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기 4
주말, 휴일 잘 보내셨습니까. 오늘부터 다시 교토 여행기를 이어가겠습니다.
1월 16일 오전 8시 55분발 오사카 칸사이 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7시에 인천공항 제 2청사에 집결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북적이는 공항,
'아, 이럴 수가!'
놀라움 섞인 탄식이 새어나왔습니다. 한 마디로 '격세지감'이었습니다.
3년 전인 2021년 8월 23일, '바로 그 장소'의 기억이 소환되면서.
그렇게 괴괴한 공항 분위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썰렁한 정도를 넘어선, 비 내리는 여름밤의 괴괴한 공항과 궤궤한 마음, 참 잘 어울린다 싶더군요.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장악한 위력이라니.
속된 말로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 출국 수속대와 우주복 차림의 출입국 관리원들, 청사 내에 입점한 카페, 식당, 상점들은 개점과 동시에 폐점을 맞은 듯 집기나 물건들이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문 닫은 내부 구석에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문을 연 음식점은 코로나로 인해 일반인들은 아예 이용하지 못하게 막아 공항 관계자들의 전용 구내식당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자정을 넘긴 시간대도 시간대지만 여행자가 워낙 없어 사방 눈이 휘둥그레질 규모의 면세점들이 일제히 셔터를 내린 낭하를 내달리는 우리는 마치 국제 미아, 아니 우주 미아라도 된 듯했습니다. 우리 일행의 수런대는 말소리와 다급하게 내딛는 발소리만이 텅 빈 청사를 울렸습니다. / 신아연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네, 스위스 바젤로 안락사 동행 여행을 떠나기 위해 저는 바로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죠.
2021년 8월 26일, 한국 시각 오후 7시, 조력자살로 생을 마감한 64세의 한 남자, 그 남자와 동행했던 스위스 안락사 현장.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경유한 도합 18시간의 비행과 대기, 자정을 넘긴 시각까지 추적이던 비, 눅눅한 불빛 아래 드리운 안개, 슬픈 어둠, 동체 주변의 빗물과 불빛에 반사되어 번들대던 활주로...
한번 풀리기 시작한 기억타래는 다시금 바젤로 가기 위해 공항에 온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켰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함께 여행했던 21명 일행 중에 제 책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를 읽은 분이 계셔서, 그날의 제 심적 고통을 함께 나누고 위무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지금 또 스위스로 가는 게 아니야. 그 경험은 일생 한 번으로 족해. 단 한 번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이고 충분히 많은 것을 느꼈으니까. 그 경험으로 인해 크리스천이 되었고 그후 인생이 뒤집어졌으니 말 다 한 거 아냐?'
스스로를 이렇게 달래며 애써 가벼운 마음을 일으켜, 그런 내 마음을 전혀 알 리 없는 여행객 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범인은 반드시 현장에 다시 나타난다'는 말이 뜬금없이 떠올랐습니다. 왜 다시 나타날까요? 어쨌거나 자신을 위로하고 싶기 때문이겠죠.
이유는 달라도 저 또한 3년 전 그 현장을 다시 밟음으로써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인천공항 제 2 청사의 트라우마'에서. 이번 여행의 목적과는 전혀 무관한 저만의 내밀한 일이었습니다.
내일 계속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