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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 답답이들의 기도

예수동행일기(13)

by 신아연

이 글은 호주에 있던 5월 4일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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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동네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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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혹시,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셨는지요?


https://youtu.be/U2eOWAI-IZE





서정희 씨와 제가 닮은 꼴이라고 하면서 지인들이 제게 한번 보라고 했습니다. 어떤 분은 방송을 보는데 제 생각이 났다고 했고요. 설마 서정희 씨와 저의 외모를 두고 하시는 말씀은 아닐테고 어떤 점이 비슷하냐고 물으니 "둘 다 천하의 답답이"라는 거였습니다.



무슨 말인지 감이 오더군요. 저의 시청 소감도 같습니다. 서 씨와 저의 삶이, 전 남편에 대한 생각과 느낌이 겹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서정희 씨의 전 남편 서세원 씨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녹화한 것이라고 하니 선입견 없이 봐도 그랬습니다.



"서정희 씨와 나는 세상 사람들이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겠구나..."



착잡한 마음을 이 한 문장에 담을 수밖에 없는 이 자체가 착잡하네요.



서정희 씨는 제 글의 오랜 독자이기도 합니다. 서로 이따금 안부를 묻곤 하는데, 제가 전 남편과 화해를 해 보려고 호주에 온 지 일주일 째인 4월 12일에, "화해 시도, 정말 훌륭해요. 도전이고요. 저는 (서세원 씨를) 만날 수가 없어요. 통화도 안 되고요. 전화해도 다른 사람이 받게 해요." "아... 그렇군요. 그럴수록 기도해야죠. 그 사람들의 영혼을 위해." "맞아요." 이런 카톡 문자를 주고받았습니다.



둘 다 참 답이 없는 사람들이죠, 여러분들이 보시기엔. 남편에게 폭행을 당한 여자들이 자기 영혼은 안 돌보고 남편의 영혼 구원을 위해 힘써 기도하자며 서로 격려하는 모습이라니!



그리고는 4월 20일에 서세원 씨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지요. 참 공교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필 서로의 전 남편에 대해 대화를 나눈 지 며칠 되지 않아. 서정희 씨에게 위로의 문자를 보내고는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서세원 씨는 구원을 받았을까. 천국을 갔을까. 내 전 남편은 어떻게 되는 걸까. 예수 믿지 않고 세상을 떠나선 안 되는데... 주님 제 전 남편에게 찾아가 주세요. 저를 만나주셨듯이 그 사람도 만나주세요! 저하고 화해는 안 시켜주셔도 좋으니 영혼 구원만 시켜 주세요!'



새벽부터 밤까지, 아니 꿈에서도 그 기도뿐입니다. 답답이든, 바보든 여러분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든, 저는 그저 제가 만난 예수님을 전 남편이 만나길 간구할 뿐입니다. 제 두 아들이 만나기를 간곡히 기도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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