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장자(26)
자, 오늘도 '연속극'을 이어가 봅시다. 어제 또 어떤 분이 이러시는 거예요. "영혼 다 해 집중해서 빠져들고 있는데 내일 보자 하시니 ㅜㅜ 제가 중독됐나 봐요." 누군가의 영혼에 중독 현상을 일으키는 저는 참 위험한 사람입니다. ㅎㅎ
사람은 어차피 무엇엔가 중독되어 삽니다. 돈에, 권력에, 명예에, 성욕에, 쇼핑에, 술에, 운동에, 지식에, 자식에, 일에... 누구든 무엇에 미쳐 삽니다. 그것없이 못 삽니다.
한국 사회는 대부분 돈에 중독되어 있지요. 돈 때문에 결혼도 안 하는 세상이니까요. 돈이 성적 본능을 누르는 지구상 기이하기 짝이 없는 나라지요. 인간의 2대 본능인 식욕과 성욕 중 돈이 성본능을 이기는 유일한 나라, 성욕대신 '돈욕'을 택하는 해괴한 나라. 맛집과 먹방은 또 얼마나 극성입니까.
한국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식욕과 돈욕으로 산다!
식욕과 성욕이라 하니, 한국이 낳은 세계적 사상가이자 동방의 성인이라 불리는 다석(多夕) 유영모 선생은 51세에 식욕과 성욕으로부터의 자유를 선언하며 91세에 타계하기까지 40년 동안 하루 한끼만 드셨지요.
그분의 호를 보세요. 저녁 석(夕)자가 세 개지요? 세끼를 의미하는 거지요. 세끼 중에 저녁 한끼(夕)만 드셨다고 해서 다석(多夕) 입니다.
또한 51세에 해혼(解婚)을 하셨습니다. 더 이상 부부관계를 안 갖겠다는, 성욕으로부터의 자유를 선언하신 거지요. 본능에 휘둘리지 않는 삶, 그 자체로 위대합니다.
식욕은 그렇다치고, 해혼이 아닌 이혼으로 성욕은 어차피 채울 수가 없으니 저는 읽고 쓰는 것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혼란스럽고 심란스러울 때 책을 펼치거나, 글 몇 줄을 쓰기 시작하면 어느 새 평안을 되찾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중독 대상을 바꾸려고 합니다. 무엇으로? 사람으로! 저는 사람에 중독되려고 합니다. 사람으로 완성되는 일에 중독되려고 합니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사람답게 살고 싶단 뜻입니다. 최선을 다해 타인을 사랑하고, 주어진 생 앞에 정직하며 용기있게, 의로우며 의연하게 마주하겠다는 뜻입니다.
아연(娥延), 이름값을 하겠다는 뜻입니다. 삶의 '아름다움(娥)'을 '이어가는(延)' 사람이 되겠다는 뜻입니다. 이름의 의미 그대로 익어가고 성숙되어 가겠다는 뜻입니다.
가장 인간다운 씨알을 이름에 심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이름대로 살게 하는 지난한 운명에 감사하며, 이름대로 살게 하는 이름에 감사합니다.
하재열 작가의 '심상'
제가 오늘 '자기 중독'이 된 듯 오버하고 있네요.^^ 진도를 나가야 하는데 말이죠. 공자가 어쩌다 장자한테 '의태 새 이야기'로 조롱을 당하게 되었는지 오늘, 그 말씀을 드리기로 했는데 말이죠.
실상 그 일은 '진채지간의 고난'이라고 해서 공자 문하에서도 유가의 전설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공자가 7일 간을 굶주림에 시달린 것으로 유명하지요.
그때 공자의 반응을 노장 쪽에서 희화화(戲畫化) 한 것인데요, 제가 생각해도 좀 너무했다 싶습니다. 천하의 공자가 밥 좀 굶었다고 그렇게 누추하게 굴었을 리가 없을 테니까요. 그 수준 밖에 안되면 성인도 아니지요. 일부러 금식도 할란지라.
누추하기는 고사하고 굶주림 속에서 공자의 진면목이 드러납니다. "소인은 궁하면 흐트러지지만 군자는 환난에 처해서도 덕을 잃지 않는다.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름은 서리와 눈을 맞은 뒤에야 비로소 드러나는 법이다."라고 의연히 대처했지요.
아무튼 그 이야기는 다음주에 해야 겠네요. '연속극'이 끝날 시간이 되었으니까요.^^
사실을 말하자면 여러분들을 감질나게 하려고 이러는 게 아닙니다. 아침부터 온종일 이런저런 카톡 메시지를 받으실 텐데 저까지 성가스럽게 하는 것이 미안해서 그렇습니다. 댓글 주시는 것도 무지 송구합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덜 방해를 하려고 한 호흡으로 치고 빠지는 겁니다. 그럼에도 이따금 이딴 거 보내지 말라는 매몰찬 거절을 받곤 하니 쫄고 눈치가 보일 수밖에요.
"신아연 글은 아침에 화장실 볼 일을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기 전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읽기 딱 좋다." 저는 이 말에 가장 안도를 하거든요. 딱 고만큼만 여러분들의 시간을 뺏어 나누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