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에 전파를 탄 <PD수첩 ; 나의 죽음에 관하여>에서 요즘 상영되는 영화 <소풍>의 주인공 나문희, 김영옥 씨가 나와서 안락사(조력사)를 적극 찬성했지요.
욕 먹을 각오를 하고(안락사 반대자가 된 후 저는 욕 먹는 게 일입니다) 영화의 결말을 말하자면 두 사람은 자살을 택합니다(택하는 것으로 암시되어 있습니다). 마치 안락사 홍보 영화처럼.
피디수첩이 오버를 한 것은 나문희, 김영옥 씨를 출연시켜 안락사 옹호 발언을 하게 한 것입니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임에도.
아무리 개인 의견이라고 해도 유명 연예인의 말 한 마디의 파급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너무나 잘 알면서, 아니, 잘 알기에 고의적으로 끼워넣었겠지요. 그게 아니라면 제작진의 생각이 모자랐던 거겠고요. 편파적이고 경솔했습니다.
영화 '소풍'의 주인공 나문희, 김영옥
안락사를 다룬 또 다른 영화 <플랜 75>가 있습니다. 전에 말씀드린 일본 영화입니다. 국가 재정 낭비를 줄이기 위해 75세 이상 고령자들을 안락사 시키는 제도가 국회를 통과하고 곧바로 실시된다는, 초고령사회의 해법을 다룬 가상적 설정의 영화죠.
왕창 욕 먹을 각오를 하고 또 영화의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안락사 하기 직전, 주인공은 단호히 거부하고 죽음의 침상에서 걸어나와 다시 삶 속으로 들어옵니다. 아무리 늙었어도 안락사 안 하고 싶다는 거지요. 살고 싶다는 거지요.
<소풍>은 틀렸고, <플랜 75>가 맞다는 게 아닙니다. 그 반대도 아닙니다. 저는 '균형'을 말하는 것입니다.
기왕 매스컴이 영화, 연극(최근에는 안락사를 다룬 연극이 나왔다네요) 등 대중적 컨텐츠를 인용하여 우리 사회에 안락사 화두를 던지겠다면 찬성 일색으로 유도해서는 안 된다는 거지요. 균형 자체가 무너져 있는데 찬반논쟁이 어떻게 될 수 있겠습니까.
당사자가 안락사를 원하는 영화(소풍)가 있다면 안 원하는 영화(플랜 75)도 있다는 것을 균형있게 소개해야 합니다.
관동대학살도 그렇고, 안락사도 그렇고 시나브로 저는 죽음을 쓰고 말하는 사람이 되어 갑니다.
저를 '무명작가'라고 말끝마다 조롱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못 생긴 여자보고 못 생겼다고 하는 것처럼, 무명작가보고 무명작가라고 하는데야 할 말이 없지만, 제가 유명작가라서 "안락사가 합법화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제 말이 사회에 반향을 일으키고, "국민 여러분, 관동대학살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일에 동참해 주십시오."라는 호소에 적극 환호하는 반응을 얻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무명작가의 비애를 요즘처럼 느끼는 때도 없네요...
관동대학살 100주기 추도제에서 / 사진 장영식
https://youtu.be/FcgD79tYHFA?si=yGSZoYGAwesSsI7x