡기다. 탁해진 정신의 투석이며 암 걸린 것 같은 내 삶의 항암치료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그 지난하고 모진 세월을 어떻게 버텼을까. 진짜 암에 걸려 벌써 죽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예수님을 만난 이후 글에 대한 내 생각과 태도가 달라졌다. 소명의식이 생긴 것이다. 글로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는. 도와야 한다는. 나 살자고 쓰는 글을 다른 사람을 살리는 데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다른 이들의 인공 호흡기가 되어 주어야 한다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설악산 지게꾼을 보고나서다. 한 마디로 충격이었다.
50년 가까이 설악산에서 지게질을 한, 키 160cm도 되지 않는 사람이 나와서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지게지는 달란트'를 주셨고, 그 달란트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하는 말에. 그것도 삭고 빠진 이 사이의 새는 발음으로. 올해 66살인 임기종 집사다.
그는 3, 4만원의 지게 품삯을 벌기 위해 하루에 열 두 번씩 대청봉, 흔들바위 등 설악산을 오르내리며 정신지체에 육체 장애까지 있는 아내와 더 심한 장애를 가진 아들을 부양하고 장애시설에 기부하는 일생을 살고 있다.
60kg도 되지 않는 몸무게에 40kg의 등짐으로 설악산에서 한 달 150만원 남짓의 수입을 얻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쓴다. 장애인 학교와 장애인 요양시설, 독거노인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 돈이 벌써 1억 원이라고. 땀 흘려 번 돈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그의 말. 수입의 90%를 기부하면서 150만원은 그 자체로 충분한 수입이라며. 무엇보다 설악산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물품을 져 날라주는 자신은 필요한 존재이기에. 어떤 날은 가스통을 4개나, 어떤 날은 120kg에 달하는 대형 냉장고를 짊어지고 산을 오른다.
그는 조실부모했다. 열 살이 갓 넘었을 때 부모님이 연달아 세상을 떠났다. 6남매의 셋째, 제 각기 자기 입을 해결해야 했고 초등학교 5학년도 못 마친 그는 남의 집 머슴을 살다 지게꾼이 되었다. 워낙 배운 게 없고 가진 게 없었으니. 일곱 살 정도 지능을 가진 여자를 소개 받았을 때 아내로 맞아 돌봐주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은 더 심한 장애자였다...
하나님은 각자의 달란트로 서로 돕게 하신다. 그러기에 사람마다 달란트가 각각인 것이다. 임기종 집사에게 '지게지는 달란트'가 있다면 내게는 '글쓰는 달란트'가 있다. 나도 남을 도울 수 있다는 뜻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t5jo5KssJM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