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을 버리고 나서야

예미녀의 맛깔난 예수(36)

by 신아연


제가 늘 다니는 신림역 4번 출구 앞에서 벌어진 이른 바 '묻지마 살인',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안 보는 저는 그런 일이 있었는 줄도 모르고 사건 당일 저녁에도 그 앞을 지났습니다.



지하철을 내려 4번 출구로 나와 집앞까지 오는 버스로 갈아타거나 운동 삼아 20~30분 정도를 걸어오기도 하는데, 평소 발 못 떼 놓을 정도로 붐비는 곳이긴 해도 이런 사건이 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서이초등학교 교사 자살 사건은 제가 다니는 교회에 그 학교 재학생이 유난히 많아 바로 알게 되었습니다. 전날에는 주변 청년이 자살을 해서 많이 놀랐는데 장례를 치른 후 청년의 엄마가 아들 따라 가겠다고 엊그제 자살시도를 해서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이게 다 무슨 일인지요... 죄란 과녁을 빗나간 것이란 말처럼 하나님께로 맞춰져야할 과녁이 빗나가도 한참 빗나가 나의 생명도 남의 생명도 훼손하고 있으니...



모든 죄에는 자기중심성이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이런 죄 저런 죄, 니 죄 내 죄, 개인 죄 사회 죄 할 것 없이 쓰레기 분리하듯이 아무리 헤집어 봐야 죄의 본질은 인간의 자기중심성입니다.



내 본위로 하겠다는 것, 내가 주인이 되어 내 길을 가겠다는 것, 그것이 죄입니다. 딴엔 옳은 길처럼 보여도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 어떻게 압니까. 그러니 내 생각, 내 감정, 내 판단을 중요시, 절대시 하는 것, 그것이 죄입니다. 인간이 기준인 이상,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고 바울 사도는 탄식합니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깨닫는 자도 없고 하나님을 찾는 자도 없고


다 치우쳐 함께 무익하게 되고


선을 행하는 자는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


로마서 3장 10~1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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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작가의 '심상'





제가 최근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연달아 두 번을 했습니다. 검사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장을 비우는 것이죠. 이 과정이 여간 고역이 아니지요. 검사고 뭐고 다 관두고 싶지요. 그러나 장을 깨끗이 비우지 않고는 장 속을 들여다 볼 도리가 없지요.



장을 비우듯이 마음을 비우는 것, 그것이 회개입니다. 회개란 죄를 돌이키는 것이죠. 나 중심의 과녁을 하나님 중심으로 되돌리는 것이죠.



마음 속에 내 생각, 내 감정, 내 판단, 내 느낌, 내 기분이 꽉 차있으면 마치 장 속에 똥이 꽉 차서 내시경 검사를 할 수 없는 것과 같이 하나님의 내시경이 내 마음을 살필 수가 없습니다.



마음을 장처럼 완전히 비워야, 다른 말로 철저히 회개해야 하나님의 내시경이 나의 내면 점검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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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ttyunuabona, 출처 Unsplash





대장내시경을 통해 대장의 용종, 선종을 제거하여 암으로 발전하는 것을 차단합니다. 마음내시경을 통해 마음의 용종, 선종을 제거하여 죄로 발전하는 것을 차단합니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괴롭더라도, 차라리 관두고 싶더라도 어떻게든 장을 비우는 것입니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괴롭더라도, 차라리 관두고 싶더라도 어떻게든 회개하여 마음을 비우는 것입니다. 장의 똥을 빼내듯 마음의 똥을 빼내는 것입니다.



그 다음부터는 하나님께서 알아서 하십니다. 우리가 할 일은 장을 비우는 것까지듯이요. 그러면 나머지는 의사 선생님이 알아서 하시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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