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미녀의 맛깔난 예수(34)
제 전남편이 호주에서 유학할 때 룸메이트가 홍콩 사람이었대요. 이 사람이 요리를 아주 잘 했는데, 맛도 맛이지만 식재료를 다룰 때 배추 꽁다리 하나도 버리는 일이 없더랍니다. 한 상 뚝딱 차려내도 쓰레기는 거의 없으니 이거야 말로 예술이란 감탄이 절로 나오더래요.
저를 빚어가시는 하나님의 손길에서 전남편의 말이 생각납니다. 하나님의 관점에서는 제 60년 인생에서 쓸 데없는 일, 쓰레기통에 던져 버릴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지 멋대로 구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괜히 만들었다, 에라, 불 살라 버리자 하면 그만일 그깟 나무인형, 피노키오를 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제페토 할아버지처럼, 좌충우돌 우왕좌왕,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하는 신아연을 포기하지 못하셔서, 실수와 실패라는 '생(生)재료'를 가지고도 저의 최종 인생을 아름답게 요리해 가신다는 것을.
그러고 보니 피노키오와 제가 많이 닮았네요.^^
그런 저에게 하나님은 로마서를 통해 미덥고 두터운 미래를 약속하십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로마서 8장 28절
붕어빵 아들이 호주에서 제게 로마서 8장을 선물한 이래 제게는 로마서 8장이 '최애(最愛)성경 말씀'이 되었습니다.^^
아들이 그립고 보고싶을 땐 로마서 8장을 펼칩니다. 아들을 위해 기도하고 축복하며, 대화를 나눌 때도 로마서 8장을 통해 합니다. 15세에 집을 나가 사방 두렵고 막막했을 붕어빵이 로마서를 읽으며 고난을 통과하고, 지금 누리고 있는 놀라운 축복을 미리 약속받았던 것이죠.
저는 전공이 전공인지라 인문학 책을 주로 읽었습니다. 지난 10년 간은 밥 먹고 인문학 공부만 했지요. 그것이 밑천이 되어 글을 써서 밥벌이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문학적 관점을 베이스로 깔면 무슨 글이든 적당히 우려낼 수 있습니다. 마치 사골 국물 하나로 설렁탕, 육개장, 해장국, 우거지국, 국밥, 김치찌개, 떡국, 만둣국, 떡만둣국 등등 어지간한 국물 음식은 다 끓여내듯이요.
인문학 하나면 '김밥천국' 메뉴는 다 커버되는 거죠. '인문학천국'인 거죠. 인문학이 세상적으로는 가장 무난하고 요긴한 정신세계를 담고 있다는 뜻입니다. 무난하고 요긴한 정도가 아니라 세상적 삶을 지혜롭게 운영하는 데는 인문학이 최고봉이라 하겠습니다.
하재열 작가의 '심상'
제가 공자, 맹자, 노자, 장자에 한비자까지 공부했을 때는 인문학을 통해 망가진 제 삶길을 다시 열어보고 싶었던 게 아니겠습니까. 제가 혼자된 10년 전, 솔직히, 혼자된 순간은 어리석고 한심하게 살아온 인생의 끝판이었을 뿐, 전 생을 통털어 제가 얼마나 한심무인지경의 사람이었는지는 또 말하면 입만 아프지요.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배가 고파서 더 못 쓰겠습니다. ㅎ
다음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