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의 영혼맛집 907 /교토 여행기 11
다시 교토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교토에 가장 많은 것은 대학이며(그래서 우리도 대학을 두 군데나 둘러보았죠),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았던 것은 교회였습니다. 성당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러니 지난 번에 말씀드린 다카토리 성당은 그 자체로 귀할 수밖에 없는데다 대지진의 불길을 막아낸 예수상과, 종이로 만들어진 건물 자체의 특이함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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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의 영혼맛집 903 / 교토 여행기 10 / 두 가지로 유명한 다카토리 성당
어제 제가 "1995년 1월 17일 새벽 5시46분, 일본에서 지진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한 군데도 없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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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방문한 다음날이 마침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고베대지진)이 일어났던 날이라, 새벽 5시에 희생자들을 위한 추도미사가 있다고 했습니다.
"신아연 씨 내일 함께 할래요?"
"저는 좀... 너무 이른 시각이라..."
"그래요, 그럼. 우리끼리 다녀올게요."
씨알재단의 김원호 이사장님(사진의 가운데)과 이창희 국장님(맨 오른쪽), 그리고 장영식 사진작가님(왼쪽) 등 몇 분이 미사에 참석하겠다며 제게도 의사를 물으셨던 거지요.
사진에서 맨 왼쪽에 계신 분은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님. 현재는 시민모임 독립의 이사장님이십니다. 제 글의 독자시고요. 워낙 소식을 하셔서 이교수님과 함께 식사 자리에 앉으면 그분의 몫을 제가 더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교수님, 사진이 반쯤 잘려 죄송합니다.
그랬는데 막상 그 다음날 아침, 호텔 조식에서 모두 만났습니다.
"미사에 안 가셨네요. 피곤해서 못 가신 건가요?"
" 그게 아니라 갈 방법이 없어서 못 갔어요. 새벽에 택시가 안 다닌다는 거예요."
"설마요..."
"진짜라니까. 4시 30분에 택시를 부르려고 했는데 그 시간에 운행하는 택시가 없더라고."
허, 참. 택시가 달리 택시인가요. 아무 때나 부를 수 있어서 택시지요. 그런데 고베에는 그렇지 않나 봅니다. 가톨릭 신자인 세 분은 미사를 놓친 것을 못내 아쉬워하셨습니다.
미사는 놓쳤지만 성당 구경은 좀 더 할까요? 지난 번 글에 종이로 만든 성당이라 하니 여러 독자들께서 신기해 하셨습니다. 신비하고도 압도하는 분위기의 천장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지진피해를 입은 난민들에게 피난처가 되어 준, 그 효용성을 위해 종이로 지은 유명건축가의 작품이기도 한 다카토리 성당을 보면서 일본은 '지진문화, 지진문명'의 원조격인 나라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기조는 고난 당한 사람들에 대한 불인지심(不忍之心)일 테고요. '불인지심'이란 남의 불행을 아무렇지 않게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하는 마음을 뜻합니다. 동정심 혹은 연민의 마음이지요. 맹자가 한 말입니다.
다카토리 성당을 지은 반 시게루를 '불인지심의 건축가'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자문합니다.
"우리 건축가는 과연 사회에 도움이 되고 있는가? 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수많은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전쟁, 분쟁, 재난, 가난, 소수계층에 대한 박해와 폭력으로. 건축가는 사회와 소수자를 위해서 어떤 도움이 되어야 하는가?"
저도 다짐합니다. 나처럼 글을 쓰는 사람은 약자와 억울한 자, 그런 자들을 만들어낸 강자, 그로 인한 사회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제가 관동대학살의 진실규명에 부지런히 펜을 놀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저 또한 형편없는 약자에 속하지만 그래도 저는 글을 쓸 줄 압니다. 내가 왜 이 지경에 처하게 되었는지 표현이라도 할 수 있다는 거지요.
내일 계속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