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곤 모든 것이 달라졌다

신아연의 영혼맛집 895

by 신아연


*등이 근질근질한데 손이 닿지 않을 때처럼 지난 해 6월, 일본에 가고 싶은 생각이 근질근질,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내 경제 사정으론 생각만으로도 미친 생각.




*두 달 후 글쓰기 시간에 (나는 야, 김 이사장님의 글쓰기 선생)씨알재단 김원호 이사장님이 9월 초 관동대학살 추모제를 하러 일본에 가신다며 그 주는 수업을 할 수 없겠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관동대학살, 들어본 적 있어요?"하고 물으셨다.



* "들어는 봤지요."라고 대답한 후 "그런데 저도 가면 안될까요?"하는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마치 말실수할 때처럼. 그럼에도 나는 당황하지 않았고 오히려 단호했다. 말실수가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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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모든 것이 달라졌다. 예비되어 있던 운명이 저 멀리서 제 이름이 불리우는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한달음에 달려와 내게 안겼다. 가슴 한복판에 '씨알' 하나가 심기는 순간이었다.



10년 전, 김이사장님이 제안하신 생활비 전액 지원을 받아들였다면 나는 이사장님의 글쓰기 선생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 놓고는 여전히 생활이 어려워 헤매는 나를 위해 어떻게든 다시 도움을 주시려고 4년 전 어느 날, 이사장님이 "그럼 나한테 글쓰는 걸 좀 가르쳐 줄래요?" 하시지 않았다면 운명은 여전히 빗겨갔을 것이다.



김이사장님과 함께 글쓰기를 했기 때문에 관동대학살 추모제에 갈 수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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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두 아들과의 관계가 좀체 회복되질 않습니다. 피가 졸아들고 뼈가 썩어들어가는 것 같은 고통입니다. 꼬인 것을 풀어주십시오. 아들들과의 관계를 다시 이어주십시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제 모든 것을 드리겠습니다."



실성한 사람처럼 죽기살기로 매달리는 내게 하나님께서 얍복나루의 야곱을 보신 듯, 그렇게 기도를 들어주신 것이 일본 가기 2달 전이었다. 생의 일대 전환기를 맞는 야곱처럼 그렇게 내 환도뼈가 꺾였다. 자아가 꺾인 것이다.



환도뼈가 무엇인가.



환도뼈는 허리 아래에 있는 넓적다리를 가리키는데 이 뼈는 인체에서 가장 강한 부분으로 심지어 달리는 말, 그 강한 힘을 가진 말조차도 사람의 환도뼈와 그 주위에 있는 근육을 망가뜨리지 못할 정도라고 합니다.



구약 시대 사람들은 이 부분에 손을 얹고 서약했으며 병사들은 이 부분에 칼을 찼습니다.



그런가 하면 당시 생활 풍습에서 사람이 넓적다리를 치는 것은 가장 깊은 슬픔과 수치, 후회의 표시였습니다(겔 21:12). 한 마디로 환도뼈는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야곱은 환도뼈가 부러진 다음 하나님께 순복하고 은총을 받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은총을 내려주시기 전에 아집으로 똘똘 뭉쳐진, 인생에서 가장 강한 부분을 깨뜨리십니다. / 김상길 논설위원/자료ⓒ창골산 봉서방



목숨을 건 기도가 자아와 맞바꾸며 응답된 후, 100년 전 관동대학살 문제가 운명처럼 내 가슴에 꽂힌 것이다. 이 일에 다 걸어야 한다는.



"남은 네 인생을 내게 준다고 했지? 그럼 이걸 해봐."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온 순간이었다.



어제 25일, 일본정부도 한국정부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관동(간토)대학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가해국도, 피해국도 내 알 바 아니라니, 그렇다면 국제사법재판소에 호소할 길이 있을지 그 길을 모색하는 첫 걸음이 국회에서 있었다.



토론장 문을 들어서는 순간 눈물이 났다.



"하나님, 제게 원하시는 일이지요? 함께 해 주실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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