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의 영혼의 맛집 885
올해 여러분들은 어떤 결심을 하셨습니까. 저는 '헤어질 결심'을 합니다.
누구와 ? 무엇과?
살과 헤어질 결심을 하면야 좀 좋겠습니까만, 그건 이제 포기했고, 그냥 함께 살기로 했고, 저는 저 자신과 헤어질 결심을 합니다. 뭐라고? 그럼 죽겠단 말인가?
네, 죽으려고요. 그것도 날마다.
그런데 얼마나 안 죽으면 큰 사도, 바울조차 날마다 죽는다고 했을까요? 또한 죽는 게 오죽 힘들면 '자랑'이라고까지 했을까요?
너희에 대한 나의 자랑을 두고
단언하노니
나는 날마다 죽노라
고린도전서 15장 31절
그래도 죽어야지요! 그것도 날마다!
죽는 것이, 죽을 수 있는 것이 자랑이 되어야지요! 그게 삶에서 가장 큰 자랑이 되어야지요!
살아나면 죽이고, 또 살아나면 또 죽이고, 또또 살아나면 또또 죽이고, 또또또 살아나면 또또또 죽이고...
© tamara_photography, 출처 Unsplash
날마다 죽으면 대인관계가 아주 쉬워집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인간관계라고 하지요. 그런데 그게 가장 쉬운 일이 되어버립니다.
제가 해보니 알겠더라고요. 죽고 나니 누구를 만나든 아무렇지가 않은 거예요. 왜? 나는 죽고 상대만 살아있으니 상대의 입장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나를 내세우려고 하니까, 상대와 겨루려고 하니까 대인관계가 어렵지 나를 딱 죽여버리면 세상 쉬운 게 관계맺기더라고요.
나를 내세우고, 내 자랑하고, 내 욕심부리고, 손해 안 보려고 하고, 내 돈 안 쓰려하고, 상대 벗겨먹이려 하고, 체면 안 구기려하고, 잘난 척하고, 교양있는 척하고, 예쁜척하고, 비교하고, 자존심 안 상하려 하고, 안 지려 하고, 절대 잘못 인정 안하고, 변명하고, 합리화하고, 우위에 서려고 밀당하고, 묘한 심리전 하고, 힘겨루기 하고, 사랑의 이름으로 걱정하고, 염려하고, 조언하고, 충고하려 하고, 지적질하고 등등등, 그러려니까 대인관계가 어려워지는 거지요.
저는 자식들을 대할 때 특히, 확실히 죽습니다. 그랬더니 어떻게 됐냐고요? 자식들이 제게 돌아왔습니다. 15세에 집 나가 심리적 고아로 유리방황하던 두 아들이 20년 만에 제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죽은 지 2년 만에.
살아있을 때는 결코 가까이 오지 않더니, 제가 딱 죽고나니까 저절로 찾아오더라고요. 전남편을 돌아오게 하려면 이제 또 한 번 제가 완전히 죽어야지요.
그렇게 제가 죽은 자리에 꽃 한 송이 피어올랐는데 그 꽃의 이름은 '사랑'. 꽃말은 아래와 같습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고린도전서 13장 4~7절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게 합니다. 단, 내가 죽은 후에야 비로소 그 사랑이 작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